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명의신탁 받은 땅 임의 처분, 횡령죄 무죄지만 불법행위책임 져야"
[부동산] "명의신탁 받은 땅 임의 처분, 횡령죄 무죄지만 불법행위책임 져야"
  • 기사출고 2022.07.03 09: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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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 "명의신탁자의 소유권이전등기청구권 침해"

부동산 명의수탁자가 해당 부동산을 임의로 처분한 경우 형사상 횡령죄로 처벌되지 않더라도, 이는 명의신탁자의 채권인 소유권이전등기청구권을 침해, 민사상 불법행위에 해당한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A는 C로부터 제주시에 있는 밭 10,988㎡과 1,507㎡, 임야 668㎡ 등을 매수하면서 그 등기는 B 명의로 하기로 약정하고, 그 약정에 따라 2011년 10월 20일 C가 각 토지에 관해 B씨 앞으로 소유권이전등기를 함으로써 3자간 등기명의신탁이 이루어졌다. 이 과정에서 A와 B 사이에 '쌍방 합의하에 각 토지를 B에게 이전한다. B는 각 토지에 대하여 매매권리가 없고, 모든 매매권리는 A에게 있다. B는 명의이전만 되어있을 뿐, 금원은 투자한 사실이 없다'라는 내용의 부동산매매각서를 작성했다.

그런데 B가 A의 동의 없이 2014년 4월 7일 D에게 각 토지를 14억원에 매도하면서 매매대금 중 9억 8,000만원은 D가 각 토지의 근저당권부 채무를 인수하기로 하는 매매계약을 하고, D에게 각 토지에 관해 위 매매를 원인으로 한 소유권이전등기를 했다. 이에 A가 "B가 동의 없이 각 토지를 처분한 것은 불법행위에 해당하거나 법률상 원인 없이 부당한 이익을 얻은 것"이라며 B를 상대로 손해배상 또는 부당이득반환으로, 토지대금 14억원에서 토지의 근저당 채무 9억 8,000만원을 뺀 4억 2,000만원의 지급을 청구하는 소송을 냈다.

1심과 항소심 재판부는 모두 B의 행동이 민사상 불법행위가 아니라고 판단했다. 3자간 등기명의신탁을 한 경우에 명의수탁자가 부동산을 임의로 처분해도 횡령죄가 되지 않는다고 판단한 대법원 2016. 5. 19. 선고 2014도6992 전원합의체 판결이 근거였다. 1심 재판부는 다만, 부당이득반환청구를 인정해 "B가 D로부터 받은 받은 토지대금 4억 2,000만원에서 B가 2011년 10월 C로부터 등기를 넘겨받을 때 지출함 법무사비용과 이때부터 2014. 4. 8.까지 지급한 토지에 관한 근저당채무의 이자 합계 124,229,797원을 공제한 2억 6,900여만원을 A에게 지급하라"고 원고 일부승소 판결했으나, 항소심 재판부는 부당이득반환 청구도 받아들이지 않았다.

그러나 A의 상고로 열린 상고심(2020다208997)에서 대법원 제3부(주심 김재형 대법관)는 6월 9일 "피고가 원고와 체결한 명의신탁약정에 따라 보관하고 있던 이 사건 각 토지를 원고의 동의 없이 D에게 처분한 행위는 원고의 채권인 소유권이전등기청구권을 침해하는 불법행위에 해당한다고 볼 여지가 있다"며 원심을 깨고,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되돌려보냈다. 

대법원은 "명의수탁자가 3자간 등기명의신탁에 따라 매도인으로부터 소유권이전등기를 넘겨받은 부동산을 자기 마음대로 처분한 행위가 형사상 횡령죄로 처벌되지 않더라도, 이는 명의신탁자의 채권인 소유권이전등기청구권을 침해하는 행위로써 민법 제750조에 따라 불법행위에 해당하여 명의수탁자는 명의신탁자에게 손해배상책임을 질 수 있다"고 밝혔다.

대법원은 종전의 대법원 판결(2016다34007 등)을 인용, "민사책임과 형사책임은 지도이념, 증명책임의 부담과 그 증명의 정도 등에서 서로 다른 원리가 적용되고, 위법행위에 대한 형사책임은 사회의 법질서를 위반한 행위에 대한 책임을 묻는 것으로서 행위자에 대한 공적인 제재인 형벌을 그 내용으로 하는데 반하여, 민사책임은 다른 사람의 법익을 침해한 데 대하여 행위자의 개인적 책임을 묻는 것으로서 피해자에게 발생한 손해의 전보를 그 내용으로 하고 손해배상제도는 손해의 공평 · 타당한 부담을 그 지도원리로 한다"고 지적하고, "따라서 형사상 범죄를 구성하지 않는 침해행위라고 하더라도 그것이 민사상 불법행위를 구성하는지는 형사책임과 별개의 관점에서 검토해야 한다"고 밝혔다.

대법원은 "3자간 등기명의신탁에서 명의수탁자의 임의처분 등을 원인으로 제3자 앞으로 소유권이전등기가 한 경우,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제3자는 유효하게 소유권을 취득하고(부동산 실권리자명의 등기에 관한 법률 제4조 제3항), 그 결과 매도인의 명의신탁자에 대한 소유권이전등기의무는 이행불능이 되어 명의신탁자로서는 부동산 소유권을 이전받을 수 없게 된다"며 "명의수탁자가 명의신탁자의 채권인 소유권이전등기청구권을 침해한다는 사정을 알면서도 명의신탁 받은 부동산을 자기 마음대로 처분하였다면 이는 사회통념상 사회질서나 경제질서를 위반하는 위법한 행위로서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제3자의 채권침해에 따른 불법행위책임이 성립한다"고 밝혔다.

법무법인 서울센트럴이 A씨를 대리했다.

리걸타임즈 김덕성 기자(dsconf@legal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