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정] "안경다리에 빨강색 들어갔다고 교도소 반입 불허 위법"
[교정] "안경다리에 빨강색 들어갔다고 교도소 반입 불허 위법"
  • 기사출고 2022.07.10 15: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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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행법] "관련 법무부예규 무효"

수형자의 가족이 보내준 안경다리의 일부에 빨강색이 들어가 있다는 이유로 교도소 내 반입을 불허한 교도소장의 처분은 무효라는 판결이 나왔다. 법원은, 수용자의 심리적 안정을 해하고 위화감을 조성한다는 이유로 빨강, 노랑, 파랑색 등 원색이 들어간 안경테의 반입 불허를 규정한 법무부예규는 상위 법령 규정들에 위배 · 저촉되어 위법 · 무효라고 보았다.

서울행정법원 제11부(재판장 강우찬 부장판사)는 6월 24일 2021년 9월 사기죄로 구속 기소되어 항소심 재판이 진행 중인 가운데 홍성교도소에 수감 중인 A씨가 "차입물품(안경)지급불허 처분을 취소하라"며 법무부장관과 홍성교도소장을 상대로 낸 소송(2022구합422)에서 이같이 판시, "지급불허 처분을 취소하라"고 판결했다. 법무부장관에 대한 소는 각하했다.

A씨는 2021년 11월 19일 홍성교도소에 입소 당시 사용하던 안경에 불편을 느껴 가족에게 자신이 평소에 사용하던 다른 안경을 보내달라고 요청했다. 이에 A씨의 가족이 안경이 든 택배를 발송했으나, 홍성교도소장이 A씨에게 '위 안경다리 부분 일부에 빨강색 색상이 혼재되어 있어 지급금지물품에 해당하므로, 보관금품 관리지침에 따라 그 지급을 불허한다'는 취지의 통지를 하고, 위 안경을 A씨의 가족에게 반송하자 A씨가 소송을 냈다. 전달이 불허된 안경의 형상은, 검정색 플라스틱 안경테(반무테)에 안경다리 중 일부분에 빨강색이 들어가 있는 모습(사진 참조)이다. 

법무부예규인 보관금품 관리지침 [별표3] 1항(이 사건 조항)은 수용자가 지닐 수 있는 보관품 허가기준 27개 품목에 기타품목으로 안경을 열거하면서 안경의 허가기준 중 하나로 '안경테의 색상은 금색 · 은색 · 갈색 · 검정색 등 단일색상으로 하고, 빨강 · 노랑 · 파랑 등 원색 내지 그 계열의 색상 등의 소재를 더한 장식을 금지함'을 명시하고 있고, 위 27개 품목에 대하여 '심리적 안정을 해치거나 수용자간 위화감을 줄 우려가 있는 빨강 · 노랑 등 원색 또는 그 계열의 색상 및 그 색상들이 혼재된 물품은 전달 불허'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재판부는 먼저 "이 사건 조항 중 해당 부분은 그 자체로는 법규성이 인정되지 않으므로, 결국 이러한 처분사유가 적법한지 여부는 금품 전달의 허가기준을 정한 상위법령 규정인 형집행법 시행령 제42조, 형집행법 시행규칙 제22조 제3항 각호가 규정하는 전달 불허가 사유에 해당하는지 여부를 준거로 하여 판단되어야 한다"고 지적하고, "특히 이 사건 조항 중 안경에 대한 부분은 빨강색이 섞인 '안경테'가 금지되는 이유로 심리적 안정을 해치거나 수용자간 위화감을 줄 우려가 있다는 점을 명시하고 있으므로, 유사한 내용이 포함된 형집행법 시행규칙 제22조 제3항 제2, 3, 5호를 중심으로 전달 불허가 사유가 인정되는지를 판단하여야 한다"고 밝혔다. 형집행법 시행규칙 22조 3항은 외부로부터 전달받은 물품을 수용자가 지니도록 허가될 수 있는 경우에 관하여 규율하고 있는데, 이와 같이 전달이 허가될 수 없는 경우로서 음란하거나 현란한 그림 · 무늬가 포함된 물품(2호), 사행심을 조장하거나 심리적인 안정을 해칠 우려가 있는 물품(3호), 위화감을 조성할 우려가 있는 높은 가격의 물품(5호) 등을 들고 있다.

재판부는 "이 사건 안경다리 부분에 일부 빨강색이 포함되어 있다고 하여, 이를 현란하다고 단정하기도 어렵거니와, 이러한 색상과 형상이 음란한 그림이나 무늬의 경우처럼 교도소의 수용 질서유지나 수용자의 정신건강에 위해를 가할 우려가 명백하게 인정된다고 볼 합리적인 근거는 전혀 찾아볼 수 없다"고 밝혔다. 이어 "이 사건 안경의 색깔 그 자체가 사행심을 조장한다고 볼 수 없음은 분명하고, 안경다리 일부에 원색이 포함되어 있다고 하여 수용자의 심리적인 안정을 해칠 우려가 있다고 볼 어떠한 합리적인 근거 역시 찾아보기 어렵다"며 "설령 안경테의 색 전부가 원색이라고 가정하더라도, 이와 같이 단정할 합리적인 근거 역시 발견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또 "안경은 예컨대 '목발'과 같이 신체의 장애를 보완하기 위하여 사용되는 것으로서 대부분의 시간을 몸에 신체의 일부처럼 착용 · 부착하는 형태로 사용되고, 이는 교도소 측에서 무상 제공되는 물품도 아니며 구매품으로 제공되는 물품도 아니어서 외부에서 유상 구매될 것을 당연한 전제로 하고 있다"며 "이를 단순한 사치품과 같은 선상에 두고 볼 수는 없고, 나아가 살펴보아도 이 사건 안경이 위화감을 조성할 정도의 고가품에 해당한다고 보기도 어려워 결국 어느 모로 보더라도 이 사건 안경이 '그 색깔만으로' 위화감을 조성한다고 볼 수는 없다"고 밝혔다. 결국 처분사유로 제시된 사유들은 모두 상위 법령에서 제시된 전달 불허가 사유에 해당하지 않으므로, 불허가 처분은 위법하다는 것이 재판부의 판단이다.

재판부는 "같은 취지에서 처분사유와 같은 내용이 규정된 이 사건 조항 중 해당 부분 역시 상위 법령 규정들에 위배 · 저촉되는 내용으로서 위법 · 무효"라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원색 계열이 테에 들어간 안경의 전달을 금지하는 이 사건 조항 중 해당 부분은 상위 법령 규정에 부합하지 않고, '예규 설정자'의 색에 대한 편견 (prejudice)이나 자의적(恣意的)인 관념 및 기준에 따라 만들어진 것으로서 권력기관의 자의적 권한 행사를 금지하는 헌법상 법치국가원리에도 반한다"고 지적하고, "또한 이 사건 조항 중 해당 부분은 헌법상 기본권 제한과 관련한 과잉금지원칙에도 반하므로 어느 모로 보더라도 위헌 · 위법을 면할 수 없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보관금품 관리지침'이 다른 집행행위의 매개 없이 그 자체로 직접 국민의 권리의무나 법률관계를 규율한다고 볼 수 없어 이 사건 조항이 무효확인소송의 대상이 되는 처분에 해당한다고 보기 어렵다는 이유로 법무부장관의 본안전항변을 받아들여 법무부장관에 대한 청구는 각하했다.

리걸타임즈 김덕성 기자(dsconf@legal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