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정] "6년 전 입국금지결정 있었다고 재외동포 비자 발급 거부 위법"
[행정] "6년 전 입국금지결정 있었다고 재외동포 비자 발급 거부 위법"
  • 기사출고 2022.12.07 19: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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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행법] "재량권 불행사 자체로 재량권 일탈 · 남용"

마약범죄로 약 6년 전 입국금지결정이 있었다는 이유만으로 재외동포의 비자 발급을 거부한 것은 위법하다는 판결이 나왔다.

서울행정법원 최기원 판사는 10월 27일 재외동포 A(40)씨가 "사증발급 거부처분을 취소하라"며 주LA총영사관 총영사를 상대로 낸 소송(2021구단75279)에서 "처분을 취소하라"고 원고 승소 판결했다.

미국 시민권자인 A씨는 2014년 4월 서울중앙지법에서 마약류관리에 관한 법률 위반(대마) 혐의로 징역 2년 6개월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받아 그대로 확정되었다. 서울출입국 · 외국인청장은 A씨에게 출국명령을 내렸고, 이에 따라 A씨는 미국으로 출국했다. 이후 법무부장관은 2015년 6월 30일부터 영구적으로 A씨의 입국을 금지하는 결정을 했다.

A씨는 2021년 8월 주LA총영사관에 재외동포(F-4) 체류자격의 사증발급을 신청했으나, 주LA총영사관이 법무부장관의 입국금지결정이 있었다는 이유로 사증발급을 거부하자 소송을 냈다. 

최 판사는 먼저 "입국금지결정 당시 법무부장관이 공식적인 방법으로 이를 외부에 표시하였다고 볼 아무런 증거가 없으므로, 입국금지결정이 공정력과 불가쟁력을 갖는 행정처분에 해당한다고 볼 수 없다"고 전제하고, "다만, 입국금지결정은 행정기관 내부에서 사증발급이나 입국허가에 대한 지시로서의 성격을 갖는다고 볼 수 있을 것이나, 사증발급 거부처분이 재외공관의 장 등에 대한 법무부장관의 지시에 해당하는 입국금지결정을 그대로 따른 것이라고 해서 적법성이 보장된다고 할 수는 없다"고 밝혔다.

이어 "①(원고에 대한) 사증발급 거부처분의 처분서에는 '귀하는 출입국관리법 제11조(입국의 금지) 제1항에 해당합니다'라고만 기재되어 있을 뿐, 피고가 처분 당시 행한 재량심사의 내용은 전혀 기재되어 있지 않은 점, ②피고 스스로 법무부장관의 입국금지결정을 존중하여 사증발급 거부처분을 하였다고 주장하고 있는 점, ③피고는 처분 당시 입국금지결정에도 불구하고 원고에게 사증을 발급할 특별한 인도적 사유가 있는지 여부를 심사하였다고 주장하나 이를 뒷받침하는 아무런 증거도 제출하지 않은 점, ④법원은 피고에게 처분 당시 처분으로 달성하려는 공익과 그로써 원고가 입게 되는 불이익의 내용과 정도를 비교형량하였음을 인정할 수 있는 이익형량 자료를 제출할 것을 수차례 명하였으나 아무런 자료도 제출되지 않은 점 등의 사정들에 비추어 보면, 피고는 아무런 이익형량 없이 단지 약 6년 전에 입국금지결정이 있었다는 이유만으로 처분을 하였다고 봄이 타당하다"고 지적하고, "그런데 피고가 처분으로 달성하려는 공익과 그로써 원고가 입게 되는 불이익의 내용과 정도를 비교형량하는 등 관계 법령상 부여된 재량권을 행사하지 않고 입국금지결정만을 사유로 하여 사증발급 거부처분을 한 것은 재량권 불행사로서 그 자체로 재량권 일탈 · 남용에 해당한다고 봄이 타당하다"고 밝혔다. 따라서 이 사건 처분은 위법하므로 취소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대법원 판결(2019. 7. 11. 선고 2017두38874 등)에 따르면, 처분의 근거 법령이 행정청에 처분의 요건과 효과 판단에 일정한 재량을 부여하였는데도, 행정청이 자신에게 재량권이 없다고 오인한 나머지 처분으로 달성하려는 공익과 그로써 처분상대방이 입게 되는 불이익의 내용과 정도를 전혀 비교형량하지 않은 채 처분을 하였다면, 이는 재량권 불행사로서 그 자체로 재량권 일탈 · 남용으로 해당 처분을 취소하여야 할 위법사유가 된다.

재판부는 "출입국관리법과 그 시행규칙, 재외동포의 출입국과 법적 지위에 관한 법률(재외동포법)의 관련 조항과 체계, 입법 연혁과 목적을 종합하여 보면, 재외동포에 대한 사증발급은 행정청의 재량행위에 속하는 것으로서, 재외동포가 사증발급을 신청한 경우에 출입국관리법 시행령 [별표 1의2]에서 정한 재외동포체류자격의 요건을 갖추었다고 해서 무조건 사증을 발급해야 하는 것은 아니다. 재외동포에게 출입국관리법 제11조 제1항 각호에서 정한 입국금지사유 또는 재외동포법 제5조 제2항에서 정한 재외동포체류자격 부여 제외사유가 있어 그의 국내 체류를 허용하지 않음으로써 달성하고자 하는 공익이 그로 말미암아 발생하는 불이익보다 큰 경우에는 행정청이 재외동포체류자격의 사증을 발급하지 않을 재량을 가진다고 보아야 한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출입국관리법 제11조 제1항 각 호에서 정한 입국금지사유는 매우 다양하고, 입국금지사유가 언제 해소될지를 예측하기 곤란한 경우도 있다"며 "입국금지사유가 소멸한 때에는 요청기관의 장은 지체 없이 법무부장관에게 입국금지의 해제를 요청하여야 하고(출입국관리법 시행령 제14조 제3항), 입국금지의 결정권자인 법무부장관은 이러한 요청이 없더라도 직권으로 입국금지를 해제할 의무가 있다고 보아야 한다"고 밝혔다.

또 "출입국관리법은 외국인의 입국금지사유가 입국 후에 발견되거나 발생하여 강제퇴거명령을 하거나, 외국인이 대한민국에서 범죄를 저지르고 금고 이상의 형을 선고받아 강제퇴거명령을 하는 경우에도 원칙적으로 5년간의 입국금지 제한을 정하고 있을 뿐"이라며 "이 사건 입국금지결정은 원고의 마약류관리법 위반 범행을 이유로 이루어진 제재조치인바, 그로부터 약 6년이 경과한 시점에서 이루어진 사증발급 거부처분이 비례의 원칙에 반하는 것인지 여부를 판단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리걸타임즈 김덕성 기자(dsconf@legal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