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egaltech] 온주 이어 빅케이스 개발한 '리걸테크 선구' 안기순 변호사
[Legaltech] 온주 이어 빅케이스 개발한 '리걸테크 선구' 안기순 변호사
  • 기사출고 2022.06.07 07: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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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걸테크는 선택 아닌 필수"

리걸테크(Legaltech) 관련 정보를 제공하는 미국 스탠퍼드대 로스쿨의 코드엑스(CodeX) 프로젝트에 따르면, 미국에만 2020년 기준 1,887개의 리걸테크 기업이 활동 중에 있으며, 지난해 6월 나스닥에 상장한, 법률서비스 플랫폼 리걸줌(LegalZoom)은 첫 거래를 공모가 28달러보다 31% 높은 주당 36.75달러에 시작하며 시가총액 70억 달러의 평가를 받았다.

리걸테크 투자규모 2조원대

법률서비스와 첨단기술의 만남을 뜻하는 리걸테크(legal+technology)가 미국과 영국, 독일 등을 중심으로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지난 4월 진행된 '리걸테크와 소비자법의 이슈와 과제' 세미나에서 경찰대 법학과의 정혜련 교수는 "초기에 리걸테크 기업들은 판례 수집, 문서 분석 등 빅데이터 처리 기술 개발에 집중되었으나, 최근에는 자동화된 서류 작성, 법률자문 시스템 등의 개발 분야로 점차 확장되고 있다"고 소개하고, "글로벌 시장에서는 기업가치 1조원을 넘는 '유니콘 리걸테크 기업'까지 등장하고 있다"고 주목했다. 글로벌 데이터분석업체 트랙슨에 따르면, 리걸테크 시장의 투자규모가 지난 2015년 약 2,673억원에서 2018년 약 2조 22억원 규모로 3년 새 654%나 커졌으며, 2019년 기준 전 세계 리걸테크 유니콘 및 이머징 유니콘 수는 25개로 집계되고 있다.

◇한국 리걸테크의 선구자 중 한 명인 안기순 변호사가 빅케이스 개발 과정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한국 리걸테크의 선구자 중 한 명인 안기순 변호사가 빅케이스 개발 과정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유니콘만 25개

한국에서도 로톡과 같이 변호사를 쉽게 찾도록 도와주는 마켓플레이스(Marketplace) 서비스, 케이스노트, 엘박스, 빅케이스 등의 판례검색 서비스, 마시멜로나 로폼, 헬프미 등에서 제공하는 법률서식 자동 작성, 베링랩이나 에이아이링고와 같은 법률문서의 영한, 한영 번역, 입법정보를 제공하는 코딧이나 캣벨 등 여러 영역에서 리걸테크 기업들이 활발하게 서비스를 론칭하며 발전을 도모하고 있다. 특히 판례검색 서비스가 최근 가장 활발하게 공급 벤더와 유저가 늘어나는 주목할 서비스 중 하나로, 케이스노트, 엘박스에 이어 얼마 전 (주)로앤컴퍼니가 관련 사이트 중 검색 판례수가 가장 많은 빅케이스(bigcase.ai)를 출시, 업체간 경쟁이 뜨겁게 달아오르고 있다.

리걸타임즈가 빅케이스 개발의 주역이자, 온라인 주석서로 각광받고 있는 로앤비의 온주 서비스 개발 등 20년 넘게 리걸테크의 일선에서 활약하고 있는 안기순 변호사를 인터뷰해 판례검색 서비스 등 리걸테크의 발전방향에 대해 들어보았다. 인터뷰는 5월 중순 안 변호사가 소장을 맡고 있는 로앤컴퍼니의 법률AI연구소에서 진행되었으며, 법률AI연구소 연구원으로서 안 소장과 함께 빅케이스 개발을 주도한 이상후 변호사가 함께 참석해 답변을 거들었다.

-한국의 리걸테크 서비스가 매우 다양한 내용으로 확대되는 것 같다.

"판례검색 서비스가 많이 알려졌지만 실제로는 굉장히 다양한 아이템으로 여러 시도가 진행되고 있다. 2020년 말 리걸테크 업체들로 구성된 리걸테크산업협의회가 출범했는데, 약 30개사가 회원사로 참여하고 있다. 회원사 구성에서도 매우 다양한 분야에서 서비스가 제공되고 있는 것을 알 수 있다.

