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사] "렌탈업체가 휴대전화 본인인증 거쳤어도 명의도용 당한 고객에 렌탈료 납부의무 없어"
[민사] "렌탈업체가 휴대전화 본인인증 거쳤어도 명의도용 당한 고객에 렌탈료 납부의무 없어"
  • 기사출고 2022.07.01 18:29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중앙지법] "민법 126조 표현대리 유추적용 불가"

렌탈업체가 비대면 렌탈계약을 체결하며 휴대전화를 이용한 본인인증절차를 거쳤더라도 명의도용을 당한 고객에게 렌탈계약의 효력이 미치지 않는다는 판결이 나왔다.

서울중앙지법 김재은 판사는 6월 8일 A씨가 "렌탈계약에 기한 2,514,000원의 물품대금채무는 존재하지 아니함을 확인하라"며 렌탈업체인 B사를 상대로 낸 소송(2020가단5294595)에서 이같이 판시, 원고 승소 판결했다.

A씨는 2019년 12월경 대부업체의 상담원이라는 사람으로부터 대출을 받아주겠다는 제안을 받고 그 사람에게 자신의 신분증 사진과 통장사본, 신용카드 사본을 제공했다. 이후 B사는 B사의 온라인 렌탈 총판을 통해 A씨 명의로 에어드레서 렌탈을 신청받았고, B사의 직원은 2019년 12월 24일 위 신청 당시 제공된 휴대전화번호로 전화를 걸어 자신을 A씨로 소개한 사람과 통화하고 그 통화내용을 녹취하면서 위 사람으로부터 A씨의 성명, 생년월일, 렌탈대금을 결제할 신용카드 번호와 유효기간 등의 정보를 제공받고 전자문서인 렌탈청약서를 작성하는 방법으로 대용량 에어드레서에 관한 렌탈계약을 체결했다. 당시 B사는 위와 같이 녹취로 계약을 체결하기 전 위 사람이 알려 준 휴대전화번호를 이용한 본인인증절차인 세이프키(Safe-key) 발급절차를 거쳤다. 세이프키 발급절차는 고객 명의로 개통된 휴대전화번호를 이용하여 고객의 신용정보를 확인하는 절차로, B사의 요청을 받은 업체가 고객 명의로 개통된 휴대전화로 인증번호를 발송하면 이를 확인한 고객이 B사의 시스템에 인증번호를 입력함으로써 본인을 인증하는 절차다.

B사는 자신을 A씨로 소개한 사람이 알려준 주소로 렌탈계약에서 정한 에어드레서 제품을 배송업체를 통해 배송했다. 이에 A씨가 "나를 가장한 사람이 나의 명의를 도용해 렌탈계약을 체결하고, 렌탈계약에서 정한 제품을 수령했다"며 소송을 냈다.

김 판사는 "이 사건 렌탈계약 체결 당시 원고로 행세한 성명불상자가 원고 본인이라거나 원고를 대행할 권한이 있었다고 인정하기에 부족하다"고 밝혔다.

다음은 A씨가 민법 126조 표현대리의 유추적용에 따라 렌탈료 채무를 부담하는지 여부. 대법원 판결(2012다66303 판결 등)에 따르면, 민법 제126조의 표현대리는 대리인이 본인을 위한다는 의사를 명시적 또는 묵시적으로 표시하거나 대리의사를 가지고 권한 외의 행위를 하는 경우에 성립하고, 사술을 써서 위와 같은 대리행위의 표시를 하지 아니하고 단지 본인의 성명을 모용하여 자기가 마치 본인인 것처럼 기망하여 본인 명의로 직접 법률행위를 한 경우에는, 본인을 모용한 사람에게 본인을 대리할 기본대리권이 있었고, 상대방으로서는 위 모용자가 본인 자신으로서 본인의 권한을 행사하는 것으로 믿은 데 정당한 사유가 있었던 사정이 있는 경우에 한하여 위 법조 소정의 표현대리의 법리가 유추적용된다.

김 판사는 "원고가 자신을 대부업체의 상담원으로 소개한 사람에게 원고의 신분증 사진과 원고 명의의 계좌번호, 신용카드 정보를 제공한 것은 적어도 금융기관에 원고 명의로 대출을 신청할 권한을 수여한 것으로 볼 여지는 있으나, 피고가 이 사건 성명불상자를 원고 자신으로서 본인의 권한을 행사하는 것으로 믿은 데 정당한 사유가 있었다고 보기 어렵다"고 밝혔다. 

김 판사는 "피고가 이 사건 렌탈계약을 비대면 거래방식으로 체결하면서 거래 상대방의 본인인증절차로 실시한 것은 실질적으로 원고 명의의 휴대전화를 이용한 세이프키 발급절차가 전부인데, 이때 사용된 원고 명의의 휴대전화가 원고 본인이 사용 중인 것 또는 적어도 원고 본인의 의사에 따라 개통된 것임을 인정할 증거가 없다"고 밝혔다. 이어 "휴대전화는 금융거래에 이용되는 공인인증서나 보안카드 등에 비하여 제3자에 의하여 악용될 위험이 상대적으로 크고, 최근 타인 명의 휴대전화를 이용한 범죄가 비교적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다"고 지적하고, "피고는 렌탈 영업을 하면서 비대면 거래방식이 대면거래보다 거래상대방 측의 명의도용의 위험이 높다는 점을 인식하면서도 스스로 비대면 거래방식을 허용하였고, 비대면 거래방식의 본인인증방법인 영상통화 또는 생체정보 · 공인인증서 · 아이핀 확인방법 등과 비교할 때에 신뢰성과 안전성이 떨어진다고 볼 수 있는 본인 명의의 휴대전화를 이용한 인증번호 확인방법을 선택하였다"고 덧붙였다. 결국 렌탈계약의 효력은 원고에게 미치지 않으므로, 원고는 피고에 대하여 렌탈계약에 기한 2,514,000원의 렌탈비 채무를 부담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리걸타임즈 김덕성 기자(dsconf@legal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