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정] "군 복무 중 얼굴 흉터 생긴 남성 예비역 대위에 상이연금 지급하라"
[행정] "군 복무 중 얼굴 흉터 생긴 남성 예비역 대위에 상이연금 지급하라"
  • 기사출고 2022.07.18 18: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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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행법] '여군만 지급' 구  군인연금법 시행령 '평등원칙 위반'

외모에 뚜렷한 흉터가 있는 여자 군인에게만 상이연금을 지급하는 구 군인연금법 시행령(1994. 6. 30. 대통령령 제14302호로 전부개정되었고, 2006. 10. 23. 대통령령 제19708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의 해당 규정은 헌법상 평등의 원칙에 위반되어 무효라는 판결이 나왔다. 이 판결로 군 복무 중 얼굴에 흉터가 생긴 50대 남성 예비역 대위가 사고 이후 31년만에 상이연금을 지급받게 되었다.

육군 소위로 임관해 장교로 복무하던 A씨는 1991년 10월 19일 12:30경 자신이 탑승한 작업차량이 도로변으로 추락하는 교통사고가 발생해 관골 골절, 안면부 열상 등의 부상을 입고 병원에서 입원치료를 받았다. 1996년 1월 대위로 전역한 A씨는 전역 후 24년이 흐른 2020년 9월 위 공무상 부상으로 5cm의 왼쪽 안면부 열상이 생겼고 외모에 뚜렷한 흉터가 남는 장해상태가 되었다며 국방부장관에게 상이연금의 지급을 청구했으나 거부되자 법률구조공단의 도움을 받아 국방부장관을 상대로 상이연금지급 비해당 결정의 취소를 요구하는 소송을 제기했다. 국방부는 A씨가 전역할 당시 구 군인연금법 시행령(1994년 시행령) 47조 [별표2] 7급 12호에 따르면 '외모에 뚜렷한 흉터가 남은 여자'만을 상이연금 지급대상으로 규정한 점을 들었다. 또 2006. 10. 23. 개정된 구 군인연금법 시행령(2006년 개정 시행령)  47조 [별표2] 7급 12호가 '외모에 뚜렷한 흉터가 남은 사람'으로 확대돼 남자도 포함되었으나, 부칙에 소급적용할 수 있는 근거규정이 없기 때문에 A씨는 지급대상이 아니라고 밝혔다. 설령 지급대상에 남자를 포함시키더라도 A씨 얼굴의 흉터는 4㎝에 불과해 기준(5㎝ 이상)에 미달한다는 입장이었다.

서울행정법원 손혜정 판사는 그러나 6월 8일 A씨가 전역할 당시의 구 군인연금법 시행령과 2006년 개정된 시행령 부칙에 대해 헌법상 평등의 원칙에 위반된다고 판단, "상이연금지급 비해당 결정을 취소하라"고 원고 승소 판결했다.

손 판사는 "평등의 원칙은 본질적으로 같은 것은 같게 취급할 것을 요구하는데, 상이연금을 지급함에 있어 본질적인 것은 군인이 공무 수행 중 질병 또는 부상을 입었고, 그 질병 또는 부상으로 정상적인 생활을 할 수 없다는 것에 있다"고 전제하고, "외모에 뚜렷한 흉터가 남은 경우 여자가 남자보다 정상적인 생활을 하기 어렵다는 사실을 뒷받침할 만한 아무런 자료가 없을 뿐 아니라, 외모에 뚜렷한 흉터가 남은 경우 당사자가 입는 정신적인 고통도 성별과 무관하게 각 개인의 성향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고 밝혔다. 이어 "위와 같은 점에 비추어 보더라도 군인이 공무상 질병 또는 부상으로 인하여 상이연금을 수급하여야 할 정도의 장해상태에 이르렀다면, 군인의 성별에 따라 상이연금의 수급 여부를 달리 보아야 할 합리적인 이유가 있다고 보이지 않는다"며 "따라서 1994년 시행령 제47조 [별표 2] 제7급 제12호는 '외모에 뚜렷한 흉터가 남은 여자'와 '외모에 뚜렷한 흉터가 남은 남자'를 구별하여 취급할 합리적 근거가 없는데도 '외모에 뚜렷한 흉터가 남은 여자'만 상이등급을 인정하여 '외모에 뚜렷한 흉터가 남은 남자'를 자의적으로 차별하는 것이므로 헌법상 평등의 원칙에 위반된다"고 밝혔다.

