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 "KT 정년연장형 임금피크제 유효"
[노동] "KT 정년연장형 임금피크제 유효"
  • 기사출고 2022.06.23 14: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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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지법] "합리적 이유 있어"

얼마 전 한국전자기술연구원의 정년유지형 임금피크제에 대해 대법원이 합리적 이유가 없다는 이유로 무효 판결을 내린 것과 달리 KT의 정년연장형 임금피크제의 유효성을 인정한 1심 판결이 나왔다. 합리적 이유가 있다고 본 것이다.

서울중앙지법 민사48부(재판장 이기선 부장판사)는 6월 16일 KT 전 · 현 직원 1,073명이 "임금피크제는 무효이니 임금피크제에 따라 지급하지 않은 미지급 임금을 지급하라"며 회사를 상대로 낸 소송(2019가합592028)에서 이같이 판시, 원고들의 청구를 기각했다. 법무법인 율촌이 KT를 대리했다.

KT는 2014년 4월 8일과 2015년 2월 24일 두 차례의 노사합의를 통해 2016년 1월부터 정년을 58세에서 60세로 연장하고 피크지급률을 56세 90%, 57세 80%, 58세 70%, 59세 60%로 차등 적용하는 임금피크제를 시행했다. 이에 1958~1962년 출생해 정년 연장과 함께 임금피크제가 적용된 원고들이 "임금피크제는 합리적인 이유 없이 연령을 이유로 임금피크 대상 근로자들을 차별하는 것이어 위법 · 무효"라는 등의 주장을 하며 소송을 냈다.

재판부는 먼저 한국전자기술연구원 임금피크제 사건의 대법원 판결(2017다292343)을 인용, "연령을 이유로 한 차별을 금지하고 있는 「고용상 연령차별금지 및 고령자고용촉진에 관한 법률」(고령자고용법) 제4조의4 제1항에서 말하는 '합리적인 이유가 없는' 경우란 연령에 따라 근로자를 다르게 처우할 필요성이 인정되지 아니하거나 달리 처우하는 경우에도 그 방법 · 정도 등이 적정하지 아니한 경우를 말한다"고 전제하고, "사업주가 근로자의 정년을 그대로 유지하면서 임금을 정년 전까지 일정 기간 삭감하는 형태의 이른바 '임금피크제'를 시행하는 경우 연령을 이유로 한 차별에 합리적인 이유가 없어 그 조치가 무효인지 여부는 임금피크제 도입 목적의 타당성, 대상 근로자들이 입는 불이익의 정도, 임금 삭감에 대한 대상 조치의 도입 여부 및 그 적정성, 임금피크제로 감액된 재원이 임금피크제 도입의 본래 목적을 위하여 사용되었는지 등 여러 사정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판단하여야 한다"고 밝혔다. 이어 "위 대법원 2017다292343 판결의 법리는 이른바 '정년유지형 임금피크제' 사안에 관한 법리이나, 이 사건과 같은 '정년연장형 임금피크제' 사안에 관하여도 하나의 참고기준이 될 수 있다"고 밝혔다.

재판부에 따르면, 2014. 4. 8.자 노사합의 당시 KT에 근무하던 직원 3만 2,000여명 중 15년 이상 근무한 직원의 수는 2만 3,000여명에 이른다. 이에 2014. 4. 8.자 노사합의에 따라 실시된 특별명예퇴직으로 8,356명이 퇴직하였으나, 위와 같은 명예퇴직에도 불구하고 2015. 2. 24.자 노사합의 무렵 KT에 근무하던 22,908명 중 79.4%에 이르는 18,185명이 40대 이상이었고, 50대 이상 근로자의 비중도 30.3%에 이르렀다. 또 2014년 당시 KT의 영업손실은 7,194억원이고 당기 순손실은 1조 1,419억원에 이르는바, 피고의 경영사정은 매년 악화되었고 그 정도도 급격히 심화되고 있었다.

재판부는 "위와 같은 피고 회사의 인력구조 및 경영사정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볼 때, 피고로서는 「고령자고용법」 개정에 따른 정년연장에 대응하여 임금피크제 등을 실시함으로써 인건비를 절감할 절박한 필요가 있었다고 보인다"고 지적하고, "나아가 2015. 2. 24.자 노사합의 당시 피고 회사의 인력구조에 비추어 볼 때, 2014년도에 많은 근로자들이 명예퇴직하였다는 사정만으로는 임금피크제 실시의 사유가 소멸하였다고 인정하기 부족하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또 "이 사건 임금피크제는 「고령자고용법」 제19조의2가 예정한 임금체계 개편의 일환으로서 「고령자고용법」 제19조에 의한 정년연장과 표리의 관계에 있다"며 "따라서 정년연장과 이 사건 임금피크제를 전체적 · 종합적으로 고려하지 아니하고 이 사건 임금피크제만을 분리하여 근로자들에게 일방적으로 불이익한 조치 혹은 연령차별이라고 주장하는 원고들의 관점은 그대로 수긍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고령자고용법은 2013. 5. 22. 법률 제11791호로 개정되었는데, 그 주요 골자는 근로능력이 있는 근로자의 일할 기회를 보장하기 위하여 사업주로 하여금 정년을 60세 이상으로 정하도록 의무화하되(19조), 사업주와 근로자의 과반수로 조직된 노동조합으로 하여금 정년연장에 따른 임금체계 개편 등의 조치를 하도록 한 것이다(19조의2).

재판부는 "정년연장 및 임금피크제 시행을 전후로 근로자들이 지급받을 수 있는 임금을 비교하면 56~59세 근로자들의 100% 증가한바, 결국 근로자들은 임금피크제 시행에도 불구하고 '임금 총액'의 측면에서는 더 많은 액수를 지급받게 되어 임금피크제로 인하여 '적극적인 손해'를 입게 되었다고 단정하기는 부족하다"고 지적하고, "이 사건 임금피크제가 강행법규인 「고령자고용법」을 위반한 '합리적인 이유 없는 연령차별'에 해당한다고 단정하기 어렵고, 이를 도입한 각 노사합의가 현저히 합리성을 결하여 단체협약의 내재적 한계를 벗어났다고 볼 수도 없다"고 밝혔다.

리걸타임즈 김덕성 기자(dsconf@legal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