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 "직접 진찰 안 한 채 처방전 발급했다가 2개월 자격정지 적법"
[의료] "직접 진찰 안 한 채 처방전 발급했다가 2개월 자격정지 적법"
  • 기사출고 2022.10.16 15: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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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행법] "재량권 일탈 · 남용 아니야"

환자를 직접 진찰하지 않고 처방전을 세 차례 발급한 의사에 대한 2개월 자격정지 처분은 적법하다는 판결이 나왔다.

A씨는 2017년 5월 10일경과 같은해 8월 17일경, 11월 24일경 3차례에 걸쳐 자신이 운영하는 서울에 있는 내과의원에서 B씨를 직접 진찰하지 않고 처방전을 작성해 B씨의 배우자에게 교부한 혐의(의료법 위반)로 2018년 6월 벌금 50만원의 약식명령을 받아 확정됐다. 이후 보건복지부가 위와 같이 3회에 걸쳐 진찰 없이 이루어진 처방전 교부행위를 이유로 A씨에게 2개월의 의사면허 자격정지 처분을 내리자 A씨가 자격정지 처분의 취소를 요구하는 소송(2021구합71663)을 냈다. A는 "B 측의 지속적인 압박에 못 이겨 발생한 것이고 위반횟수도 3회에 불과한 점, 만성질환자의 경우 내원하기 어려운 때에는 대리로 처방전을 교부하는 관행이 있기도 하였던 점, 원고는 24년간 모범적으로 병원을 운영하여 온 점 등에 비추어 보면, 이 사건 처분은 비례의 원칙을 위반하여 재량권을 일탈 · 남용한 위법이 있다"고 주장했다.

서울행정법원 제1부(재판장 강동혁 부장판사)는 그러나 8월 26일 A씨의 청구를 기각했다.

재판부는 "진찰은 의사가 환자의 용태를 직접 듣고 관찰하여 병상 및 병명을 규명하고 판단하는 것으로서, 환자에 대한 처방이나 치료행위보다 선행되어야 한다"며 "이에 따르지 않고 의사가 환자를 직접 진찰하지 않은 상태에서 처방전을 발급하는 경우에는 처방 당시 환자의 증상이나 질병을 치료하는 데에 적합하지 않은 의약품이 처방되어 그 치료 효과를 보장할 수 없음은 물론이고, 예상치 못한 의약품 부작용에 의하여 기존 질병이나 증상을 악화시킬 위험성도 높아진다"고 밝혔다.

2020. 2. 28. 시행된 의료법 17조의2 2항은 같은조 1항에서 규정하고 있는 직접 진찰한 의사와 환자 사이에서만 처방전이 교부 · 수령되어야 한다는 원칙에 대한 예외 사유를 열거하고 있다. 즉, 의사가 해당 환자 및 의약품에 대한 안전성을 인정하는 경우로서, ①환자의 의식이 없는 경우, ②환자의 거동이 현저히 곤란하고 동일 상병에 대해 장기간 동일한 처방이 이루어지는 경우에는 환자의 직계존속 · 비속, 배우자 등 법령에서 정한 일정한 범위의 사람에게 처방전을 교부하여 대리 수령하는 것을 허용하고 있다.

재판부는 "이처럼 이 사건 위반행위 이후 개정된 의료법도 의사의 진찰 없이 처방전의 대리 수령이 가능한 범위는 환자의 상태에 비추어 의사의 진찰이 현저히 곤란하고, 처방되는 의약품의 안정성이 보장되는 등 일정한 요건을 갖춘 때로만 제한된다"며 "설령 원고가 A에게 처방한 의약품이 고혈압 등 만성질환을 치료하기 위한 것이라고 하더라도, 위 의료법 조항의 예외 사유에 해당하지 않음에는 변함이 없고 여전히 처벌되는 행위인 점에서, 그 불법성을 가볍게 볼 수는 없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위반행위의 정도에 비하여 제재처분의 수위가 지나치게 가혹한 것으로 볼 수는 없고, 이 사건 처분으로서 원고가 입게 될 불이익보다는 달성하려는 공익 목적이 더 큰 것으로 봄이 타당하다"며 "따라서 이 사건 처분은 재량권을 일탈 · 남용한 위법이 있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시했다.

재판부는 "원고의 주장에 따르면 2017. 3. 21. B가 지방에 일을 보러가기 전에 직접 대면한 적이 있었다는 것인데, 당시에 진찰 및 처방전 교부를 하는 것이 가능하였을 것임에도 2개월이 경과한 때에서야 진찰 없이 처방전을 발급하고, 같은 행위를 3회 반복한 것은 쉽게 납득하기 어렵다"고 지적하고, "나아가 이 사건 위반행위의 경위에는 특별히 참작할 사정이 있다고 보이지 않는 반면에, 이와 같은 사안에 대하여 엄정한 제재조치가 내려지지 않게 되면 의사의 진찰과 처방이 있어야만 조제 및 유통이 가능한 전문의약품이 쉽게 유통됨으로서 의약품의 오 · 남용을 유발하게 되는 등 공중보건상 위해발생의 정도가 크므로, 이 사건 처분을 통해 달성할 수 있는 공익이 결코 작다고 볼 수는 없다"고 밝혔다.

리걸타임즈 김덕성 기자(dsconf@legal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