손 판사는 2006년 개정 시행령 부칙에 대해서도, "2006년 개정 시행령이 '외모에 뚜렷한 흉터가 남은 사람'으로 상이연금 지급 대상을 확장하면서도 그 시행일 이전에 '외모에 뚜렷한 흉터가 남은 남자'를 보호하기 위한 최소한의 조치도 취하지 않은 것은 헌법상 평등의 원칙에 위반된다"고 밝혔다.

손 판사는 "상이연금수급권은 공부상 부상 등으로 인하여 장해가 되어 퇴직하였을 경우 또는 퇴직 후에 퇴직 전의 공무상 부상 등으로 인하여 장해가 된 경우 성립하고(군인 재해보상법 제26조), 원고는 1996. 1. 31. 퇴직할 무렵 이미 장해상태에 있었던 것으로 보이는바, 원고가 퇴직한 1996. 1. 31.경 원고의 흉터는 5cm이었는데 25년 정도 시간이 흐르는 동안에 자연적으로 치유되어 약 4cm 정도로 줄어든 것으로 볼 수 있는 점, 만약 위헌적인 1994년 시행령 규정이 없었다면 원고가 퇴직한 이후 곧바로 상이연금수급권을 행사하고 당시 장해상태를 제대로 진단받아 안면부 흉터의 길이를 정확하게 실측할 수 있었을 것인데, 위 시행령 규정이 외모에 뚜렷한 흉터가 남은 남자를 합리적인 이유 없이 차별적으로 제외함에 따라 원고가 25년 가까이 지난 이후에야 상이연금 지급 신청을 하게 되었고, 이로 인하여 흉터가 상당 부분 자연치유된 사정이 있는바, 원고의 퇴직 당시 장해상태에 대하여 원고에게 엄격한 입증책임을 부여하는 것은 부당해 보이는 점 등을 종합하여 볼 때, 원고에게 상이연금수급권이 발생하였을 때 원고는 상이등급에 해당하였다고 봄이 타당하다"고 판시했다.

피고는 원고의 상이연금수급권이 시효로 소멸했다고 주장했으나, 손 판사는 "피고가 소멸시효 완성 사실을 이 사건 처분의 처분사유로 삼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2022. 2. 3. 군인 재해보상법 제27조의2가 신설되기 전까지 외모에 뚜렷한 흉터가 남은 남자에 대하여 어느 범위까지 상이연금을 지급할 것인지 입법이 이루어지지 않았으므로, 원고로서는 상이연금을 청구할 수 없었던 법률상의 장애가 존재하였다고 봄이 타당하다"며 받아들이지 않았다.

군인연금법에서 재해보상제도를 분리하여 규정한 군인 재해보상법은 2022. 2. 3.자로 특례조항인 27조의2를 신설, "다음 각 호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남성에 대해서는 해당 상이연금 지급 사유가 발생한 날에 여성에 대하여 인정한 것과 동일한 상이등급을 인정하고, 동일한 기준을 적용한 상이연금을 지급한다"고 규정하고, 1호에서 '공무상 부상 또는 공무상 질병으로 인하여 외모에 뚜렷한 흉터가 남아 1994년 7월 1일부터 2006년 10월 22일까지의 사이에 퇴직한 사람', 2호에서 '퇴직 후에 퇴직 전의 공무상 부상 또는 공무상 질병으로 인하여 1994년 7월 1일부터 2006년 10월 22일까지의 사이에 외모에 뚜렷한 흉터가 남은 사람'을 들고 있다.

리걸타임즈 김덕성 기자(dsconf@legal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