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정] "경찰 작성 '사건 발생보고서', '보복운전' 피의자에 공개해야"
[행정] "경찰 작성 '사건 발생보고서', '보복운전' 피의자에 공개해야"
  • 기사출고 2022.12.08 08: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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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행법] "목격자 진술은 제외"

보복운전 혐의를 받는 피의자에게 해당 사건의 담당 경찰관이 작성한 '발생보고서'는 공개되더라도 경찰의 직무수행에 특별한 장애를 초래한다고 보기 어려우므로 원칙적으로 정보공개의 대상이라는 판결이 나왔다. 법원은 다만, 그 문서에 피해자, 목격자 기타 참고인 등 사건 관계자의 진술이 아울러 기재되어 있다면, 해당 부분은 사건의 실체를 좌우하는 증거로 기능할 수 있으므로, 이를 피의자에게 미리 공개하는 경우에 피의자가 그 내용에 맞추어 본인의 진술을 변경하는 등으로 수사기관의 공정하고 효율적인 수사에 직접적 ‧ 구체적으로 현저한 장애를 줄 고도의 개연성이 있다고 보아 정보공개청구자와 사이에 보복운전 시비를 일으킨 목격자, 피혐의자의 진술은 제외하고 공개하라고 판결했다.

서울행정법원 제13부(재판장 박정대 부장판사)는 10월 27일 보복운전 혐의를 받는 A씨가 "경찰이 작성한 발생보고서를 공개하라"며 서울 송파경찰서장을 상대로 낸 소송(2022구합682)에서 "발생보고서 중 원고와 사이에 보복운전 시비를 일으킨 목격자(피혐의자)의 진술을 제외한 나머지 부분을 공개하라"고 판결했다.

2022년 2월 4일 오후 3시 54분쯤 A, B씨 사이에 운전 중 보복운전 시비가 발생, A, B씨의 각 신고를 받아 현장에 출동한 송파경찰서 경찰관이 사건을 조사해 '발생보고서(특수협박)'라는 제목의 문서를 작성한 후, 이를 교통범죄수사팀으로 이첩했다. 이에 A씨가 송파경찰서에 발생보고서의 공개를 청구했으나, 송파경찰서가 공공기관의 정보공개에 관한 법률(정보공개법) 9조 1항 단서 4호를 근거로 공개를 거부하자 소송을 냈다. 정보공개법 9조 1항 단서 4호는 '수사에 관한 사항으로서 공개될 경우 그 직무수행을 현저히 곤란하게 한다고 인정할 만한 상당한 이유가 있는 정보'를 비공개대상정보의 하나로 규정하고 있다.

재판부는 먼저 대법원 판결(2017두44558)을 인용, "정보공개법 제9조 제1항 단서 제4호의 취지는 수사의 방법 및 절차 등이 공개되어 수사기관의 직무수행에 현저한 곤란을 초래할 위험을 막고자 하는 것으로서, 수사기록 중의 의견서, 보고문서, 메모, 법률검토, 내사자료 등(이하 '의견서 등'이라고 한다)이 이에 해당하나, 공개청구대상인 정보가 의견서 등에 해당한다고 하여 곧바로 제4호에 규정된 비공개대상정보라고 볼 것은 아니고, 의견서 등의 실질적인 내용을 구체적으로 살펴 수사의 방법 및 절차 등이 공개됨으로써 수사기관의 직무수행을 현저히 곤란하게 한다고 인정할 만한 상당한 이유가 있어야만 위 비공개대상정보에 해당한다"고 전제하고, "여기에서 '공개될 경우 그 직무수행을 현저히 곤란하게 한다고 인정할 만한 상당한 이유가 있는 정보'란 당해 정보가 공개될 경우 수사 등에 관한 직무의 공정하고 효율적인 수행에 직접적이고 구체적으로 장애를 줄 고도의 개연성이 있고 그 정도가 현저한 경우를 의미하며, 여기에 해당하는지는 비공개에 의하여 보호되는 업무수행의 공정성 등의 이익과 공개에 의하여 보호되는 국민의 알권리의 보장과 수사절차의 투명성 확보 등의 이익을 비교 · 교량하여 구체적 사안에 따라 신중히 판단하여야 한다"고 밝혔다.

이어 "발생보고서에는 경찰관이 피의사건의 신고를 접수받고 현장에 출동한 뒤부터 실시한 일련의 조치들이 객관적으로 서술되어 있을 뿐, 피의사건에 관한 경찰의 잠정적인 결론이나 향후 수사계획은 특별히 드러나 있지 않은데다, 위 현장조치 과정에서 일반적인 수사절차와 구별되는 특수한 조사기법이 사용된 것으로 보이지도 않고, 한편 피의사건으로 경찰 수사를 받고 있는 원고로서는, 사건 현장에서 이루어진 초동수사의 진행 경과를 되짚어보고 해당 수사절차의 적법 여부를 검토할 이익이 상당하다고 할 수 있다"며 "따라서 발생보고서의 내용이 원고에게 공개되더라도 경찰의 직무수행에 별다른 장애를 초래할 것으로 보기 어렵다"고 밝혔다. 발생보고서는 공개대상이라는 것이다.

재판부는 다만, "발생보고서 중 피혐의자(B)의 진술 부분은 그 공개로 인하여 현재 진행 중인 피의사건의 공정하고 효율적인 수사에 직접적 · 구체적으로 현저한 장애를 줄 고도의 개연성이 있다고 판단된다"며 발생보고서 중 B의 진술을 제외한 나머지 부분만 공개하라고 판결했다.

재판부는 "발생보고서 중 피혐의자의 진술을 기재한 부분은 단순히 수사절차를 설명하는 정보에 그치지 않고, 나아가 피의사실의 내용을 좌우하는 실체적인 증거에 해당하는 것인데, 피고인의 방어권 보장을 위하여 증거개시제도(형사소송법 제266조의3) 등의 규정을 두고 있는 공판단계와는 달리, 그러한 규정이 없는 수사단계에서는 밀행성의 원칙이 적용됨에 따라 수사기관이 증거의 공개 여부 · 시점 · 범위 · 방법 등을 합목적적으로 결정할 폭넓은 재량권을 보유한다고 해석된다"며 "그런데 피의사건에 관하여 현재까지 원고에 대한 소환 조사가 이루어지지 않은 것으로 보이는바, 이처럼 원고의 진술이 충분히 확보되지 않은 상황에서 미리 원고에게 피혐의자의 진술을 공개한다면, 그때부터 원고가 피혐의자의 진술 내용을 참고하여 자신의 진술을 구성하는 것이 가능하게 되므로, 수사기관으로서는 원고 진술의 신빙성에 대하여 정당한 평가를 내리기 어렵게 될 우려가 크다"고 밝혔다.

리걸타임즈 김덕성 기자(dsconf@legal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