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거래] "정보 교환만으로 가격 담합 단정 불가"
[공정거래] "정보 교환만으로 가격 담합 단정 불가"
  • 기사출고 2022.06.16 21: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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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 배합사료업체 3사 과징금 등 취소 확정

배합사료 가격을 담합했다는 이유로 2015년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과징금을 부과받은 배합사료업체들이 불복 소송을 내 대법원에서 최종 승소했다. 대법원은 배합사료 판매가격의 인상 · 인하 시기 등에 관한 정보를 서로 교환한 사실만으로는 가격 담합으로 단정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대법원 제3부(주심 이흥구 대법관)는 5월 26일 팜스코와 하림홀딩스, 하림지주(합병 전 제일홀딩스)가 "시정명령과 모두 110억원의 과징금납부명령을 취소하라"며 공정거래위원장을 상대로 낸 소송의 상고심(2017두47229)에서 이같이 판시, 원고 승소 판결한 원심을 확정했다. 법무법인 태평양이 원고들을 대리했다.

원고 3사와 카길애그리퓨리나, CJ제일제당, 대한제당, 삼양홀딩스, 두산생물자원, 서울사료, 우성사료, 대한사료 등 11개 배합사료업체는 2006년 10월경부터 2010년 7월경까지 배합사료의 가격, 인상 · 인하 시기 등에 관한 정보를 서로 교환하고 공유했다. 공정위가 이를 가격 담합으로 보고 2015년 9월 시정명령과 함께 원고 3사에 110억원 등 10개 업체에 모두 745억여원의 과징금을 부과했다. 두산생물자원은 자진신고를 해 과징금을 면제받았다. 이에 원고 3사가 "11개사는 배합사료 가격 결정을 위한 정보 습득 차원에서 경쟁사들과 접촉한 사실은 있으나, 가격 인상의 시기나 폭에 대한 합의를 한 사실이 없고 독자적으로 가격을 결정하는 데에 가격 등 정보를 참조했을 뿐"이라며 과징금 등의 취소를 요구하는 소송을 냈다. 1심을 맡은 서울고법 재판부가 원고들의 주장을 받아들여 원고 승소 판결을 내리자 공정위가 대법원에 상고했다.

대법원은 "구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 제19조 제1항이 금지하는 '부당한 공동행위'는 '부당하게 경쟁을 제한하는 행위에 대한 합의'로서 이때 '합의'에는 명시적 합의뿐 아니라 묵시적인 합의도 포함된다고 할 것이지만(대법원 2003. 2. 28. 선고 2001두1239 판결 등 참조), 이는 둘 이상 사업자 사이에 의사의 연락이 있을 것을 본질로 하므로 단지 위 규정 각 호에 열거된 '부당한 공동행위'가 있었던 것과 일치하는 외형이 존재한다고 하여 당연히 합의가 있었다고 인정할 수는 없고 사업자 간 의사연결의 상호성을 인정할 만한 사정에 대한 증명이 있어야 하며, 그에 대한 증명책임은 그러한 합의를 이유로 시정조치 등을 명하는 피고에게 있다고 할 것(대법원 2013. 11. 28. 선고 2012두17421 판결 등 참조)"이라고 전제하고, "그리고 경쟁 사업자들이 가격 등에 관한 정보를 교환한 경우에 그 정보 교환이 사업자 사이의 의사연결의 상호성을 인정할 수 있는 유력한 자료가 될 수 있지만, 그렇다고 하더라도 그 정보 교환 사실만으로 곧바로 사업자들 사이에 공정거래법 제19조 제1항 제1호에서 정한 '가격을 결정 · 유지 또는 변경하는 합의'가 있다고 단정할 수는 없고, 관련 시장의 구조와 특성, 교환된 정보의 성질 · 내용, 정보 교환의 주체 및 시기와 방법, 정보 교환의 목적과 의도, 정보 교환 후 가격 · 산출량 등의 사업자 간 외형상 일치 여부 내지 차이의 정도 및 그에 관한 의사결정 과정 · 내용, 정보 교환만으로 가격 담합의 목적이 바로 달성될 수 있는지 여부 등의 모든 사정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위 합의가 추인될 수 있는지를 판단하여야 한다(대법원 2014. 7. 24. 선고 2013두16951 판결 등 참조)"고 밝혔다.

이어 "원심은, 원고 등 11개사가 2006. 10.경부터 2010. 7.경까지 업계 동향, 배합사료 판매가격의 인상 · 인하 시기 등에 관한 정보를 서로 교환하고 공유한 사실(이 사건 정보교환행위)을 인정하면서도, 원고들이 나머지 8개사와 함께 이 사건 정보교환행위를 통하여 공동으로 배합사료의 축종별 가격을 결정 또는 변경하려는 묵시적 또는 명시적 의사의 합치가 있었다고 보기 어려우므로, 원고 등 11개사가 공정거래법 제19조 제1항 제1호의 부당한 공동행위를 하였음을 전제로 한 이 사건 처분은 위법하다고 판단하였다"며 "원심의 판단은 정당하고 거기에 의사연결의 상호성 유무 및 외형상 일치 인정 여부에 관한 판단유탈, 이유불비, 법리오해 등으로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없다"고 밝혔다.

이에 앞서 1심을 맡은 서울고법 재판부는 "이 사건 정보교환행위 관련 회의에 원고 등 11개사 외에 다수의 중소업체 임직원들이나 사료를 구매하는 수요자 협회도 참여하였던 상황에서 원고 등 11개사들이 사료 가격 인상 등에 관한 합의를 하였다고 보기 어렵다"고 지적하고, "오히려 위 회의들은 정보교환행위가 시작되기 이전부터 친목도모 및 사료업체 간 상호견제를 위한 정보공유를 목적으로 존재해 오던 모임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이어 "국내 배합사료 시장은 다양한 종류의 상품이 존재하는 차별화된 제품 시장으로, 배합사료의 품목과 종류가 매우 다양하여 각 품목별로 공동으로 가격을 정하는 합의를 한다는 것이 현실적으로 어렵고, 배합사료 가격 인상 · 인하와 관련하여 농협의 가격 결정이 절대적 영향력을 가지고 있어 원고 등 11개사의 공동행위만으로는 유의미한 담합에 이르기는 어렵다"고 밝혔다. 또 "원고 등 11개사 내부에서 가격이나 추후 가격 인상 계획 등에 대한 정보는 공식적으로는 대외비로 하고 있으나, 대강의 가격 인상 시기나 평균 인상률은 경쟁사끼리 서로 알아낼 수 있는 다양한 방법이 존재하여 그와 같은 정보를 공유하는 것이 오래 전부터 관행화되어 온 것으로 보인다"며 "이 사건 정보교환행위를 통하여 주고받은 정보들은 실질적으로 대외적인 영업비밀로서 지켜야 하는 가치가 그리 크다고 볼 수 없다"고 지적하고, "원고 등 11개사가 배합사료 가격을 인상 · 인하함에 있어 부당한 공동행위가 있었던 것과 일치하는 외형이 존재한다고 인정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대법원도 원심의 이러한 판단이 모두 정당하다고 인정한 것이다. 

리걸타임즈 김덕성 기자(dsconf@legal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