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명수 대법원장 2023년 신년사
김명수 대법원장 2023년 신년사
  • 기사출고 2023.01.02 16: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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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재판' 실현, 국민 위한 사법개혁에 한 걸음 더

존경하는 전국의 사법부 구성원 여러분!

2023년 새해의 아침이 밝았습니다. 새로운 다짐과 기대, 설렘으로 맞이하는 새해 첫날은 누구에게나 특별합니다. 지혜와 풍요를 상징하는 검은 토끼의 해를 맞이하여 모든 사법부 구성원이 각자 마음 속에 품고 있는 희망과 꿈을 다 이루는 한 해가 되기를 기원합니다.

법원 구성원 여러분!

지난 5년 동안 사법부는 국민을 위한 '좋은 재판'을 실현하여 국민으로부터 신뢰와 존경을 받고, 법원 구성원들도 업무와 삶에서 보람과 행복을 느낄 수 있는 '좋은 법원'을 만들기 위해 부단히 노력해왔습니다. 그리고 오늘도 우리는 이미 수명을 다한 과거의 낡은 구조와 관행을 온전히 극복하고, 그 자리에 시대의 변화에 맞는 사법부의 새로운 제도와 문화를 튼튼히 정착시켜야 하는 길고도 험난한 길 위에 있습니다. 새로운 길이 낯설고 불안하여 과거로 돌아가고 싶은 생각이 들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과거로의 회귀는 사법부의 변화된 모습을 바라는 국민에게 다시금 좌절과 실망을 줄 뿐이라는 것을 우리는 명심해야 합니다. 내 · 외부의 다양한 의견을 경청하고 국민과 사법부 구성원들의 뜻을 모아 우리가 지금까지 걸어온 길에 대하여 확고한 의지와 믿음을 가지고 흔들림 없이 나아가야 하겠습니다.

저는 사법개혁의 절차와 방식은 투명하고 민주적인 수평적 리더십에 바탕을 둔 것이어야 한다고 누차 강조해 왔습니다. 국민과 사법부 구성원의 의사가 올바로 반영되는 사법행정의 기틀을 마련함으로써 주권자인 국민으로부터 부여받은 숭고한 사명을 다하는 법원으로 거듭나기 위해 우리는 올해에도 쉼없이 전진해야 하겠습니다.

◇김명수 대법원장
◇김명수 대법원장

내 · 외부가 참여하는 수평적 회의체인 사법행정자문회의와 산하의 각 분과위원회에서는 판결서 적정화, 법관 사무분담 장기화, 사법의 투명성 강화, 사법부 예산안 편성 절차 개선 등 굵직한 주요 과제에 관하여 실질적인 개선 방안을 마련하기 위해 노력할 예정입니다. 이와 함께 전국법관대표회의와 전국법원장회의도 '좋은 재판' 실현에 필요한 여러 과제에 대하여 심도 있는 검토와 활발한 토론을 통해 사법부 구성원의 다양한 의견을 한데 녹여 내는 용광로의 역할을 함으로써 합리적이고 실효성 있는 대안을 제시하는 사법부의 건설적 회의체로 더욱 굳건히 자리 잡게 되기를 기대합니다.

또한 그간의 시범 실시 성과를 바탕으로 법원장 후보 추천제가 올해 전국의 지방법원에 확대 실시됩니다. 이로써 법관인사 이원화를 공고히 하고, 투명하고 민주적인 사법행정의 기틀을 더욱 튼튼히 다지게 될 것으로 믿습니다. 아직 완벽하지 않고 보완이 필요한 부분도 있겠지만, 새로운 제도가 잘 정착될 수 있도록 사법부 구성원 여러분이 힘과 지혜를 모아 주시기를 부탁드립니다.

법원 가족 여러분!

사법은 국민을 위해 존재하는 것입니다. 사법행정구조 개편을 포함한 모든 사법개혁은 국민이 사법부의 변화를 재판 현장에서 구체적으로 체감하고 긍정적으로 받아들일 때에 비로소 정당화되고 지속 가능합니다. 감염병을 비롯한 위기 상황에서 국민의 재판받을 권리를 충실히 보장하는 방안으로 확대 실시한 영상재판은 이제 쉽고 편리한 재판제도로 자연스럽게 자리 잡게 되었습니다. 이처럼 국민이 실질적으로 느낄 수 있는 '좋은 재판'을 위한 노력을 올해도 우리는 멈춰서는 안 됩니다. 그리하여 법원을 찾은 국민에게 절차적 · 실체적 만족감을 부여하는 한편 정의의 신속한 실현에 대한 국민의 기대에도 반드시 부응해야 하겠습니다.

