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공인중개사가 중개수수료 받지 않고 임대차계약서 작성만 했어도 중개행위"
[부동산] "공인중개사가 중개수수료 받지 않고 임대차계약서 작성만 했어도 중개행위"
  • 기사출고 2022.12.15 09: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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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지법] "신탁등기 설명 안 해 발생한 손해의 20% 배상하라"

임대인과 임차인이 직접 빌라 임대차계약을 맺고, 공인중개사는 중개수수료를 받지 않은 채 임대차계약서만 작성해 주었더라도 이 빌라에 신탁을 원인으로 한 소유권이전등기가 마쳐져 있다는 사실 등을 제대로 설명하지 않아 임차인이 보증금 일부를 돌려받지 못했다면 손해의 20%를 배상해야 한다는 판결이 나왔다. 

서울중앙지법 염우영 판사는 10월 6일 대구 동구에 있는 빌라를 임차했다가 보증금 1억 2,500만원 중 6,500만원을 돌려받지 못한 A씨가 손해를 배상하라며 공인중개사 B씨와 한국공인중개사협회를 상대로 낸 소송(2021가단5095580)에서 피고들의 책임을 20% 인정, "B씨와 한국공인중개사협회는 연대하여 A씨에게 1,300만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A씨는 2018년 5월 임대인 C씨와 임대차보증금 1억 2,500만원, 임대차기간 2018년 6월 1일부터 2020년 5월 31일까지로 정해 빌라 임대차계약을 맺었다. A씨는 은행으로부터 전세자금 대출을 받고자 공인중개사가 작성한 임대차계약서가 필요했는데, C씨 소유 건물의 건물관리인이 알고 지내던 공인중개사 B씨에게 임대차계약서 작성을 부탁, B씨가 전세계약서의 개업공인중개사 란에 공인중개사로서 서명 · 날인을 했다. 그러나 B씨는 A씨나 C씨를 만나지 않았고, 중개수수료도 지급받지 않았다. 

그런데 이 빌라에는 이미 2017년 6월 한 회사 앞으로 신탁을 원인으로 한 소유권이전등기가 마쳐져 있었다. A씨는 2020년 3월 임대차보증금 중 6,500만원을 돌려받지 못한 채 빌라에서 퇴거하게 되자, B씨 등을 상대로 소송을 냈다.

피고들은 "임대차계약서 작성행위만으로 공인중개사법이 정한 중개행위에 해당하지 않고, 중개행위를 전제로 하는 공인중개사법 30조에서 정한 손해배상책임을 부담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염 판사는 그러나 "공인중개사법 제2조 제1호는 '중개라 함은 제3조의 규정에 의한 중개대상물에 대하여 거래당사자 간의 매매 · 교환 · 임대차 그 밖의 권리의 득실변경에 관한 행위를 알선하는 것을 말한다'고 규정하고, 제30조 제1항은 '중개업자는 중개행위를 함에 있어서 고의 또는 과실로 인하여 거래당사자에게 재산상의 손해를 발생하게 한 때에는 그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고 규정하고 있는데, 여기서 어떠한 행위가 중개행위에 해당하는지 여부는 중개업자의 행위를 객관적으로 보아 사회통념상 거래의 알선 · 중개를 위한 행위라고 인정되는지 아닌지에 따라 판단하여야 한다(2008다22276 판결 등 참조)"고 전제하고, "이 사건에서, 피고 B가 위와 같이 이 사건 계약서를 작성할 당시 그 주관적인 의사는 임대차계약을 중개할 의사가 아니었다고 하더라도 객관적으로 보면 위와 같이 임대차계약서에 중개인으로 서명 · 날인하여 계약서를 완성하는 행위는 거래당사자 간의 임대차에 관한 권리의 득실변경에 관한 행위가 잘 이루어지도록 주선하는 행위로서 사회통념상 거래의 알선 · 중개를 위한 행위라고 봄이 타당하다"고 밝혔다.

이어 "B는 이와 같이 중개행위를 함에 있어 중개대상물의 권리관계를 확인하고 대상물에 관한 권리를 취득하고자 하는 중개의뢰인에게 이를 성실 · 정확하게 설명하고, 토지 대장 등본 또는 부동산종합증명서, 등기사항증명서 등 설명의 근거자료를 제시하여야 함에도 불구하고(공인중개사법 제25조), 원고에게 신탁원부를 제시하고 빌라에 관한 신탁관계 설정사실 및 그 법률적 의미, 즉 신탁회사가 소유자이므로, 임대인으로부터 임대차보증금을 반환받지 못할 경우 빌라에 관하여 집행절차 등의 조치를 취할 수 없다는 사실을 설명하여야 함에도 신탁원부나 법률적인 의미 등에 관하여 설명을 하지 아니하였다"고 지적하고, "B는 이와 같은 설명의무를 다하지 아니하여 원고에게 재산상 손해를 발생하게 한 것이므로, 부동산중개법 제30조 제1항에서 정한 손해배상책임이 있고, 한국공인중개사협회는 공제계약에 따라 B와 연대하여 이를 지급할 의무가 있다"고 밝혔다.

염 판사는 "B는 이와 같은 의무를 위반하였고 원고가 위와 같은 설명을 공인중개사인 B로부터 들었다면 위 계약을 체결하지 아니하였을 개연성이 있는 이상 위 C가 임대차보증금 잔금을 지급받고 신탁등기를 말소하기로 한 약정이 계약서에 기재되어 있고, C가 위 의무를 위반하여 원고가 손해를 입었다고 하더라도 달리 볼 것은 아니다"고 밝혔다.

염 판사는 다만, "원고와 C가 직접 계약을 체결한 점, B는 임대차계약서만 작성하고 거래당사자들을 만나보지 못하였고, 중개수수료도 받지 아니한 점, 위 계약서에는 신탁관계가 기재되어 있고, 임대차계약을 체결하는 원고도 그 법률적 의미를 확인하여야 했던 것으로 보이는 점 등을 참작하면, 원고 역시 계약의 당사자로서 등기부등본을 확인하거나 계약서 및 등기부등본 등의 의미내용을 확인하지 아니한 잘못이 있다고 인정된다"며 피고들의 책임을 20%로 제한했다.

서지원 변호사가 A씨를 대리했다.

리걸타임즈 김덕성 기자(dsconf@legal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