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간소개] "미국엔 명예훼손 형사처벌 조항 없어"
[신간소개] "미국엔 명예훼손 형사처벌 조항 없어"
  • 기사출고 2022.07.27 16: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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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원근 변호사의 《명예훼손》

한국변호사이자 미국변호사(버지니아 · 메릴랜드주 · 워싱턴 DC)로서 미국에서 활동하고 있는 김원근 변호사에 따르면, 미국에서는 표현의 자유를 최대한 보장하고 있고, 명예훼손에 대해 일부 주법에 형사처벌 규정이 있기는 하지만 형법규정이 사문화 되어 있다고 한다. 명예훼손과 관련해 헌법상 고의 즉, actual malice(실질적 고의)를 구성요건으로 해석하고 있는 미 연방대법원 판례 때문이다. 다시 말하면 헌법상 고의를 하위법인 형법에서 입증할수 없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김 변호사는 그런 점에서 "한국의 헌법재판소가 2020년에 사실적시 명예훼손과 관련된 형법 규정이 합헌이라고 결정하는 것을 보고 한국의 명예훼손과 관련된 법이 너무 많이 잘못되어 있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고 말했다.

김 변호사는 그대신 미국에서는 사실상 형사처벌을 하지 않고 있기 때문에 민사 손해배상책임 위주로 실무가 이루어지고 있고, 따라서 관련된 판결례가 많이 축적되어 있다고 소개했다.

미 버지니아주에 있는 페어팩스에서 미국변호사로 활동하고 있는 김 변호사가 미 연방대법원과 주법원의 명예훼손 중요 케이스를 소개하고 명예훼손 관련 법리를 이슈별로 정리한 600쪽이 넘는 분량의 단행본 《명예훼손》을 최근 한국에서 출간했다.

◇명예훼손
◇명예훼손

그는 서문에서 "우리나라에서는 수사기관을 통하여 분쟁을 해결하려는 경향이 아주 뚜렷한데 이는 명예훼손 관련 법률 분쟁을 법원에서 해결하는 미국의 제도와는 완전히 상반된다"며 "여러가지 이유가 있지만 사실적시에 의한 명예훼손죄를 형사처벌하는 것을 합헌이라고 인정하는 등 형사처벌 법률이 큰 영향을 미치고 있고 또한 우리나라의 재판제도에서 (미국식의) 증거조사가 이루어지지 않고 있어서 수사기관에서 작성된 조서를 법원에서 증거로 사용하려는 목적도 많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갈파했다.

김 변호사는 이어 "사실적시에 의한 명예훼손을 형사처벌하는 것은 언론의 자유에 대한 중대한 침해이며 국가 형벌권의 남용"이라며 "(미국에서는) 공인에 대한 혹은 공적인 관심사에 대한 명예훼손과 관련해서도 언론의 자유를 보호하는 것이 더 중요한 가치가 있다고 보고 따라서 형사처벌은 더 이상 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김 변호사는 미국의 명예훼손 관련 케이스의 발전은 '공인 대 언론'의 분쟁에서 시작되었는데, 점차 '개인 대 개인'간의 분쟁이 많이 늘어나고 있다고 소개했다.

책엔 명예훼손과 관련된 미국 법원의 증거조사 실무도 함께 들어 있다.  김 변호사는 "우리나라도 하루빨리 미국식의 Discovery 증거조사를 도입해서 재판절차에서 활용해야 한다"며 "이러한 증거조사가 법원에서 제대로 이루어지면 수사기관에 분쟁해결을 호소하는 경우는 현저하게 줄어들 것"이라고 강조했다.

"문제가 된 발언의 내용이 표현의 자유에 의하여 보호되어야 할 만한 가치가 있는지 여부는 명예훼손의 법리 판단에 있어서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피해자가 공인이고 공적인 지위에 있는 경우에는 그에 비례하여 국민들의 알 권리가 더 많이 인정되어야 하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명예훼손법에 의하여 보호되는 범위가 좁습니다. 하지만 개인간의 분쟁이고 문제가 된 발언이 언론의 자유에 의하여 보호될 만한 가치가 적을 경우에는 상대적으로 명예훼손법에서 보호되는 범위가 더 넓습니다." 이 책을 쓴 동기이기도 한 김 변호사의 서문 클로징 멘트다.

리걸타임즈 김진원 기자(jwkim@legal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