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사] 타인 사무실 창문에 메모지 · 대형전단지 붙여 CCTV 가렸어도 CCTV에 대한 재물손괴 무죄
[형사] 타인 사무실 창문에 메모지 · 대형전단지 붙여 CCTV 가렸어도 CCTV에 대한 재물손괴 무죄
  • 기사출고 2022.08.03 14: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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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지법] "CCTV 촬영 기능 그대로 유지"

대구 수성구에 있는 건물 2층에서 골프채 수리업을 하는 A(62)씨는, 그 아래층인 1층에서 개인 연구소를 운영하는 B씨가 2층에 찾아온 손님들의 자동차에 대해 불법 주정차 신고를 하는 것에 불만을 품고, 2018년 9월 15일 '사생활 침해, 초상권 침해'라고 적힌 메모지를 B씨의 1층 사무실 창문에 붙여, B씨가 자신의 사무실 실내유리에 외부를 촬영할 목적으로 설치해둔 CCTV를 가렸다. A씨는 또 이틀 후인 2018년 9월 17일부터 2019년 10월 16일까지 모두 14회에 걸쳐 B씨의 사무실 창문에 대형전단지를 붙이거나 건물 1층 셔터를 내리는 등의 방법으로 B씨의 CCTV를 가린 혐의로 기소됐다. 검사는 A씨가 CCTV의 촬영기능을 일시 상실하게 하여 손괴했다며 재물손괴 혐의로 A씨를 기소했다.  

1심 재판부는 메모지를 붙인 행위를 제외한 나머지 행위에 대해 재물손괴 혐의를 인정, A씨에게 벌금 30만원을 선고했으나, 항소심(2021노2487)을 맡은 대구지법 형사4부(재판장 이영화 부장판사)는 7월 8일 1심을 깨고, A씨에게 전부 무죄를 선고했다. A씨의 행위가 CCTV의 효용을 해한 것으로 볼 수 없다고 본 것이다. 창문에 대한 손괴 혐의는 검사가 문제 삼지 않아 재판부의 판단 대상에서 빠졌다. 

재판부는 "피고인은 피해자의 사무실 내에 설치된 CCTV에 대하여 어떠한 유형력의 행사나 물리적인 접촉 없이 단지 사무실 창문의 바깥쪽 유리면에 대형전단지를 붙이거나 사무실 창문 밖 출입문 셔터를 일부 내리는 행위를 하였을 뿐"이라며 "위와 같은 피고인의 행위에 의하더라도 여전히 CCTV가 작동하는 데에 아무런 지장이 없고 CCTV의 본래적 용도와 기능이라 할 수 있는 촬영 및 녹화기능은 그대로 유지되며, 다만, 피해자가 촬영하고자 의도했던 특정 장소의 촬영이 이루어지지 않아 CCTV를 설치함으로써 피해자가 개별적으로 의도한 CCTV 사용 목적 내지 촬영 목적이 방해되었을 뿐"이라고 밝혔다.

이어 "이 사건과 같이 CCTV의 본래적 촬영 기능은 유지되나 피해자의 개별적인 사용 목적이 방해되는 경우 그것이 업무방해죄를 구성하는지 여부는 별론으로 하고 그 경우에도 CCTV를 일시적으로 본래의 사용 목적에 제공할 수 없는 상태로 만드는 것에 해당한다고 보아 재물손괴죄로 의율하는 것은 형법 제366조에서 규정하는 재물손괴의 개념을 지나치게 확대해석하는 것으로서 죄형법정주의의 원칙과 형벌법규 엄격 해석의 원칙에 반한다"고 판시했다.

재판부는 대법원 판결(2016도9219 등)을 인용, "형법 제366조(재물손괴죄)에서의 '기타 방법으로 그 효용을 해하는' 경우란 형법 제366조의 규정 내용 및 형벌법규의 엄격해석 원칙 등에 비추어 손괴 또는 은닉에 준하는 정도의 유형력을 행사하여 재물 등의 효용을 해하는 행위를 의미한다고 봄이 타당하다"고 밝혔다. 형법 366조는 "타인의 재물, 문서 또는 전자기록등 특수매체기록을 손괴 또는 은닉 기타 방법으로 기 효용을 해한 자는 3년이하의 징역 또는 7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법무법인 맑은뜻이 A씨를 변호했다.

리걸타임즈 김덕성 기자(dsconf@legal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