리걸테크산업협의회에 30개 회원사 참여

스탠퍼드 코덱스(Stanford CodeX) 분류 시스템에서는 전 세계 리걸테크 기업들이 제공하는 서비스를 9가지로 구분하고 있다. 국내 리걸테크 기업들도 마켓플레이스, 판결문 및 법률검색 서비스, 법률서식 자동 작성, 법률문서 번역, 입법정보 제공 등 여러 영역에서 서비스를 생산하고 있다. 참고로 코덱스 분류한 9가지 카테고리는 ▲Analytics ▲Compliance ▲Document Automation ▲Legal Education ▲Legal Research ▲Marketplace ▲ODR : Online Dispute Resoultion ▲Practice Management ▲eDiscovery이며, 카테고리별 기업 수는 2022년 현재 ODR 기업이 530개로 가장 많고, 이어 Practice Management 421, Marketplace 기업 153개의 순서다.

◇CodeX의 분류체계와 분야별 기업 수
◇CodeX의 분류체계와 분야별 기업 수

법조계가 기술 접목에 좀 보수적인 성향이 있는데, 그럼에도 기술 활용 필요성에 대한 인식이 높아지고 있고, 해외에서도 리걸테크의 여러 분야에서 활발한 시도가 이루어지다보니 한국도 그 영향을 받는 측면이 있는 것 같다."

-앞에 소개한 9가지의 리걸테크 서비스 중 가장 앞서 나가는 서비스는 무엇인가. 미국 등의 리걸테크가 나아가는 방향이라고 할 수도 있겠다.

AI 가세…리걸 리서치 시장 확대

"코덱스 분류별로 참여하는 기업 수에 차이가 있지만, 우선 판례검색과 같은 리걸 리서치는 굉장히 트래디셔널 한, 오래된 전통을 가지고 있는 서비스라고 할 수 있다. 이는 판례검색이 변호사들의 일상적인 활동이자 기본적인 업무에 해당하기 때문인데, 최근에는 AI(인공지능)와 같은 새로운 기술을 활용해 기존 서비스와 차별화하는 리걸테크 스타트업들이 생기면서 한층 시장이 확대되고 있다.

또 하나는 굉장히 큰 영역인, 이디스커버리(eDiscovery) 시장이다. 기본적으로 소송절차에 디스커버리 제도가 있다는 것을 전제로 하는 서비스이나, 우리나라 기업들도 미국에서 소송에 연루되는 경우가 많고, 심지어는 우리나라 기업들끼리도 미국에 가서 소송을 하는 경우가 꽤 있어서 국내에도 여러 업체가 들어와 서비스 중에 있고, 토종 업체도 생겼다. 미국의 대표기업으로는 2012년에 설립된 CS디스코가 있다. 북미에서 빠르게 성장하고 있는 이디스커버리 솔루션 제공 기업으로 2021년 상장해 현재 약 2조원의 시가총액을 기록하고 있다.

마켓플레이스 분야에서는 지난 해 나스닥에 상장한 미국의 리걸줌이 대표적이다. 리걸줌 외에 아보닷컴(Avvo.com)도 있는데 상당히 높은 가치로 시장에서 평가받고 있다. 일본에도 벤고시닷컴이라는 변호사 광고 플랫폼이 있는데 일본 변호사의 약 50% 이상이 이용하고 있고, 상장도 했다.

피스컬노트, '입법 가능성' 예측

그 외에 새로운 법안 발의에 따른 입법 가능성을 예측하는 피스컬노트도 잘 알려진 리걸테크 기업이다. 2013년 한국계인 팀 황이 설립한 피스컬노트는 회원제 방식을 통해 기관, 기업, 개인에게 유료로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으며, 미국 외 국가로도 사업을 확장 중에 있다."

-이번에는 한국시장에서 활발하게 개발, 서비스되고 있는 판례검색 서비스에 대해 물어보겠다. 올 초 본격 출시된 빅케이스의 경우 검색이 가능한, 보유하고 있는 판례가 74만 3천여건인데, 이 정도면 의미 있는 판례는 다 제공된다고 보면 되나.

