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사] 코로나 확진자 발생 불구 종교행사 출입자명단 제출 거부해도 '역학조사 거부' 무죄
[형사] 코로나 확진자 발생 불구 종교행사 출입자명단 제출 거부해도 '역학조사 거부' 무죄
  • 기사출고 2022.12.04 14: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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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 "감염병예방법상 '역학조사' 범위 엄격 해석해야"

종교단체 관계자들이 코로나19 발생 후 종교행사 출입자 등의 명단을 제출해 달라는 지방자치단체의 요구를 거부한 것은 감염병예방법상 역학조사 거부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취지의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역학조사'의 범위를 엄격 해석해야 한다는 것이다. 

대법원 제3부(주심 안철상 대법관)는 11월 17일 감염병예방법상 역학조사 거부 혐의 등으로 기소된, 한 종교단체가 운영하는 수련시설인 BTJ(Back to Jerusalem) 열방(列邦) 센터의 시설물 관리자 A씨와 교육집행위원장 B씨에 대한 상고심(2022도7290)에서 이같이 판시, 역학조사 거부 혐의를 유죄로 인정한 원심을 깨고, 역학조사 거부 혐의는 무죄라는 취지로 사건을 대구지법으로 되돌려보냈다. 법무법인 광장이 피고인들을 변호했다.

BTJ(Back to Jerusalem) 열방(列邦) 센터는 코로나19 집단감염 사태가 이어지던 2020년 11월 27일부터 2일까지 이틀간 '글로벌리더십 역량 개발 행사'를 열었는데, 참석자 중 한 명이 며칠 뒤인 12월 3일 대구 수성구보건소에서 코로나19 양성 확진 판정을 받았다. A씨는 12월 3일 상주시 역학조사 담당자로부터 행사 기간에 센터 시설에 출입한 자들의 명단과 해당 시설에 종사하는 자들의 명단을 제출해 달라는 요구를 받았으나 B씨와 공모해 명단 제출을 거부했다. A씨는 이어 다음날인 12월 4일 명단을 제출해 달라는 상주시장 명의의 공문을 받고도 B씨와 공모해 명단 제출을 거부한 혐의 등으로 기소됐다. A씨는 이 센터를 운영하는 종교단체 소속 선교사로서 센터의 교육 집행과 행사를 기획하고, 시설물을 관리하는 자이다. B씨는 센터의 교육집행위원장으로 선교사 훈련 프로그램을 기획하고, 교육과 후원 업무를 총괄하는 자이다.

1심과 항소심 재판부가 역학조사 거부 혐의를 유죄로 인정하자 피고인들이 상고했다.

대법원은 형벌법규의 구성요건 요소에 해당하는, 감염병의 예방 및 관리에 관한 법률(감염병예방법)상 역학조사의 범위를 엄격하게 해석해야 한다며 역학조사 거부 혐의를 유죄로 판단한 2심 판결에 잘못이 있다고 판단했다.

대법원은 "감염병예방법상 '역학조사'는 일반적으로 감염병예방법 제2조 제17호에서 정의한 활동을 말하고, 여기에는 관계자의 자발적인 협조를 얻어 실시하는 다양하고도 창의적인 활동이 포함될 수 있으나, 형벌법규의 해석은 엄격하여야 하고, 처벌의 대상이 되는 행위는 수범자의 예견가능성을 보장하기 위해 그 범위가 명확히 정해져야 한다"고 전제하고, "따라서 형벌법규의 구성요건적 요소에 해당하는 감염병예방법 제18조 제3항의 '역학조사'는, 감염병예방법 제2조 제17호의 정의에 부합할 뿐만 아니라 감염병예방법 제18조 제1, 2항과 제29조, 감염병예방법 제18조 제4항의 위임을 받은 감염병예방법 시행령이 정한 주체, 시기, 대상, 내용, 방법 등의 요건을 충족하는 활동만을 의미한다고 해석함이 타당하다"고 밝혔다. 이어 "아울러 '요구나 제의 따위를 받아들이지 않고 물리침'을 뜻하는 '거부'의 사전적 의미 등을 고려하면, 감염병예방법 제18조 제3항 제1호에서 정한 '역학조사를 거부하는 행위'가 성립하려면 행위자나 그의 공범에 대하여 감염병예방법 제18조 제3항에서 정한 '역학조사'가 실시되었음이 전제되어야 한다"고 밝혔다.

대법원은 "쟁점 공소사실 기재와 같은 피고인들의 행위가 감염병예방법 제18조 제3항 제1호에서 정한 '역학조사를 거부하는 행위'에 해당하려면, 상주시장 측의 명단 제출 요구가 감염병예방법 제18조 제3항에서 정한 '역학조사'에 해당하여야 한다"며 "따라서 원심으로서는 상주시장 측의 명단 제출 요구가 감염병예방법 제18조 제1, 2항과 감염병예방법 제18조 제4항의 위임을 받은 감염병예방법 시행령이 정한 역학조사의 주체, 시기, 내용, 방법 등의 요건을 충족하는지를 구체적으로 심리한 다음, 그 결과를 토대로 피고인들의 행위가 감염병예방법 제18조 제3항 제1호에서 정한 '역학조사를 거부하는 행위'에 해당하는지를 판단하였어야 한다"고 밝혔다.

대법원은 "그런데도 원심은 (상주시장 측의 명단 제출 요구가 감염병예방법 시행령이 정한 요건을 충족하는지를 구체적으로 심리하여 적법한 역학조사가 실시되었는지 확정하지 아니한 채) 피고인들의 행위가 감염병예방법 제18조 제3항 제1호에서 정한 '역학조사를 거부하는 행위'에 해당한다고 보아, 쟁점 공소사실을 유죄로 판단한 제1심 판결을 그대로 유지하였다"며 "위와 같은 원심의 판단에는 감염병예방법 제18조 제3항에서 정한 '역학조사'의 의미 등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여 필요한 심리를 다하지 않은 잘못이 있다"고 판시했다.

감염병예방법 18조 3항은 "누구든지 질병관리청장, 시 · 도지사 또는 시장 · 군수 · 구청장이 실시하는 역학조사에서 다음 각 호의 행위를 하여서는 아니 된다"고 규정하고, 1호에서 '정당한 사유 없이 역학조사를 거부 · 방해 또는 회피하는 행위'를 들고 있다.

대법원 관계자는 "형벌법규의 구성요건 요소에 해당하는 감염병예방법 18조 3항에서 정한 '역학조사'의 의미와 범위(시행령이 정한 요건을 충족하는 적법한 역학조사를 의미하고 엄격히 판단해야 한다는 점)에 관하여 최초로 판시한 판결"이라고 설명했다.

리걸타임즈 김덕성 기자(dsconf@legal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