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창재 회장, '교보생명 풋옵션 중재' 또 방어
신창재 회장, '교보생명 풋옵션 중재' 또 방어
  • 기사출고 2022.06.14 17: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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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CC 중재판정부, "KLI 제시 가격에 풋주식 살 의무 없다"

교보생명 주식에 대한 풋옵션 행사를 둘러싸고 빚어진 신창재 교보 회장과 재무적 투자자들과의 국제중재 분쟁에서 신 회장이 또 한 번 승소했다. 교보생명 등에 따르면, ICC 중재판정부는 교보생명 지분 5.33%를 보유한 재무적 투자자인 KLI Investors LLC가 "(신 회장은) 교보생명 지분 5.33%에 해당하는 주식(풋주식)을 주당 39만 7,893원에 매수하라"며 신 회장을 상대로 제기한 중재사건에서 6월 8일 신 회장의 계약위반을 인정하면서도 "KLI가 제시한 주당 39만 7,893원의 풋옵션에 응할 의무가 없다"고 사실상 신 회장의 손을 들어주었다. 이로써 지난해 9월 6일 내려진 어피니티 컨소시엄과의 청구금액 18억 달러의 국제중재에 이어 신 회장이 KLI의 국제중재도 방어한 결과가 되어 어피니티 측이 신 회장을 상대로 같은 ICC에 제기한 2차 중재의 향방에 한층 관심이 쏠리고 있다. KLI Investors LLC는 싱가포르의 사모펀드(PE)로 이번 ICC 중재의 청구금액은 3억 4,000만 달러였다. 

'어피니트 컨소시엄 vs 신창재 회장' 사건처럼 'KLI vs 신창재 회장' 국제중재도 중재지가 서울인 ICC 서울 중재로 진행되었으며, KLI 측은 김앤장 법률사무소와 미국 로펌 Debevoise & Plimpton이, 신 회장은 법무법인 광장과 미국 로펌 퀸 엠마누엘(Quinn Emanuel)이 각각 대리했다.

◇교보생명 본사가 입주해 있는 광화문 교보빌딩. 재무적 투자자들과의 풋옵션 국제중재에서 신창재 회장이 또 한 번 사실상 승소판정을 받았다.
◇교보생명 본사가 입주해 있는 광화문 교보빌딩. 재무적 투자자들과의 풋옵션 국제중재에서 신창재 회장이 또 한 번 사실상 승소판정을 받았다.

KLI 는 2007년 교보생명의 주식을 인수하면서 교보생명의 IPO가 이루어지지 않을 경우 매입한 지분을 신 회장 또는 신 회장이 지정하는 제3자에게 매도할 수 있다는 풋옵션이 포함된 주주간 계약을 신 회장과 체결했는데, 교보생명의 IPO가 불발되면서 풋옵션 행사에 이어 분쟁해결 방법으로 정한 ICC 중재를 제기했다.

2018년 11월 풋옵션을 행사한 KLI 측이 제시한, 신 회장이 풋주식을 매입할 공정시장가격(FMV, Fair Market Value)은 주당 39만 7,893원. 중재판정부는 그러나 삼덕회계법인이 평가한 이 가격에 대해, "풋옵션 행사일인 2018년 11월을 기준으로 FMV를 산출해야 하나, (두 달 앞선) 2018년 9월 기준으로 산정이 이뤄진 만큼 신 회장이 이 가격에 주식을 매수할 의무가 없다"고 판정했다. FMV 즉, 풋옵션 가격의 산정은 풋옵션 행사일을 기준으로 해야 한다는 점을 중재판정부가 재차 확인한 것이다. 교보생명에 따르면, KLI 측을 위해 FMV를 산정한 삼덕 소속 회계사는 교보생명 가치평가 보고서를 작성하는 과정에서 어피니티 컨소시엄 측 감정평가기관으로서 어피니티 측을 위해 FMV를 산정한 안진회계법인의 자료를 그대로 가져와 베끼는 등 위법행위를 저질러 얼마 전 형사재판에서 유죄 판결을 받기도 했다. 안진회계법인이 어피니티 측을 위해 산정한 FMV는 주당 40만 9,912원이었다.

신창재 회장 계약위반은 인정 

중재판정부는 풋옵션의 유효함과 함께 풋주식에 대한 FMV 등 가치평가보고서를 제출하지 않은 신 회장의 계약위반은 인정했다. 그러나 손해 발생에 대해 인과관계가 인정되지 않는다는 등의 이유로 신 회장이 주주간 계약 위반에 따른 손해배상에 임할 책임도 없다고 판시, KLI가 신 회장을 상대로 요청한 지급청구를 전부 기각했다. 

풋옵션 조항에 따르면, 풋옵션이 행사될 경우 투자자들과 최대주주는 각각 감정평가기관 1곳을 선임하여 30일 내에 가치평가보고서를 제출해야 하며, 만약 두 감정평가기관이 산정한 풋 가격의 차이가 10% 미만일 경우에는 그 평균이 풋 가격이 되고, 10% 이상일 경우에는 투자자 측에서 제공하는 세 곳의 감정평가기관 중 한 곳을 최대주주가 선택하는 방법으로 새로운 감정평가기관을 선임하여 그 가치평가보고서를 기준으로 풋 가격이 결정되나, 신 회장 측에서 FMV 산정에 나서지 않으면서 국제중재 분쟁으로 비화되었고, 중재 재판에서도 풋주식의 적정 가격을 얼마로 인정해야 하느냐가 가장 큰 쟁점 중 하나가 되었다.

신 회장 측을 대리한 법무법인 광장의 임성우 변호사는 "긴 분쟁 끝에 두 번에 걸쳐 ICC 중재판정을 받았고, 현재 교보생명의 IPO가 추진 중에 있으니 합리적인 방법으로 풋옵션 관련 소모적인 분쟁이 해결되면 좋겠다"고 소감을 전했다.

한편 어피니티 컨소시엄은 지난 2월 풋옵션 가격 산정을 위해 신 회장에게 자신의 평가기관을 선정하여 교보생명의 공정시장가격에 관한 평가보고서를 제출할 것을 요구하고, 후속 절차에 따라 산출되는 최종 공정시장가격을 풋옵션 가격으로 해 신 회장에게 풋옵션 대금의 지급을 청구하는 내용의 2차 국제중재를 ICC에 제기했다. 어피니트 측은 2차 중재에서 신 회장의 계약위반과 의무 이행의 부당한 지연으로 인한 손해배상도 함께 청구했다.

리걸타임즈 김진원 기자(jwkim@legal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