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 전 주한미군 한국인 정보작전 전문요원이 낸 미국 상대 해고무효소 각하
[노동] 전 주한미군 한국인 정보작전 전문요원이 낸 미국 상대 해고무효소 각하
  • 기사출고 2022.07.16 23: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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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지법] "주권면제 대상"

주한미군에 근무하던 한국인 정보작전 전문요원이 해고되자 미국을 상대로 해고무효소송을 냈으나 각하됐다. 주권면제 대상으로, 우리나라 법원이 재판권을 행사할 수 없다는 이유다.

서울중앙지법 민사42부(재판장 정현석 부장판사)는 5월 13일 주한미군에서 정보작전 전문요원으로 근무하다가 해고된 A씨가 해고는 무효라며 미합중국을 상대로 낸 소송(2020가합541224)에서 이같이 판시, 소 각하 판결했다. 법무법인 와이케이가 원고를, 피고는 법무법이 대륙아주가 대리했다. 

A씨는 2019년 2월 11일 주한미군 인사규정에 따라 시용기간 1년을 거치는 조건으로 고용되어 한국노무단(미 8군 지원단)의 담당자로 근무하다가, 같은해 10월 1일부터 여단 연락반 소속 정보작전 전문요원으로 근무했으나, 시용기간 중인 2020년 1월 21일 '직무수행에 필요한 최소한의 요건을 충족하지 못했다'는 이유로 '시용기간 중 고용종료 통보서'를 받자 해고는 무효라며 소송을 냈다. 피고는 위 통보서에서 통보서를 받은 때로부터 30일 후에 고용관계가 종료된다고 통지했다.

피고는 이에 대해 "이 해고는 주권적 활동에 속하거나 이와 밀접한 관련이 있으므로, 그 효력의 유무를 다투는 이 사건 소는 주권면제의 원칙에 따라 한국 법원이 재판권을 행사할 수 없는 경우에 해당하여 부적법하다"고 본안전항변을 했다.

재판부는 "우리나라의 영토 내에서 행하여진 외국의 사법적(私法的) 행위가 주권적 활동에 속하는 것이거나 이와 밀접한 관련이 있어서 이에 대한 재판권의 행사가 외국의 주권적 활동에 대한 부당한 간섭이 될 우려가 있다는 등의 특별한 사정이 있는 경우에는 외국의 사법적 행위에 대하여는 해당 국가를 피고로 하여 우리나라 법원이 재판권을 행사할 수 없다(대법원 1998. 12. 17. 선고 97다39216 전원합의체 판결 등 취지 참조)"고 전제한 후, "이 사건 해고는 피고의 주권적 활동에 속하는 것이거나 이와 밀접한 관련이 있어서 이에 대한 우리나라 법원의 재판권 행사가 피고의 주권적 활동에 대한 부당한 간섭이 될 우려가 있으므로, 주권면제의 대상이 된다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며 피고의 본안전항변을 받아들였다.

재판부는 "원고가 소속되어 있던 여단 연락반은 주한미군과 한국 유관기관 상호 간에 한국 내 대테러 및 방첩 사건과 관련하여 주고받는 연락활동이 원활하게 이루어질 수 있도록 다방면에서 지원하는 역할을 수행하였고, 여단 연락반에 소속된 정보작전 전문요원들은 정치적, 군사적으로 중요하고 민감한 정보를 직접적으로 다루는 업무를 담당하였는데, 원고 역시 정보작전 전문요원으로서 위와 같은 정보 수집에 필요한 통 · 번역 업무를 담당한 것으로 보인다"며 "원고의 담당 업무는 주한미군 내에서 이루어지는 피고의 정보 및 군사적 활동과 밀접하게 관련되어 있다고 평가할 수 있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또 "정보작전 전문요원은 업무 과정에서 미 국방부의 정보시스템 또는 작업영역에 접근할 경우 여단 연락반의 보안규정을 엄격하게 준수할 것이 요구되었다"고 지적하고, "주권국가가 누구를 고용하여 외국에 주둔시킨 군사기지 내지 시설의 제한된 구역에 진입하고 민감한 정부 정보에 접근하도록 허용할 것인지의 문제는 결국 그 주권국가의 고도의 공권적 행위에 해당한다"고 밝혔다. 이어 "피고는 인사규정을 마련하여 주한미군 소속 한국 국적 근로자들에 대한 인사를 일관되게 관리하여 왔는데, 이 인사규정에 따라 원고의 업무능력이나 태도가 피고 산하 주한미군에서 담당하는 국가적 업무를 수행하는 데 부적합하다고 판단하여 원고를 해고한 것으로 보인다"며 "따라서 이 해고 역시 피고의 고도의 공권적 결정에 따른 주권적 행위에 해당하고, 한 국가가 다른 주권 국가로 하여금 해고된 근로자를 복직시키고 다시 그 주권국가의 군사시설 내로 접근할 수 있도록 강요하는 것은 이러한 공권적 행위에 대한 부당한 간섭이 될 우려가 있다"고 밝혔다.

리걸타임즈 김덕성 기자(dsconf@legal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