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배] 땅 주인에 보상 안한 채 '구룡산 사방사업' 실시…서초구에 배상책임 인정
[손배] 땅 주인에 보상 안한 채 '구룡산 사방사업' 실시…서초구에 배상책임 인정
  • 기사출고 2023.01.17 22: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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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 "주소불명 이유 반송 후 공고 등 안 해"

토지 소유자에게 아무런 보상도 하지 않고 '구룡산 사방사업'을 실시한 서울 서초구가 토지 소유자에게 손해를 배상하게 되었다. 사방사업이란 산지의 붕괴 등을 방지 또는 예방하기 위해 인공구조물 등을 설치하는 사업을 말한다.

대법원 제1부(주심 노태악 대법관)는 12월 29일 서울 서초구 염곡동에 있는 밭 539㎡의 소유자인 A씨가 "사방사업 실시로 인한 손해를 배상하라"며 서초구를 상대로 낸 소송의 상고심(2018다291842)에서 이같이 판시, A씨의 청구를 기각한 원심을 깨고, 원고 승소 취지로 사건을 서울중앙지법으로 되돌려보냈다. 배정관 변호사가 원고를 대리했다.

A씨는 1969년 11월 이 토지에 관하여 매매를 원인으로 소유권이전등기를 마쳤으나, 당시 이 토지와 인접한 염곡동의 다른 토지를 이 토지로 오인해 염곡동 다른 토지에 수목을 식재해 관리하여 왔다. A씨가 방치하는 동안 이 토지는 1977년경 서울도시계획시설인 대모산도시자연공원으로 지정되었고, 산림청과 서울시는 2012년 7∼10월 이 토지를 포함한 산사태 취약과 우려 지역 278곳을 사방사업대상지로 지정했다. 이에 따라 서초구가 2012년 12월 이 토지를 포함한 일대에 '구룡산 예방사방사업' 추진계획을 수립, 2013년 4월 이 토지의 등기사항증명서에 기재된 A씨의 주소지로 '구룡산 예방사방사업 시행 알림' 공문을 발송했으나, 주소불명의 사유로 반송되었다. 그러나 서초구는 관보나 인터넷 홈페이지 등에 별도의 고시 절차를 취함이 없이 사방사업에 착수, 이 토지에 사방사업을 위한 공작물을 설치했다. 이에 A씨가 "사방사업 당시 통지 또는 고시 절차를 이행하지 않은 서초구의 위법행위로 인해 토지 소유권이 형해화되는 손해를 입었다"며 소송을 냈다.

대법원은 "사방사업법 제9조 제3항 제2호 등 사방사업 관련 규정의 내용과 사방사업이 진행된 경위를 종합해 보면, 피고는 원고 소유의 이 사건 토지 위에 사방사업을 시행할 필요가 있었다면 사전에 사방사업법 시행령 제5조에 따라 원고에게 그 사실을 통지하거나 통지할 수 없을 때에는 이를 공고하여 원고로 하여금 위와 같은 사방사업으로 인한 토지의 사용 · 수익의 제한에 따라 입게 되는 피해에 대해 의견을 진술하고 손실보상을 신청하는 등 사방사업법이 정한 조치를 취할 수 있도록 하였어야 하나, 피고는 단지 원고가 40년 전 해당 토지에 관하여 소유권이전등기를 마치는 과정에서 등기사항증명서에 기재된 주소지로 사방사업의 실시에 대하여 통지를 하였고, 그 통지가 주소불명의 사유로 송달불능이 되자, 주소조회를 통한 추가 통지나 사방사업법 시행령 제5조에 따른 공고 등의 절차를 취하지 아니한 채 사방사업을 실시하였으며, 원고는 사방사업이 실시된 사실을 알지 못하여 사방사업법이 정한 기간 내에 손실보상을 청구하지도 못하였다"고 밝혔다.

대법원은 이어 "이러한 피고의 행위는 사방사업법이 정한 절차를 위반한 것으로 위법할 뿐만 아니라, 피고가 공익사업을 위해 사인의 토지를 그 소유자의 동의 없이 무단으로 사용하면서 아무런 보상도 하지 아니하여 토지 소유자에게 손해를 가한 것으로서 객관적 정당성을 결여하였다고 볼 수 있으므로, 국가배상책임이 성립한다고 볼 여지가 크다"고 지적하고, "이는 원고가 피고에 대하여 사방사업의 시행으로 인한 손실보상을 청구할 수 있다고 하여 달리 볼 수 없다"고 판시했다. 

리걸타임즈 김덕성 기자(dsconf@legal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