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사] "광화문 교보문고 디지털 코너에서 이어폰 훔쳤어도 건조물침입 무죄, 절도만 유죄"
[형사] "광화문 교보문고 디지털 코너에서 이어폰 훔쳤어도 건조물침입 무죄, 절도만 유죄"
  • 기사출고 2022.06.10 16: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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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 "건물 관리자 평온상태 침해 안 돼"

서울 광화문에 있는 교보문고의 디지털 코너에서 여러 차례 이어폰 등 물건을 훔친 경우 절도 외에 건조물침입죄도 유죄일까.

대법원 제2부(주심 조재연 대법관)는 5월 12일 절도와 건조물침입 혐의로 기소된 A씨에 대한 상고심(2022도2907)에서 건조물침입죄는 무죄라고 판시, 징역 6월을 선고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서울중앙지법으로 되돌려보냈다. 일반인의 출입이 허용된 음식점에 영업주의 승낙을 받아 통상적인 출입방법으로 들어갔다면 주거침입죄에서 규정하는 침입행위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지난 3월 24일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2017도18272)의 판단을 다시 확인한 판결이다. 

A씨는 2021년 8월 6일 오후 7시 4분쯤 서울 종로구에 있는 교보문고 디지털 코너에서, 감시가 소홀한 틈을 이용해 진열대에 놓여 있던 시가 299,000원 상당의 소니 이어폰 1개를 가방에 넣어 가지고 갔다. A씨는 이를 비롯하여 2021년 9월까지 모두 5회에 걸쳐 교보문고 디지털 코너에서 이어폰 7개와 외장하드 1개 등 합계 2,313,600원 상당의 재물을 훔쳤다가 절도와 건조물침입 혐의로 기소됐다.

1심과 항소심 재판부가 혐의를 모두 인정해 징역 6월을 선고하자 A씨가 상고했다.

대법원은 그러나 건조물침입 혐의는 무죄라는 취지로 판단했다.

대법원은 2017도18272 전원합의체 판결을 인용, "행위자가 거주자의 승낙을 받아 주거에 들어갔으나 범죄 등을 목적으로 한 출입이거나 거주자가 행위자의 실제 출입 목적을 알았더라면 출입을 승낙하지 않았을 것이라는 사정이 인정되는 경우 행위자의 출입행위가 주거침입죄에서 규정하는 침입행위에 해당하려면, 출입하려는 주거 등의 형태와 용도 · 성질, 외부인에 대한 출입의 통제 · 관리 방식과 상태, 행위자의 출입 경위와 방법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행위자의 출입당시 객관적 · 외형적으로 드러난 행위 태양에 비추어 주거의 사실상 평온상태가 침해되었다고 평가되어야 한다"고 전제하고, "이때 거주자의 의사도 고려되지만 주거 등의 형태와 용도 · 성질, 외부인에 대한 출입의 통제 · 관리 방식과 상태 등 출입 당시 상황에 따라 그 정도는 달리 평가될 수 있다"고 밝혔다. 이어 "일반인의 출입이 허용된 음식점에 영업주의 승낙을 받아 통상적인 출입방법으로 들어갔다면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주거침입죄에서 규정하는 침입행위에 해당하지 않는다"며 "설령 행위자가 범죄 등을 목적으로 음식점에 출입하였거나 영업주가 행위자의 실제 출입 목적을 알았더라면 출입을 승낙하지 않았을 것이라는 사정이 인정되더라도 그러한 사정만으로는 출입 당시 객관적 · 외형적으로 드러난 행위 태양에 비추어 사실상의 평온상태를 해치는 방법으로 음식점에 들어갔다고 평가할 수 없으므로 침입행위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대법원은 "피고인이 일반인의 출입이 허용된 교보문고에 통상적인 출입방법으로 들어간 사실을 알 수 있고, 달리 건물 관리자의 사실상 평온상태가 침해되었다고 볼 만한 사정이 없다"고 지적하고, "그렇다면 앞서 본 법리에 비추어 피고인의 출입이 범죄를 목적으로 한 것이라도 건조물침입죄가 성립한다고 단정할 수 없다"고 판시했다. 공소사실 중 건조물침입 부분을 유죄로 판단한 원심에는 주거침입죄의 성립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잘못이 있다는 것이다.

리걸타임즈 김덕성 기자(dsconf@legal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