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사] "국방과학연구소, 현대두산인프라코어에 'K2 전차 엔진 개발' 정산금 148억 지급하라"
[민사] "국방과학연구소, 현대두산인프라코어에 'K2 전차 엔진 개발' 정산금 148억 지급하라"
  • 기사출고 2022.12.20 23: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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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전지법] "확보예산 범위가 계약금액 상한 인정 어려워"

대전지법 민사12부(재판장 이한상 부장판사)는 12월 8일 K2 전차 엔진을 개발한 현대두산인프라코어가 국방과학연구소를 상대로 낸 엔진 개발 비용 정산금 소송(2020가합111530)에서 "K2 전차에 탑재된 1,500마력 전차 엔진 개발 과정에서 투입된 원가비용 중 미지급 정산금 148억여원과 그 지연손해금을 국방과학연구소가 현대두산인프라코어에게 지급하라"고 원고 승소 판결했다.

앞서 K2 전차를 설계한 국방과학연구소는 2005년 엔진을 국산화하기로 결정하고 개발사로 현대두산인프라코어를 선택, 현대두산인프라코어가 일반개산계약 방식으로 엔진의 시제품을 개발하고 국방과학연구소에 납품하기로 하는 내용의 시제계약을 맺었다. 일반개산계약이란 계약금액을 확정할 수 있는 원가자료가 없어 계약금액을 계약이행 후에 확정하는 계약방식을 말한다. 현대두산인프라코어는 685억원 상당의 개발비(정부투자비 409억원, 업체투자비 276억원)를 투입해 국내 최초로 1,500마력 전차 엔진 개발에 성공, 2014년 11월 국방과학연구소에 엔진 시제품을 납품했으나, 국방과학연구소가 정부투자비 409억원에 해당하는 정산금을 지급하지 않자 소송을 냈다. 

현대두산인프라코어는 개산계약의 특성에 따라, 국방과학연구소 스스로가 K2 전차 엔진 개발비용으로 투입되었다고 인정한 정산원가 전부를 현대두산인프로코어에게 지급할 의무가 있다고 주장했으나, 국방과학연구소는 시제계약서 20조의 계약특수조건에 포함된 '계약금액의 확정은 정산원가에 의하여 피고의 확보예산 범위 내에서 정산한다'는 문구를 들어 "원고는 피고의 확보예산 범위 내로서 이 사건 계약의 상한에 해당하는 수정계약을 통해 증액된 최종 계약금액 354억 2,000만원을 초과하는 돈을 정산금으로 청구할 수 없다"고 맞섰다. 국방과학연구소는 354억 2,000만원을 정산확정계약금액으로 확정하고 이중 미지급 잔금에 해당하는 35억 4,200만원에서 정산원가를 기준으로 산출한 지체상금 11억 3,100여만원을 상계처리하여 남은 24억 1,000여만원을 공탁했다.

재판부는 그러나 "(원고와 피고가 맺은) 계약의 계약금액은 방산물자의 원가계산에 관한 규칙 등에 따라 정산원가가 산정되면 그 정산원가를 기초로 하여 정해진다고 해석함이 타당하고, 이와 달리 피고의 확보예산 범위가 이 사건 계약의 계약금액 상한이 된다고 해석하기는 어렵다"며 현대두산인프라코어의 손을 들어주었다.

재판부는 "일반개산계약에서 계약금액이라 함은 계약이행 중 또는 계약이행 후에 산정된 실제발생원가를 기초로 하여 결정된 금액을 말한다"고 전제하고, "일반개산계약은 개산가격(개산계약을 체결하기 위하여 개산원가를 기초로 하여 결정한 가격)에 의하여 체결하되, 계약금액은 계약이행 후 방산물자의 원가계산에 관한 규칙(방산원가계산규칙)에 의하여 산정된 실제발생원가를 기초로 하여 정하게 된다"고 밝혔다. 이어 "특수조건 제20조 가.항에서 계약금액의 확정은 정산원가에 의하여 피고의 확보예산 범위 내에서 정산하게 된다고 정하는 한편, 같은 조 마.항에서 정산원가 산정 시에는 구 방산원가계산규칙 및 시행세칙, 회계예규 및 기타 관련 법규를 적용하도록 정하고 있는데, 정산원가 산정에 적용되는 방산원가계산규칙 및 시행세칙 등의 규정에서 일반개산계약의 계약금액을 확정할 때 피고의 확보예산을 고려한다는 내용은 찾을 수 없다"고 지적하고, "일반개산계약의 계약금액은 당사자 사이에 미리 그 상한금액의 액수를 구체적으로 특정하는 등의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계약이행 후 산정된 정산원가에 기초하여 정해지는 것이지, 그러한 절차에 따라 정해진 일반개산계약의 계약금액에 대하여 피고의 확보예산 범위가 어느 정도인지에 따라 그 계약금액의 상한이 정해진다거나 계약금액이 감액된다고 볼 수는 없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따라서 "이 사건 특수조건 제20조 가항에서 '계약금액의 확정은 정산원가에 의하여 피고의 확보예산 범위 내에서 정산한다'고 정한 것은 '계약금액을 실제로 확보한 예산의 범위 안에서 확정한다'는 의미가 아니라 '정산 원가에 의하여 정해진 계약금액이 피고의 확보예산 범위 내에 있으면 피고는 그 확보 예산 범위 내에서 계약금액을 지급하되, 확보예산 범위를 초과할 경우에는 이를 현실적으로 지급하는 것이 어려우므로, 차후 해당 부분의 예산을 확보하여 지급한다'라는 의미로 새겨야 한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피고가 승인하여 원고에게 통보한 정산원가계산금액인 467억 5,300여만원을 이 사건 계약의 계약금액으로 보았다. 이어 원고가 피고로부터 선금으로 318억 7,800만원을 지급받았으므로 피고가 원고에게 지급해야 할 미지급 정산금은 148억 7,500여만원이라고 판결했다.

"방산물자 개발비용 일방적 축소 제동"

현대두산인프라코어를 대리한 법무법인 화우의 박재우 변호사는 "이번 판결로 방산물자 개발에 소요될 원가 비용을 예상할 수 없어 개산계약으로 체결되는 방산계약에서, 발주자인 국가기관이 예산 확보 등을 이유로 일방적으로 개발비용을 축소하여 정산하는 방식이 법원에 의해 제동이 걸리게 되었다"며 "K2 전차의 엔진 개발에 성공한 현대두산인프라코어의 노력과 헌신을 법원으로부터 인정받아 무엇보다 기쁘다"고 말했다.

리걸타임즈 김덕성 기자(dsconf@legal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