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 "계열사 간 전출은 근로자파견 아니야"
[노동] "계열사 간 전출은 근로자파견 아니야"
  • 기사출고 2022.07.22 15: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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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 SK텔레콤 티밸리 사업에 전출됐다가 복귀한 SK플래닛 직원 청구 기각

대기업 계열사 간 전출은 근로자파견이 아니라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대법원 제2부(주심 민유숙 대법관)는 7월 14일 SK플래닛 직원인 A와 B씨가 "SK텔레콤의 근로자 지위에 있음을 확인하거나 고용의 의사표시를 하라"며 SK텔레콤을 상대로 낸 소송의 상고심(2019다299393)에서 이같이 판시, "피고는 원고들에게 고용의 의사표시를 하라"고 판결한 원심을 원심을 깨고, 원고 패소 취지로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되돌려보냈다. 법무법인 율촌이 SK텔레콤을 대리했다.

A씨와 B씨는 순서대로 SK플래닛에서 근무하던 2015년 10월과 2015년 4월 각각 SK텔레콤의 간편 중고거래, 네일아트 등 뷰티 중개서비스 등의 신규 플랫폼 사업 조직인 '티밸리 조직'으로 전출되어 관련 업무를 수행했으며, 이후 2016년 3월 SK플래닛의 분할로 SK테크엑스가 설림됨에 따라 전출은 그대로 유지된 채 소속만 SK플래닛에서 SK테크엑스로 변경되었다. 그러나 성과가 좋지 않아 2017년 7월 티밸리 사업이 종료되자, 두 사람은 SK테크엑스로 복귀해 플랫폼 사업 업무를 담당했으나, 2018년 9월 SK테크엑스가 SK플래닛에 흡수 합병됨에 따라 A, B씨는 다시 SK플래닛 소속이 되었다.

이후 두 사람은 자신들이 SK텔레콤의 근로자 지위에 있음을 확인하라는 소송을 냈다. 또 예비적으로 "SK텔레콤과 원고들 사이의 관계는 근로자파견관계에 해당하고, SK플래닛과 SK테크엑스가 근로자파견업 허가를 받지 않았으므로, SK텔레콤은 파견근로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파견법)에 따라 원고들을 파견 받은 때부터 직접고용의무를 부담한다"며 고용의 의시표시를 하라고 청구했다. A씨는 1999년 SK텔레콤에 입사해 SK플래닛이 SK텔레콤으로부터 분할되어 설립될 무렵인 2011년 10월 SK텔레콤과 전적 동의서를 작성하고, SK플래닛으로 전적하였으며, B씨는 2015년 3월 30일 SK플래닛에 입사했다.

1심 재판부는 원고들의 주위적 청구와 예비적 청구를 모두 기각했으나, 항소심 재판부가 SK플래닛과 SK테크엑스가 원고들을 전출시킨 것은 근로자파견에 해당한다고 보아 "피고는 원고들에게 고용의 의사표시를 하라"고 두 사람의 예비적 청구는 받아들이자 SK텔레콤이 상고했다.  

대법원은 달리 판단했다.

대법원은 먼저 "전출은 근로자가 원 소속 기업과의 근로계약을 유지하면서 휴직 · 파견 · 사외근무 · 사외파견 등의 형태로 원 소속 기업에 대한 근로제공의무를 면하고 전출 후 기업의 지휘 · 감독 아래 근로를 제공함으로써 근로제공의 상대방이 변경되는 것으로서 근로자의 원 소속 기업 복귀가 예정되어 있는 것이 일반적"이라며 "특히 고유한 사업 목적을 가지고 독립적 기업 활동을 영위하는 계열회사 간 전출의 경우 전출 근로자와 원소속 기업 사이에는 온전한 근로계약 관계가 살아있고 원 소속 기업으로의 복귀 발령이 나면 기존의 근로계약 관계가 현실화되어 계속 존속하게 되는바, 위와 같은 전출은 외부 인력이 사업조직에 투입된다는 점에서 파견법상 근로자파견과 외형상 유사하더라도 그 제도의 취지와 법률적 근거가 구분되므로, 전출에 따른 근로관계에 대하여 외형상 유사성만을 이유로 원 소속 기업을 파견법상 파견사업주, 전출 후 기업을 파견법상 사용사업주의 관계로 파악하는 것은 상당하지 않다"고 밝혔다. 

대법원은 "원고용주가 근로자파견으로 인한 대가나 수수료 혹은 이와 동일시할 수 있는 경제적 이익을 취득하였는지는 근로자파견행위의 영업성을 인정함에 있어 중요한 요소가 되는데, SK플래닛 등은 전출 근로자에게 임금을 지급한 후 피고와의 비용정산 계약에 따라 피고로부터 임금 상당액 등을 지급 받았을 뿐, 근로자 전출과 관련한 별도의 대가나 수수료는 취득하지 않았고 이와 동일시할 수 있는 경제적 이익을 취득하였다고 보기도 어렵다"고 지적하고, "SK플래닛 등이 2년 6개월에 걸쳐 다수의 근로자를 티밸리 사업으로 전출을 보낸 점 등 원심이 지적한 사정들을 감안하더라도 SK플래닛 등을 '근로자파견을 업으로 하는 자'라고 보기는 어렵다"고 밝혔다. 

대법원은 "티밸리 사업의 내용과 특성상 플랫폼 사업에 관한 경험과 지식을 보유한 다수의 인력이 필요하였을 것인바, 피고의 계열회사이자 플랫폼 관련 전문성을 보유한 SK플래닛 등 소속 근로자는 위 사업에 적합한 인력이었고, 피고와 SK플래닛 등이 속한 기업집단의 사업상 필요와 인력 활용의 효율성 등을 고려한 기업집단 차원의 의사결정에 따라 원고들의 전출이 이루어진 것으로 보인다"며 "파견법이 규정한 직접고용의무 규정은 근로자파견의 상용화 · 장기화를 방지하고 그에 따른 파견근로자의 고용안정을 도모하는 데에 그 입법취지가 있는바(대법원 2022. 1. 27. 선고 2018다207847 판결 등 참조), 원고들의 티밸리 조직으로의 전출과 담당 업무, 복귀 경위와 그 이후의 상황 등에 비추어 보면, 원고들이 근로자파견의 상용화 · 장기화 내지 고용불안 등의 상황에 처해 있다고 보기도 어렵다"고 밝혔다.

리걸타임즈 김덕성 기자(dsconf@legal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