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산] "면책됐으면 채무 이행 판결 확정 불구 강제집행 못해"
[파산] "면책됐으면 채무 이행 판결 확정 불구 강제집행 못해"
  • 기사출고 2022.09.03 14: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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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 "면책된 사실 내세워 청구이의의 소 제기 가능"

채무자가 면책결정을 받았는데도 채권자가 낸 소송에서 그 사실을 주장하지 않는 바람에 면책된 채무 이행을 명하는 판결이 확정되었더라도 채무자에게 이행을 강제할 수 없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A씨는 2006년 B씨의 부친이 제기한 대여금 청구소송에서 패소해 B씨의 부친에게 빚 500만원을 갚으라는 판결을 받았으나, 그로부터 5년 뒤인 2011년 A씨는 파산과 면책결정을 받아 B씨 부친에 대한 채무를 면제받았다.

이후 B씨는 2014년 3월 A씨에 대한 부친의 채권을 양수한 후, 시효연장을 위해 A씨를 상대로 양수금 청구소송을 내 "A씨는 B씨에게 양수금을 지급하라"는 판결이 선고되어 확정되었다. 확정된 양수금 판결에 따라 B씨가 강제집행을 하려 하자 A씨는 자신이 이미 면책결정을 받았다고 주장하며 청구이의소송을 냈다. A씨는 위 양수금 청구소송에서 면책주장을 하지 않았다.

1심과 항소심 재판부가 "피고의 양수금 판결이 있기 전에 면책결정이 있었다는 이유로 이 판결에 기초한 강제집행의 불허를 구한다는 것은 그 기판력에 저촉되어 허용될 수 없다"며 A씨의 청구를 기각하자 A씨가 상고했다.

대법원 제3부(주심 김재형 대법관)는 7월 28일 "원고가 법률관계의 조속한 안정을 저해하거나 분쟁의 해결을 현저하게 지연시킬 목적으로 위 양수금 청구소송에서 일부러 면책 주장을 하지 않았다고 볼만한 특별한 사정이 확인되지 않는 점 등을 종합하면 청구이의소송에 위 양수금 청구소송 확정판결의 기판력이 미치지 않는다고 보아야 한다"며 원고 승소 취지로 사건을 서울남부지법으로 되돌려보냈다(2017다286492).

대법원은 종전의 대법원 판결(2015다28173 등)을 인용, "「채무자 회생 및 파산에 관한 법률」 제566조 본문은 면책을 받은 개인채무자는 파산절차에 의한 배당을 제외하고는 파산채권자에 대한 채무의 전부에 관하여 그 책임이 면제된다고 정하고 있다"며 "여기서 면책이란 채무 자체는 존속하지만 개인채무자에 대하여 이행을 강제할 수 없다는 뜻"이라고 밝혔다.

대법원은 "개인채무자에 대한 면책결정이 확정되었는데도 파산채권자가 제기한 소송의 사실심 변론종결 시까지 그 사실을 주장하지 않는 바람에 면책된 채무 이행을 명하는 판결이 선고되어 확정된 경우에도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개인채무자는 그 후 면책된 사실을 내세워 청구이의의 소를 제기할 수 있다"며 "면책결정이 확정되었는데도 면책된 채무 이행을 명하는 판결이 확정된 경우에 개인채무자가 확정판결에 관한 소송에서 단지 면책 주장을 하지 않았다는 이유만으로 청구이의의 소를 통해 면책된 채무에 관한 확정판결의 집행력을 배제하는 것을 허용하지 않는다면 부당한 결과를 초래한다"고 밝혔다.

이미 면책결정을 통해 강제집행 위험에서 벗어난 개인채무자로 하여금 그 집행을 다시 수인하도록 하는 것은 면책제도의 취지에 반하고 확정된 면책결정의 효력을 잠탈하는 결과를 가져올 수 있기 때문이고, 또한 확정판결에 관한 소송에서 개인채무자의 면책 주장 여부에 따라 개인채무자가 일부 파산채권자에 대해서만 파산절차에 의한 배당 외에 추가로 책임을 부담하게 된다면, 파산채권자들 사이의 형평을 해치게 되어 집단적 · 포괄적으로 채무를 처리하면서 개인채무자의 재기를 지원하는 개인파산 및 면책제도의 취지에 반하게 된다는 것이다.

리걸타임즈 김덕성 기자(dsconf@legal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