민사소송에서 실체적 진실에 부합하는 결론을 내리기 위한 증거수집 절차의 개선, 공정하고 객관적인 양형을 위한 양형심리의 실질화, 항소이유서 제출 의무화 등 충실한 재판을 위한 제도 개선을 뚝심있게 추진하는 한편, 제1심 민사 단독관할 확대, 법관 장기근무제도, 전문법관 제도의 확대 실시 등 변화된 제도의 시행 경과를 잘 살펴 당초 목표한 바와 같이 국민을 위한 '좋은 재판'으로 이어질 수 있도록 노력하여 주시기 바랍니다.

아울러 법정을 비롯한 법원 곳곳에서 국민과 직접 마주하는 법원공무원이 노력과 업적에 따라 정당한 평가를 받을 수 있도록 법원공무원 인사 제도 개선작업을 마무리하고, 법원공무원의 직무 역량을 강화하여 국민들에게 질 높은 사법서비스를 제공하는 데에도 사법부 구성원들의 의지를 모아야 하겠습니다.

그 밖에도 저는 적정한 수의 법관 및 전문적 재판지원 인력의 확보, 법정을 비롯한 시설의 확충, 차세대전자소송시스템과 미래등기시스템, 그리고 형사전자소송시스템의 구축 등 좋은 재판을 위한 인적 · 물적 여건을 마련하는 데에도 필요한 노력과 지원을 아끼지 않을 것입니다.

사랑하는 사법부 구성원 여러분!

올해는 법조일원화 제도 시행 10주년이 되는 해 입니다. 풍부한 경륜과 경험, 높은 역량과 자질을 갖추고 어떠한 어려움에도 당당히 정의를 선언할 수 있는 용기를 가진 법관의 존재는 곧 공정하고 정의로운 사법부를 의미하는 것입니다. 지난 10년 동안 법조일원화 제도 시행 과정에서 부족한 점은 없었는지에 대해 진지하게 성찰하고, 법원 외부의 목소리도 무겁게 받아들이면서, 제2기 법조일원화 제도 분과위원회를 중심으로 법관 임용 절차 개선과 법관 근무 환경 개선 등 법조일원화제도의 안정적인 정착 방안을 마련하는 일에 성심을 다해야 하겠습니다.

또한 올해 3월부터는 부산과 수원에 회생법원이 확대 설치되어 새롭게 문을 열게 됩니다. 그동안의 도산전문법원 운용 경험과 성과를 바탕으로 부산회생법원, 수원회생법원에서도 경제적 위기에 놓인 기업과 개인 채무자들이 신속하고 전문적인 사법서비스를 제공받을 수 있도록 개원 준비에 만전을 기하여 주시기 바랍니다.

친애하는 법원 구성원 여러분!

저는 취임한 이후 수평적이고 투명한 사법부를 가지는 것은 그 자체로 국민의 숭고한 권리이자 재판의 독립이라는 헌법적 사명을 수호하는 출발점이라는 믿음 아래, 관료화되고 폐쇄적인 법원의 구조를 개혁하여 사법부를 국민들께 돌려드리고 오직 국민만을 바라보는 사법부로 거듭나기 위한 노력을 계속하여 왔습니다. 대법원장으로서의 마지막 새해를 맞이한 이 시점에 돌이켜 보면, 여전히 국민의 기대에 미치지 못한 부분이 있다는 점을 겸허하게 받아들입니다.

그러나 처음 국민과 사법부 구성원 여러분께 약속드린 바와 같이 비록 더딜 수 있지만 결코 되돌릴 수 없는 국민을 위한 사법개혁의 길을 찾아 올해에도 한 걸음 더 나아가려 합니다. '좋은 재판' 실현으로 국민으로부터 신뢰받고 사랑받는 사법부를 만들기 위하여, 임기를 마치는 그날까지 결코 멈추지 않겠습니다. 사법부 구성원 여러분도 부디 그 여정에 함께해 주시고 힘을 보태어 주시기를 간곡히 부탁드립니다.

어려운 여건 속에서도 사법부 본연의 임무를 위하여 자신의 위치에서 의연하게 헌신하여 주시는 여러분의 노고에 다시 한번 깊이 감사드리며, 새해에도 여러분과 여러분의 가정에 건강과 행복이 가득하기를 진심으로 기원합니다.

새해 복 많이 받으십시오. 감사합니다.

2023. 1. 2.
대법원장 김 명 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