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사] 유책배우자의 이혼청구 인용 판단기준은?
[가사] 유책배우자의 이혼청구 인용 판단기준은?
  • 기사출고 2022.07.15 13: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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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 "유책성 비난만 하고 혼인관계 회복 노력 없으면 허용 가능"

남편이 과거 이혼소송을 냈다가 유책배우자라는 이유로 기각되었으나 이혼을 거부했던 부인이 계속 남편을 비난만 하면서 혼인관계 회복을 위한 노력을 하지 않았다면 비록 남편이 유책배우자라도 예외적으로 이혼청구를 받아들일 수 있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대법원 제2부(주심 민유숙 대법관)는 6월 16일 종전 이혼소송에서 유책배우자라고 판단되어 이혼청구가 기각된 남편 A(30대 후반)씨가 부인 B(30대 후반)씨를 상대로 다시 낸 이혼소송의 상고심(2021므14258)에서 이같이 판시, A씨의 청구를 기각한 원심을 깨고, 이혼을 허용하라는 취지로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되돌려보냈다.

A와 B씨는 2010년 3월 혼인해 딸(11)을 두고 있다. A씨는 B씨와의 크고 작은 갈등을 겪어오다가 이를 극복하지 못해 2016년 5월 말경 집을 나가 B씨를 상대로 이혼소송을 냈으나, A씨에게 혼인관계 파탄에 대한 더 큰 책임이 있다는 이유로 청구가 기각되었다.

이혼소송이 기각된 뒤에도 두 사람은 별거 생활을 이어갔다. A씨는 B씨에게 딸의 양육비를 지급했고, B씨와 딸이 거주하고 있는 자신 명의의 아파트에 관한 담보대출금도 갚아 나갔다. B씨는 A씨에게 딸을 만나기 위해서는 자신에게 연락하고 집으로 들어오라고 요구했다. 또 일방적으로 아파트의 잠금장치를 변경한 후 A씨에게 열쇠를 주지 않았고, A씨가 먼저 집으로 들어와야만 한다는 태도를 바꾸지 않았다. 그러나 A씨는 관계 개선이 선행되어야 한다는 입장이어 쌍방의 견해차를 전혀 좁히지 못했고, A씨는 결국 2019년 9월경 다시 이혼소송을 냈다. B씨는 이 소송 계속 중 일관하여 이혼할 생각이 없다는 의사를 밝혔다.

1심과 항소심 재판부는 원고가 피고와의 혼인관계 개선을 위한 아무런 노력도 하지 않은 점, 피고는 원고가 가정으로 돌아오기만을 바라면서 이혼의사가 절대로 없음을 밝히고 있는 점 등을 들어 원고의 이혼청구를 배척했다.

대법원은 그러나 "상대방 배우자의 혼인계속의사를 인정하려면 소송 과정에서 그 배우자가 표명하는 주관적 의사만을 가지고 판단할 것이 아니라, 혼인생활의 전 과정 및 이혼소송이 진행되는 중 드러난 상대방 배우자의 언행 및 태도를 종합하여 그 배우자가 악화된 혼인관계를 회복하여 원만한 공동생활을 영위하려는 노력을 기울임으로써 혼인유지에 협조할 의무를 이행할 의사가 있는지 객관적으로 판단하여야 한다"며 "과거에 일방 배우자가 이혼소송을 제기하였다가 유책배우자라는 이유에서 기각 판결이 확정되었더라도 그 후로 상대방 배우자 또한 종전 소송에서 문제되었던 일방 배우자의 유책성에 대한 비난을 계속하고 일방 배우자의 전면적인 양보만을 요구하거나 민 · 형사소송 등 혼인관계의 회복과 양립하기 어려운 사정이 남아 있음에도 이를 정리하지 않은 채 장기간의 별거가 고착화된 경우, 이미 혼인관계가 와해되었고 회복될 가능성이 없으며 상대방 배우자에 대한 보상과 설득으로 협의에 의하여 이혼을 하는 방법도 불가능해진 상태까지 이르렀다면, 종전 이혼소송의 변론종결 당시 현저하였던 일방배우자의 유책성이 상당히 희석되었다고 볼 수 있고, 이는 현재 이혼소송의 사실심 변론종결시를 기준으로 판단하여야 한다"고 밝혔다.

대법원은 다만, "상대방 배우자가 경제적 · 사회적으로 매우 취약한 지위에 있어 보호의 필요성이 큰 경우나 각종 사회보장급여 기타 공법상 급여, 연금이나 사적인 보험 등에 의한 혜택이 법률상 배우자의 지위가 유지됨을 전제로 하는 경우에는 유책배우자의 이혼청구를 허용함에 신중을 기하여야 한다"며 "이혼에 불응하는 상대방 배우자가 혼인의 계속과 양립하기 어려워 보이는 언행을 하더라도, 그 이혼거절의사가 이혼 후 자신 및 미성년 자녀의 정신적 · 사회적 · 경제적 상태와 생활보장에 대한 우려에서 기인한 것으로 볼 여지가 있는 때에는 혼인계속의사가 없다고 섣불리 단정하여서는 안 된다"고 밝혔다. 또 "자녀가 미성년자인 경우에는 혼인의 유지가 자녀의 복리에 긍정적 영향을 미칠 측면과 더불어 파탄된 혼인관계를 유지함으로써 오히려 자녀의 복리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측면에 관하여 모두 심리 · 판단하여야 한다"고 덧붙였다.

대법원은 이 사건에서 항소심의 심리미진을 이유로 파기환송했으나, 유책배우자의 이혼청구를 예외적으로 허용할 수 있는 경우와 허용할 수 없는 경우의 판단기준을 제시한 의미 있는 판결이다.

리걸타임즈 김덕성 기자(dsconf@legal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