[형사] "착오 송금되자 받을 납품대금 빼고 나머지만 반환…횡령 무죄"
[형사] "착오 송금되자 받을 납품대금 빼고 나머지만 반환…횡령 무죄"
  • 기사출고 2023.01.24 09: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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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 "정당한 상계권 행사 여지…불법영득의사 인정 불가"

대법원 제3부(주심 오석준 대법관)는 12월 29일 미지급 주류대금을 둘러싸고 민사분쟁 중이던 거래업체에서 착오로 주류대금을 넘는 돈이 송금되자 이 돈에서 회사가 받아야 할 납품대금을 빼고 반환했다가 횡령 혐의로 기소된 주류업체의 사내이사 A씨에 대한 상고심(2021도2088)에서 벌금 30만원을 선고한 원심을 깨고, 무죄 취지로 사건을 수원지법으로 되돌려보냈다(2021도2088). 정당한 상계권 행사로 볼 여지가 있어 불법영득의사를 인정할 수 없다는 것이다.

주류업체인 B사 사내이사인 A는 주류를 납품받았으나 대금 110만여원을 지급하지 않은 C씨를 상대로 위 110만여원의 주류대금 청구소송을 제기하여 민사분쟁 중이던 2019년 9월 30일 C가 다른 회사에 송금하려고 했던 470만원을 계좌번호 착오로 A가 관리하던 B사 명의의 계좌로 착오 송금하자, 하루 뒤인 10월 1일 위 110만여원을 제외한 나머지 350여만원만 C에게 반환했다. A는 C로부터 위 470만원이 착오 송금된 돈이라는 사정을 문자메시지를 통해 고지받았음에도 상계 정산에 관한 합의 없이 자신이 주장하는 채권액인 1,108,310원을 임의로 상계 정산한 후 반환을 거부하여 횡령한 혐의로 기소됐다.

B사는 C를 상대로 수원지방법원 오산시법원에 주류대금 1,108,310원을 구하는 지급명령을 신청하여 C에 대하여 위 대금의 지급을 명하는 지급명령이 내려졌고, 이에 C가 이의신청을 하여 2019. 8. 13. 조정절차가 개시되었으며, 2019. 10. 11.로 조정기일이 지정되었다. B사는 착오 송금을 받아 대금을 상계한 후 나머지만 반환한 2019년 10월 1일 위 민사사건을 취하했다.

대법원은 먼저 종전의 대법원 판결(2014도11552 등)을 인용, "형법 제355조 제1항에서 정하는 '반환의 거부'란 보관물에 대하여 소유자의 권리를 배제하는 의사표시를 하는 행위를 뜻하므로, '반환의 거부'가 횡령죄를 구성하려면 타인의 재물을 보관하는 자가 단순히 반환을 거부한 사실만으로는 부족하고 반환거부의 이유와 주관적인 의사들을 종합하여 반환거부행위가 횡령행위와 같다고 볼 수 있을 정도이어야 한다"고 전제하고, "횡령죄에서 불법영득의 의사는 타인의 재물을 보관하는 자가 그 취지에 반하여 정당한 권원 없이 스스로 소유권자와 같이 이를 처분하는 의사를 말하므로 비록 반환을 거부하였더라도 반환거부에 정당한 이유가 있다면 불법영득의 의사가 있다고 할 수 없다"고 밝혔다.

이어 "어떤 예금계좌에 금전이 착오로 잘못 송금되어 입금된 경우 수취인과 송금인 사이에 신의칙상 보관관계가 성립하기는 하나,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이러한 이유만으로 송금인이 착오로 송금한 금전이 위탁자가 목적과 용도를 정하여 명시적으로 위탁한 금전과 동일하다거나, 송금인이 수취인에게 금전의 수수를 수반하는 사무처리를 위임하였다고 보아 수취인의 송금인에 대한 상계권 행사가 당초 위임한 취지에 반한다고 평가할 수는 없다"며 "피고인이 피해자의 착오로 B 명의 계좌로 송금된 금전 중 B의 피해자에 대한 채권액에 상응하는 부분에 관하여 반환을 거부한 행위는 정당한 상계권의 행사로 볼 여지가 있으므로, 피고인의 반환거부행위가 횡령행위와 같다고 보고 불법영득의사를 인정한 원심의 판단은 그대로 받아들이기 어렵다"고 밝혔다.

대법원은 "피고인은 착오송금된 금전 4,700,000원 중 B의 위 물품대금채권액 1,108,310원에 상응한 금액을 제외한 나머지는 송금 다음날 반환하였고, 1,108,310원에 대해서도 반환을 요청하는 피해자에게 B의 위 물품대금채권을 자동채권으로 하여 상계권을 행사한다는 의사를 충분히 밝힌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하고, "이와 같이 피고인이 위 물품대금채권액에 상응하는 금전에 대한 반환을 거부한 이유와 주관적인 의사를 살펴보면, 피고인이 불법영득의사를 가지고 반환을 거부한 것이라고 단정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A는 이 사건 횡령건으로 경찰 조사를 받게 되자 2019년 11월 5일 C에게 110만여원을 반환하였고, 같은날 B사는 다시 C를 상대로 위 110만여원의 지급을 구하는 소송을 내 B사의 청구를 전부 인용하는 판결이 선고되었다. 이에 C가 항소, 항소심에서 C가 B사에 110만여원을 지급하기로 하는 내용의 임의조정이 성립되었다.

리걸타임즈 김덕성 기자(dsconf@legal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