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사] "부인과 이혼했으면 미성년 자녀 있어도 성전환자 성별정정 허용해야"
[가사] "부인과 이혼했으면 미성년 자녀 있어도 성전환자 성별정정 허용해야"
  • 기사출고 2022.12.11 11: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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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 기존 판례 변경

혼인 중에 있지 아니한 성전환자에 대해 미성년 자녀가 있다는 사정만으로 성별정정을 불허해서는 안 된다는 대법원 전원합의체 결정이 나왔다. 현재 혼인 중에 있거나, 성전환자에게 미성년 자녀가 있는 경우에는 성전환자의 성별정정이 허용되지 않는다는 기존 판례를 변경한 것이다.

대법원 전원합의부(주심 박정화 대법관)는 11월 24일 부인과 이혼한 A씨가 "가족관계등록부상 성별을 '남'에서 '여'로 정정하도록 허가해달라"며 낸 등록부 정정 신청사건의 재항고심(2020스616)에서 이같이 판시, A씨의 청구를 기각한 원심을 깨고, 성별정정을 허가하라는 취지로 사건을 서울가정법원으로 되돌려보냈다.

A씨는 남성으로 출생했으나 어린 시절부터 여성으로의 귀속감을 가지고, 사춘기가 되어 얼굴 형태와 체격, 목소리가 남성적으로 변해가는 것에 정신적 고통을 느꼈다. A씨는 자신의 성정체성을 숨긴 채 생활하다가 혼인했으나, 성정체성 문제로 혼인한 지 약 5년 10개월 만에 이혼했다. 이후 A씨는 2018년 11월경 태국에 있는 성형외과에서 고환과 음경을 제거하고 여성의 외부성기 모양을 갖추는 등의 수술을 받아 여성의 옷차림, 머리 모양을 하고 사회적으로 여성으로서 생활해 왔다. A씨는 쌍둥이인 미성년 자녀 2명을 두고 있는 상태에서 가족관계등록부상 성별정정 허가를 신청했다.

이에 대해 1심과 항소심 재판부는 A씨에게 미성년 자녀가 있어 성별정정을 허가하는 것이 미성년 자녀의 복리에 부정적인 영향이 있다는 이유로 허가 신청을 기각했다. 성전환자의 성별정정을 허가함에 있어 현재 혼인 중에 있거나 성전환자에게 미성년 자녀가 있는 경우에는 성별정정이 허용되지 않는다고 판단한 대법원 2011. 9. 2. 자 2009스117 전원합의체 결정에 따른 것이었다.

사건의 쟁점은 현재 혼인 중에 있지 아니한 성전환자에게 미성년 자녀가 있는 경우를 성별정정의 독자적인 소극 요건으로 보는 것이 타당한지 여부.

대법원은 "미성년 자녀가 있는 성전환자의 성별정정 허가 여부를 판단할 때에는 성전환자의 기본권의 보호와 미성년 자녀의 보호 및 복리와의 조화를 이룰 수 있도록 법익의 균형을 위한 여러 사정들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실질적으로 판단하여야 한다"며 "따라서 위와 같은 사정들을 고려하여 실질적으로 판단하지 아니한 채 단지 성전환자에게 미성년 자녀가 있다는 사정만을 이유로 성별정정을 불허하여서는 안 된다"고 밝혔다. 

대법원은 "성전환자도 자신의 성정체성을 바탕으로 인격과 개성을 실현하고 우리 사회의 동등한 구성원으로서 타인과 함께 행복을 추구하며 살아갈 수 있어야 한다"며 "이러한 권리를 온전히 행사하기 위해서 성전환자는 자신의 성정체성에 따른 성을 진정한 성으로 법적으로 확인받을 권리를 가진다"고 밝혔다.

이어 "성별정정은 성전환을 마친 성전환자의 실제 상황을 수용하여 공부에 반영하는 것일 뿐, 성전환자인 부 또는 모와 그 미성년 자녀 사이의 신분관계에 중대한 변동을 새롭게 초래하거나 권리의무의 내용에 영향을 미치는 것이 아니다"고 지적하고, "성별정정 자체가 가족제도 내의 성전환자의 부 또는 모로서의 지위와 역할이나 미성년 자녀가 갖는 권리의 본질적이고 핵심적인 내용을 훼손한다고 볼 수도 없다"고 밝혔다.

대법원은 "원심은 대법원 2011. 9. 2. 자2009스117 전원합의체 결정을 인용하여, '미성년 자녀가 있는 경우'를 성전환자 성별정정의 독자적인 소극 요건으로 보고, 이 사건 기록에 나타난 여러 사정을 구체적으로 살펴서 실질적인 판단을 하지 아니한 채 단지 신청인에게 미성년 자녀가 있다는 사정을 이유로 이 사건 허가 신청을 불허하였다"며 "이러한 원심의 판단에는 헌법 제10조 전문의 모든 국민은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를 가지고, 행복을 추구할 권리를 가지며, 헌법 제11조 제1항의 모든 국민은 법 앞에 평등하다는 헌법상 기본권 및 성전환자의 성별정정 허가 기준 등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고 필요한 심리를 다하지 아니하여 결정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있다"고 판시했다.

리걸타임즈 김덕성 기자(dsconf@legal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