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 직장 내 괴롭힘 신고한 근로자 원거리 전보한 사업주, 근로기준법 위반 유죄
[노동] 직장 내 괴롭힘 신고한 근로자 원거리 전보한 사업주, 근로기준법 위반 유죄
  • 기사출고 2022.07.25 07: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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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 "전보명령에 피해근로자 의견 안 듣고 사정 미고려"

대법원 제1부(주심 오경미 대법관)는 7월 12일 직장 내 괴롭힘을 신고한 근로자를 대중교통으로 출근이 불가능한 원거리로 전보했다가 근로기준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청주시 청원구에 있는 회사 대표 A씨에 대한 상고심(2022도4925)에서 A씨의 상고를 기각, 징역 6월에 집행유예 2년과 보호관찰, 사회봉사 120시간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 A씨의 회사는 충북 음성군에 있는 병원 구내식당 등을 위탁운영하며 상시근로사 약 30명을 사용하고 있다.

A는, 2019년 7월 27일 병원 구내식당에서 일하는 직원 B로부터 직장 상사인 C 등으로부터 직장 내 괴롭힘을 당했다는 내용증명을 받았다. C가 2019년 7월 12일경부터 24일경까지 신고식 명목으로 회식비 지급을 강요하고, 업무 편성 권한을 남용하여 자신의 말을 듣지 않는 직원들은 수당을 적게 받도록 업무 시간을 조절하고, 업무 과정에서 마음에 들지 않으면 욕설과 폭언을 일삼는다는 내용이었다. 내용증명엔 특히 C가 B에게 '벼락 맞아라 자식도', '차에 갈려서 박살나라' 등의 폭언을 하였으며, 정당한 이유 없이 해고를 빌미로 통화내역서 제출을 강요하고 사직서 작성을 강요하는 등 직장에서의 우월적 지위를 이용하여 업무상 적정 범위를 넘어 B에게 신체적, 정신적 고통을 주거나 근무환경을 악화시켰다는 내용이 들어 있었다. 

그런데 A는 인사위원회를 개최해 B에게 2019년 9월 2일부터 다른 구내식당으로 근무지를 변경하도록 전보명령을 했다. 그러나 이는 B와 아무런 협의 없이 그의 의사에 반하여 이루어진 결정이었고, 달라진 근무지는 B의 집에서 거리가 매우 멀어 첫 버스를 타더라도 출근 시간에 도착할 수 없어 사실상 대중교통으로 인한 출근이 불가능했다. B는 가족이 간병이 필요한 상황임에도 출퇴근의 어려움으로 강제로 기숙사 생활을 해야 했다. 검찰은 직장 내 괴롭힘 발생 사실을 신고한 B에게 불리한 처우를 한 혐의(근로기준법 위반)를 적용해 A를 기소했다.

근로기준법 76조의3 6항은 "사용자는 직장 내 괴롭힘 발생 사실을 신고한 근로자 및 피해근로자 등에게 해고나 그 밖의 불리한 처우를 하여서는 아니 된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를 위반하면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109조 1항).

A는 재판에서 B의 바뀐 근무지가 노동 강도나 의사소통에서 더 낫고, 시설 역시 종전 구내식당에 비해 더 쾌적하다며 불리한 처우로 볼 수 없다고 주장했다.

1심 재판부는 그러나 "전보지 구내식당의 객관적 근무환경이 기존 근무지 병원에 비하여 더 나은 사실이 인정되고 위와 같은 객관적 근무환경이 '불리한 처우'를 판단함에 종합적으로 고려되어야 한다는 변호인의 주장은 옳다"고 하면서도, "피고인이 B에 대한 전보명령을 함에 있어 피고인 회사는 B로부터 어떠한 의견도 듣지 않았고 그 기회도 제공하지 않았으며, 또한 인력 부족이라는 피고인 회사의 사정이 고려되었고, 피해근로자 측의 사정(원거리 출퇴근, 가족 부양)은 고려되지 않았다"며 "B를 다른 구내식당으로 전보한 것은 불리한 처우로 봄이 타당하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또 "피해근로자 B가 회사에 신고한 이후 일련의 과정을 거쳐 부당전보 구제를 신청하고, 이 사건을 고소하여 법정에 이르기까지 일관되게 다른 구내식당으로 전보된 것이 자신에게 불리한 처우임을 호소하고 있는 점에 비추어 보면, 위 전보가 B에게 주관적으로 불리함은 명백하다"고 밝혔다.    

1심 재판부의 이러한 판단은 항소심, 대법원에서 그대로 유지됐다.

리걸타임즈 김덕성 기자(dsconf@legal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