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권추심공정화법' 반대
'채권추심공정화법' 반대
  • 기사출고 2007.12.09 16: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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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기진 신용정보협회 회장]
2007년 8월 29일 불법추심행위로부터 채무자를 보호한다는 취지로 '채권추심의 공정화에 관한 법률안'(이하 법률안)이 발의되어 국회에서 심의 중에 있다.

◇김기진 회장
이 법률안은 미국의 연방 공정채권추심법을 모방하면서 미국과 우리나라가 법체제나 금융현실이 다르다는 점을 도외시하고 있다. 미국의 법제에 대한 충분한 이해도 없이 어설프게 베끼기를 시도하고 있어 교각살우(矯角殺牛)의 우(愚)를 범할 우려가 크다.

신용정보회사에 대하여는 '신용정보의 이용 및 보호에 관한 법률'에 따라 추심업무 수행 시 금지사항을 규정하고 이를 위반할 경우 처벌하고 있다. 또 금융감독원은 2006년 12월 '채권추심업무 모범규준'을 제정하여 금융감독위원회 · 금융감독원의 감독 · 검사를 받는 신용정보회사 및 여신금융기관에 대하여 이를 준수하도록 권고하고 있으며, 검사 시 이행실태를 점검하는 등 실질적으로 그 준수를 강제하여 이들 기관의 불법추심행위는 최근 크게 감소하고 있다.

반면에 대부업자 및 비등록 사채업자에 대하여는 '대부업의 등록 및 금융이용자 보호에 관한 법률'에서 각종 금지 사항을 규정하고 있으나, 감독기관인 시 · 도지사가 실질적으로 감독 · 검사를 실시하지 못하고 있어, 이들에 의한 불법추심행위는 개선되지 않고 있는 실정이다.

그런데 이 법률안의 적용대상은 채권추심업자와 추심목적으로 채권을 양수한 자이며, 채권자가 자신의 채권을 추심하는 경우에는 적용대상에서 제외된다. 그 결과 불법추심행위가 크게 감소된 신용정보회사는 적용대상이 되고, 불법추심행위가 가장 심각한 1만8천여 대부업자와 2만여 사채업자는 적용대상이 아니다.

사채업자 등 불법추심행위 방지 못해

이에 따라 설사 이 법률안이 제정되어 시행된다고 할지라도 대부업자, 사채업자의 불법추심행위를 방지할 수 없어 입법목적을 달성할 수 없다. 미국의 경우 연방 공정채권추심법에서는 원채권자가 동법의 적용대상이 아니나, 캘리포니아주 등 주법(州法)에서는 적용대상으로 하는 경우가 있음을 이 법률안은 간과하고 있다.

이 법률안은 채무자가 채권추심인에게 ▲소비자대리인을 선임 하고 그 사실을 통지한 경우 ▲채무상환의 불능 또는 거부사실 과 통신 거부의사를 통지한 경우에는 채권추심인은 채무자와의 추심을 위한 통신이 금지되어 사실상 추심업무를 수행할 수 없게 되며 ▲ 채권추심인이 채권추심을 위하여 채권의 증명에 관한 서류를 채무자에게 송부한 후, 채무자가 30일 이내에 채권의 전부 또는 일부에 대하여 이의가 있음을 알린 때에는 채권추심행위를 할 수 없도록 하고 있다.

이에 따라 대부분의 채무자가 채무를 변제하는 대신 소비자대리인을 선임하거나, 채무상환의 불능 또는 거부사실이나 통신 거부의사를 채권추심인에게 통지하거나, 또는 채권의 전부 또는 일부에 대하여 이의를 제기하고 채무를 변제하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 그 결과 금융기관 등 채권자는 채무자를 상대로 직접 추심하거나, 사법절차에 따라 회수할 수밖에 없고, 채권추심회사는 존립기반을 상실하게 될 것이다. 또 채무자의 채무변제 기피가 만연하여 신용거래질서를 크게 훼손시킬 것으로 판단된다.

채권추심회사 존립기반 상실

우리 나라 금융산업은 1997년말 금융위기 이후 당시 보유중이던 대규모 부실채권을 매각 또는 유동화하거나, 외부위임에 의한 추심 등으로 정리하고, 리스크관리체제를 구축하여 건전성을 회복하였다.

이 법률안이 입법화될 경우 은행 등 금융기관은 부실채권의 추심위임, 매각 및 유동화(ABS 발행 등)가 사실상 불가능하게 됨에 따라 경영효율화 및 리스크관리 등이 저해됨으로써 경쟁력이 약화되고, 금융시스템의 불안정을 초래할 우려가 있다. 또 금융기관은 연체채권의 회수가 어려워지게 됨에 따라 신용대출을 대폭 축소할 것으로 예상되며, 이 경우 서민들의 제도권금융 이용기회가 크게 축소되고, 불가피하게 사채 등의 이용이 증가하게 됨으로써 금융비용 부담이 증대되고, 불법추심에 노출될 위험도 높아지게 될 것이다.

비법률가에 대리인 자격 부여

이 법률안에 따른 소비자대리인의 업무는 채무자의 법률행위를 대리하는 업무로서 전형적인 변호사 업무다. 그러므로 법률에 관한 전문지식이 있는 자에게 그 자격을 부여하여야 하나, 이 법률안은 법률전문지식이 없는 법무사, 소비자대리인, 시민단체에게도 대리인 자격을 부여하고 있다.

또 소비자대리인의 보수기준, 법령 위반 시 제제, 처벌 등에 관한 규정이 전무하여 소비자대리인의 변제자금 횡령, 수수료 과다 청구 등으로 오히려 채무자가 피해를 입을 가능성이 있다.

이상과 같은 여러 가지 문제를 안고 있는 이 법률안이 입법화될 경우, 현재 영업 중인 23개 전업 채권추심회사는 정상적인 업무수행이 불가능하여 수익성이 단기간에 극도로 악화되고 대부분의 회사가 조만간 경영파탄에 직면할 것이다.

이 경우 1만 5천명에 달하는 채권추심 종사자의 대부분이 실업자가 될 것이 자명하며, 주요 선진국에서 허용되는 채권추심위임제도가 사라지게 되어 금융 · 경제시스템의 효율성을 저하시키고, 대외경쟁력의 약화를 초래하게 될 것이다.

참고로 미국의 경우 금융채권 뿐만 아니라, 주정부 및 연방정부의 연체된 조세채권까지도 추심업자에게 위임해서 추심하는 등 채권추심위임제도가 활성화되어 있다.

김기진 신용정보협회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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