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배] '성소수자 행사 이유' 동대문체육관 대관 취소 위법
[손배] '성소수자 행사 이유' 동대문체육관 대관 취소 위법
  • 기사출고 2022.07.07 08: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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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부지법] "평등 원칙에 반해"

동대문구시설관리공단이 성소수자 행사라는 이유로 여성성소수자단체의 체육대회 진행을 위한 동대문체육관의 대관을 취소한 것은 성적 지향 등을 이유로 한 차별행위로서 위법하다는 판결이 나왔다.

서울서부지법 민사2-1부(재판장 박성규 부장판사)는 5월 13일 여성주의 문화, 예술, 체육 행사 등 사업을 수행하는 '언니네트워크'와 여성 성소수자 인권 활동가 4명이 "동대문체육관 대관 취소로 인한 손해를 배상하라"며 동대문구와 동대문구시설관리공단, 공단 체육관팀 팀장 A씨, 체육관팀 대관업무 담당자 B씨 등을 상대로 낸 소송의 항소심(2021나47810) 이같이 판시, "피고들은 연대하여 언니네트워크에 500만원, 활동가 4명에게 100만원씩 모두 900만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언니네트워크는 2017년 다른 단체와 함께 '제1회 퀴어여성생활체육대회'를 진행하기로 했고, 여성 성소수자 인권 활동가 4명은 이 체육대회의 준비를 담당했다. 언니네트워크는 2017년 9월 19일 동대문구시설관리공단으로부터 동대문체육관에 대해 대관일시를 2017년 10월 21일(토) 13:00~19:00로, 대관료 등을 150여만원으로 하여 체육 시설 사용허가를 받았다.

그런데 동대문구와 동대문구시설관리공단에 대관허가 직후부터 이 체육대회 개최에 반대하는 항의 민원이 들어오자 공단 체육관팀 팀장 A씨는 9월 25일 국가인권위원회에 '대관허가를 했는데 민원이 들어와서 지금 대관을 안 해 주려고 하고 있다. 답답하다. 양쪽 민원이 문제다'라는 내용으로 상담을 요청했고, 이에 대해 국가인권위원회로부터 '개인의 성적 취향을 이유로 대관을 취소한다면 차별에 해당한다'는 내용의 답변을 들었다. 또 B씨는 언니네트워크 측에 전화해 "포스터 보고 저희 쪽으로 자꾸 전화가 오는 것 같아요", "다른 장소는 섭외가 안 되나요?"라고 말했다. 동대문구시설관리공단은 9월 26일 언니네트워크에 '2017년 10월 20일부터 21일까지 동대문체육관 천장 공사를 실시하므로 대관허가를 취소하겠다'고 통보하고 대관료 등 150여만원을 반환했다. 언니네트워크는 결국 이 체육대회를 열지 못했다. 이에 "대관허가 취소는 퀴어여성생활체육대회의 목적과 예상 참가자들의 성적 지향 등을 이유로 한 것으로서 성적 지향 등을 이유로 한 차별에 해당하여 위법하다"며 활동가 4명과 함께 소송을 냈다. 

재판부는 "헌법 제11조 제1항은 '모든 국민은 법 앞에 평등하다. 누구든지 성별 · 종교 또는 사회적 신분에 의하여 정치적 · 경제적 · 사회적 · 문화적 생활의 모든 영역에 있어서 차별을 받지 아니한다'라고 규정하여 평등의 원칙을 선언하고 있고, 또한 국가인권위원회법 제2조 제3호는 '성적 지향'을 금지되는 차별사유 중 하나로 명시하고 있다"며 "따라서 기본권의 수범자인 국가, 지방자치단체, 기타 공법인이 공공시설의 이용에 관하여 합리적인 이유 없이 성적 지향 등을 이유로 특정인을 배제하는 행위는 평등의 원칙에 반하여 위법하다"고 밝혔다. 이어 "피고 공단은 이 사건 체육대회 예상 참가자들의 성적 지향 등을 이유로 대관허가를 취소하였다고 봄이 타당하다"며 "대관허가 취소는 성적 지향 등을 이유로 한 차별행위로서 평등의 원칙에 반하여 위법하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대관허가 취소는 성적 지향 등을 이유로 한 차별행위로서, 그 직접 상대방인 원고 단체에 대한 차별일 뿐만 아니라 체육대회의 개최 · 준비자들 및 예상 참가자들에 대한 차별이기도 하다"며 "대관허가 취소로 인하여 원고 단체의 평등권과 활동가 등의 평등권이 모두 침해되었다고 보아야 한다"고 밝혔다. 이어 차별행위의 내용과 성격, 피고 공단이 국가인권위원회와 전화 상담 등을 통해 대관허가 취소의 위법성을 충분히 알았을 것으로 보임에도 불구하고 대관허가를 취소한 점, 피고 공단이 원고들에게 대관허가 취소사유를 허위로 통보하였을 뿐만 아니라 동대문구로부터 체육관 천장 공사에 관한 공문을 받는 등 적극적으로 위 허위의 취소사유에 부합하는 외관을 작출하여 원고들의 권리 구제를 어렵게 한 점, 향후 성적 지향 등을 이유로 한 차별행위의 재발을 방지할 필요성이 있는 점 등을 고려, 원고 단체의 위자료를 500만원으로, 활동가 4명의 위자료를 각 100만원으로 정했다.

재판부는 또 "동대문구는 체육관 운영의 위탁자이자 감독자로서 피고 공단에 대관허가 취소를 지시하였거나 적어도 이를 함께 결정하였다고 봄이 타당하고, B는 대관허가 담당 실무자로서, A는 대관허가 취소에 대한 전결권을 가진 체육관팀 팀장으로서, 피고 공단이 대관허가를 취소하기에 이른 과정에 실질적으로 기여하였다고 봄이 타당하다"며 동대문구, B, A는 공동불법행위자로서 피고 공단과 공동하여 손해를 배상하라고 명했다.

조혜인, 류민희, 백소윤 변호사가 원고들을 대리했다. 

리걸타임즈 김덕성 기자(dsconf@legal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