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반적으로 무형 자산인 지식재산권 침해 사건의 경우 유형 자산의 경우보다 침해 입증에 어려움이 있다. 그 이유는 오늘날 기술이 빠르게 진화하고 있고, 기술 수준 역시 상당히 고도화되고 있으며, 복수 국가들 내 다양한 지역에 위치한 생산 시설을 통해 제품 제조가 이루어지는 등 단순하지 않은 기술 및 복잡한 비즈니스 환경을 꼽을 수 있다. 이러한 근거로 지식재산권 침해시 그 사안의 긴급성 및 효율적인 증거품 수집의 필요성을 고려해 볼 때 '증거 압류'의 중요성은 쉽게 간과될 수 없다.
최근 국내에서도 특허침해 소송시 침해 사실을 입증하기 위한 방안으로 특허법 내 한국형 증거수집제도를 도입하는 것이 논의되고 있으며, 이러한 도입의 기초 업무로 해외에서 운용중인 다양한 증거 압류제도들이 검토되었다. 이중 프랑스 소송에서의 Saisie-Contrefaçon은 증거 압류 집행 전 상대방에 통보 없이 기습적으로 매우 신속하게 침해 의심품 압류가 가능한 제도로 알려져 있다.
이러한 이유로 전략적으로 또는 실무적으로 유럽 내 다른 EU 국가에서 다수의 지식재산권 소송 발생시 프랑스에서 우선적으로 Saisie-Contrefaçon을 진행한 후 확보된 증거를 유럽 내 각국 소송시 활용하는 경우가 많다.
이하에서는 이러한 프랑스의 Saisie-Contrefaçon에 대해 구체적으로 살펴보고자 한다.
1. Saisie-Contrefaçon 일반
유럽 내 각 국가별 증거 압류제도는 다양한 방식으로 운용되는데, 프랑스의 Saisie-Contrefaçon은 침해 의심자보다는 특허권자의 권리 이익이 우선적으로 보호된다는 점이 중요하게 부각된 제도로, 특허뿐만 아니라 상표 및 디자인이 포함된 다양한 지식재산권 침해에 대한 증거 압류가 가능하다는 점에 특징이 있다. 프랑스의 Saisie-Contrefaçon은 전체 침해소송의 90% 이상에서 활용될 만큼 적극적으로 활용되고 있다. 소요 비용도 사건의 복잡성에 따라 다르지만 대략 3,000~50,000 유로 정도의 합리적인 수준으로 알려져 있다. Saisie-Contrefaçon은 침해에 대해 구체적인 증거가 요구되지 않고, 침해 의심자가 절차의 참여 당사자가 될 수 없는 결정계(Ex-Parte) 형식으로 운용되며, 구술변론도 없다.
2. Saisie-Contrefaçon 절차
Saisie-Contrefaçon은 특허권자 또는 전용실시권자가 Paris 1심 법원에 청구의 형태로 신청함으로써 개시된다. 이후 법원장은 침해 의심품의 증거 압류에 대한 불가피적인 당위성이 인정되는 경우 침해 의심자의 모든 증거들에 대해 압류 명령 결정을 내린다. 상기 명령의 목적은 특허권자가 소송에 대비하여 필요한 증거를 미리 확보하도록 함에 있고, 이러한 결정은 며칠 내(경우에 따라서는 당일) 늦어도 1개월 이내로 상당히 신속하게 이루어진다.
Saisie-Contrefaçon은 침해 의심자에게 관련 상황이 통보되지 않은 채 기습적으로 시작되며, 이러한 기습적 움직임은 신속한 침해 의심품의 압류를 위한 것이다. Saisie-Contrefaçon의 실체적인 진행은 법원장의 명령을 받은 법원 집행관(Bailiff)에 의해 수행되며, 보조적으로 법원 집행관이 관련 전문가(변리사, 회계사 등)를 대동하기도 하고 상황에 따라서는 경찰 및 열쇠 기술자 등의 도움을 받아 현장을 강제 급습하는 것도 가능하다. 추후 법원 집행관은 침해 의심품 및 침해 관련 자료들을 기초로 침해 의심 상황에 대한 보고서를 작성하는데, 이를 근거로 법원장은 침해의 범위를 판단하게 된다.
3. Saisie-Contrefaçon 압류 대상
법원 집행관은 침해 의심품의 샘플 및 제조공정에 대한 문서뿐만 아니라 침해 의심품의 제조 및 판매에 사용되는 생산 장치 등도 압류할 수 있다. 구체적으로, ①설계도 및 공정도를 포함하는 기술 서류, ②제조수량, 판매가격, 판매수량, 마진률 및 전표를 포함하는 회계 서류, ③카탈로그와 같은 광고 서류에 대한 압류가 모두 가능하다.
한편 Saisie-Contrefaçon은 특허권자를 강하게 보호하는 제도로 알려져 있지만, 영업비밀 보호법의 영향으로 압류된 물품의 기밀성이 요구되는 경우에는 침해 의심자의 업무상 비밀 자료에 대해 블라인드 처리가 가능하다.
4. Saisie-Contrefaçon 고려 사항
Saisie-Contrefaçon을 활용함에 있어서 가장 주의할 점은 증거 압류 신청자가 법원 집행관의 보고서를 기초로 압류일로부터 20일 이내에 침해 의심자에 대한 본안소송을 반드시 제기해야 한다는 것이다. 만약 소정 기간 내 본안소송이 제기되지 않으면 압류된 증거들은 무효가 되고, Saisie-Contrefaçon을 신청했던 특허권자 등은 압류 후 상대방이 입은 손해를 배상해야 한다.
20일 내 본안소송 제기해야
또한 Saisie-Contrefaçon 신청자는 신청시 충실성의 원칙에 근거하여 자신이 알고 있는 한도 내에서 소송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모든 정보를 제출해야 하며, 만약 그렇지 아니하고 고의적으로 이를 감춘 것이 드러나면, 상대방은 이를 이유로 Saisie-Contrefaçon 절차가 무효라는 법원 판단을 추후 요청할 수 있다.
5. Saisie-Contrefaçon 사례
의약품의 활성성분이 프랑스 밖에서 생산된 후 프랑스로 수입되는 상황에서 활성성분 제법에 관한 특허 침해가 문제되는 경우에 침해 의심자에 대해 Saisie-Contrefaçon을 진행한다 하더라도 활성성분의 제법에 관한 직접적인 증거 확보가 어려울 수 있다. 이에 대해 Paris 1심 법원은 사건의 직접 당사자가 아닌 프랑스 의약품 안전청에 대한 Saisie-Contrefaçon 진행을 허여하였고, 이러한 명령에 따라 법원 집행관은 프랑스 의약품 안전청이 보관중인 활성성분의 제조공정에 관한 자료를 확보하였다. 이에 대해 상대방은 사건의 당사자가 아닌 프랑스 의약품 안전청에 대한 Saisie-Contrefaçon의 진행이 적법한지 여부를 다투는 항소를 제기하였으나, 최종적으로 항소 법원은 이러한 절차가 적법하다고 판단하였다(프랑스 의약품 안전청-Astrazeneca AB vs. Cipla Ltd., Cour d'appel de Paris, 2011. 12. 6, No° 11/11455). 본 사건 이후 최근까지도 의약품 관련 특허 침해 사건에서 프랑스 의약품 안전청 자료를 압류하기 위한 Saisie-Contrefaçon이 널리 활용되고 있다.
정혜진 · 한혜진 변리사(김앤장 법률사무소, hyejin.jung@kimcha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