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사] "일제때 한국에 본점 없던 日기업 땅은 귀속재산"
[민사] "일제때 한국에 본점 없던 日기업 땅은 귀속재산"
  • 기사출고 2022.08.25 09: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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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 '국내 설립 일 영리법인' 소유재산 소유권 귀속 기준 제시

해방 전 한국에 본점이 없었던 일본법인이 소유한 국내 토지는 귀속재산에 해당한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대법원 제3부(주심 이흥구 대법관)는 7월 28일 한국농어촌공사가 "광주 광산구에 있는 저수지 제방으로 사용되고 있는 토지에 관하여 이관을 원인으로 한 소유권이전등기절차를 이행하라"며 국가를 상대로 낸 소송의 상고심(2022다231250)에서 이같이 판시, 이 토지가 국가의 소유라고 볼 수 없다는 이유로 농어촌공사의 청구를 기각한 원심을 깨고, 국유재산이라는 취지로 사건을 다시 심리하라며 광주지법으로 되돌려보냈다.

토지대장상 1920년 5월 일본 동경에 본점을 두고 있던 일본법인인 A주식회사가 소유권을 이전받은 것으로 기재되어 있는 이 토지는, 해방 후에는 광산군이 관리했으며 1977년부터 농촌근대화촉진법에 따라 영산강농지개량조합으로 관리권이 다시 이관됐다. 이후 영산강농지개량조합이 농업기반공사에 합병되어 위 농지개량조합의 권리의무가 농업기반공사에 포괄적으로 승계되었으며, 농업기반공사는 그 명칭이 한국농촌공사, 한국농어촌공사로 순차 변경되었다. 

세월이 흘러 2021년, 국가는 광주 광산구의 요청에 따라 이 토지가 일본법인 명의의 미등기 토지로서 귀속재산이라는 이유로 국가 명의로 소유권보존등기를 마쳤다. 이에 농어촌공사가 "이 토지에 관한 일체의 권리의무를 이관받았다"며 국가를 상대로 소유권이전등기청구소송을 냈다.

1심에 이어 항소심 재판부가 이 토지는 토지대장상 한국 내에서 설립된 일본법인 소유로 등재되어 있으므로 귀속대상에서 제외되어 여전히 그 소유권이 A사에 있다며 원고 패소 판결하자 농어촌공사가 상고했다. 국가가 소유권자임을 전제로 한 청구여서 이유 없다는 것이다.

구 귀속재산처리에 관한 특별조치법(귀속재산처리법)에 따르면, 해방 전부터 일본 정부, 일본 기관, 일본인, 일본법인, 일본단체 등이 소유한 한국 내의 일체의 재산은 귀속재산으로서 동법이 정한 바에 따라 매각되지 않으면 1965. 1. 1.부터 국유재산이 된다. 그런데 귀속재산처리법 2조 3항은 "1945. 8. 9. 이전에 국내에서 설립되어 그 주식 또는 지분이 일본 기관, 그 국민 또는 그 단체에 소속되었던 영리법인 또는 조합에 대하여는 그 주식 또는 지분이 귀속된 것으로 간주한다"고 규정하고 있으므로, 이와 같은 경우에는 그 주식 또는 지분만이 귀속되고 그 법인이 소유하던 재산은 귀속재산에서 제외되는데, 이때 '국내에서 설립된 영리법인'에 일본에 본점을 두고 한국의 재산을 취득한 일본법인이 포함되는지가 문제되었다.

대법원은 "여기에서 '국내에서 설립된 영리법인'이란 국내에 주된 사무소 또는 본점을 두고 설립된 법인을 의미한다고 해석하여야 한다"며 "귀속재산처리법 제2조 제3항은 국내에 주된 사무소 또는 본점을 두고 설립되어 그 주식 또는 지분이 일본 기관, 그 국민 또는 그 단체에 소속되었던 영리법인에 대하여 적용되는 것이므로, 원심으로서는 A사가 이에 해당하는지 여부를 심리 · 판단하여 그에 따라 위 조항의 적용 여부를 가렸어야 한다"고 밝혔다. 소유명의자가 일본법인이라는 이유만으로 귀속재산에서 제외된다고 볼 수는 없다는 것이다.

대법원은 "그런데도 주식 또는 지분이 일본인 등 소유인 일본법인이라는 이유만으로 그 법인 소유인 이 사건 토지가 귀속재산이 아니라고 판단한 원심에는 귀속재산처리법 제2조 제3항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고, ①A사의 본점 또는 주된 사무소가 일본 내에 있었는지 한국 내에 있었는지, ②원고가 관련 법령에 따라 이 사건 토지에 관한 일체의 권리의무를 이관받는지 여부 등 필요한 심리를 다하지 않은 잘못이 있다"고 판시했다.

대법원 관계자는 "해방 전부터 일본법인이 소유하였던 국내 소재 재산이 귀속재산에 해당하는지 여부를 판단하는 기준을 처음으로 명확히 제시했다"고 판결의 의의를 설명했다.

리걸타임즈 김덕성 기자(dsconf@legal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