"대법원이 종합법률정보라는 시스템을 통해 공개하고 있는 이른바 공간(公刊) 판례가 약 8만건이다. 대법원에서 판례로서 가치 있다고, 중요하다고 추려 공개하고 있는 판결들인데, 빅케이스에선 여기에다 대법원의 '판결서 인터넷열람 서비스'를 통해 확보한 판결을 더해 63만 5천여건의 하급심 판결을 포함해 74만여건의 판례를 서비스하고 있다. 대법원이 공개하고 있는 판례 건수의 9배 이상이고 민간에서 제공하는 판례 서비스로는 가장 많은 양의 판례를 제공하고 있다. 사실관계가 자세하게 서술되어 있고, 따라서 유저 입장에서 자신과 유사한 사례인지 확인하거나 비슷한 쟁점에 대해 해당 사건의 변호사가 어떠한 주장으로 입증했는지 참고할 수 있는 하급심 판례도 빅케이스가 최다 보유하고 있다.

하급심 판례도 최다 보유

참고로 판결서 인터넷열람 서비스를 이용하려면 건당 1천원의 이용료를 내야 한다. 10만건을 보려면 1억원이 든다. 업체들 입장에선 비용도 생각하지 않을 수 없고, 유저 특히 변호사들이 필요로 하는 판례를 선별해 제공하는 것이 경쟁력이라고 할 수 있다. 빅케이스가 검색되는 판례 수도 가장 많지만, 판례로서 가치가 높은 판결들을 뽑아 제공하고 있다고 자부한다.

빅케이스가 제공하는, 판례의 일부만 공개되는 '미리보기 판례' 수도 235만 6천여건에 이른다. 특히 빅케이스에서 제공하는 미리보기 판례는 판결의 주문과 이유 등 대부분의 정보를 포함하고 있다. 절반 이상은 이유 전체를 담고 있다."

-대법원이 공개한 공간 판례는 쉽게 확보할 수 있지만, 인터넷열람 서비스를 통한 판례의 확보 방법에 대해선 좀 더 설명이 필요할 것 같다. 판례를 찾으려면 최소한 사건번호 등을 알아야 하는데, 어떤 방법으로 판례를 찾아 데이터베이스화하는지 궁금하다.

"먼저 간단히 얘기하면 판결서 인터넷열람 서비스에서 키워드 검색을 제공하고 있다. 이를 통해 대상 후보 판례에 대한 기본정보의 수집이 가능하다.

예를 들어 '무죄'라는 키워드를 넣어 나오는 판결들은 판례로서 가치가 높다고 보았다. 검찰의 기소 대비 법원의 무죄율은 무죄가 많이 나는 일부 법률에 대한 사건을 제외하면 2~3% 수준인데, 무죄 확률이 이렇게 낮은데도 불구하고 무죄를 받은 사건들은 재판에서 치열하게 다퉜거나 법리적으로 가치가 있는 판례일 가능성이 높아 우선적인 수집 대상에 넣었다. 안기순 소장이나 저(이상후 변호사)나 모두 변호사이기 때문에 변호사에게 가치 있는 판례가 무엇인가 고민하면서 판례 수집 기준을 설정해 대상 판례를 선정하고 이를 서비스에 적용하고 있다."

15명이 1년 걸려 개발

-빅케이스를 개발해 출시하는 데 얼마나 시간이 걸렸나, 또 해당 서비스에 관여하고 있는 인원은 몇 명인가.

"올 1월 출시까지 개발에 약 1년 정도 걸렸다. 서비스 구현을 위해 여러 팀에서 약 15명의 인원이 함께 힘을 합쳐 선보인 서비스다."

-빅케이스에서 몇 개 키워드를 넣어 검색해 보았는데, 아주 최신의 판결은 검색이 되지 않았다.

"판결서 인터넷열람 서비스에서 미확정 판결은 제공하고 있지 않다. 예를 들면 1심 판결이 났더라도 당사자 중 한 명이 항소해서 항소심에 계류 중이거나, 상고되어 상고심에 계류 중인 사건들에 대한 판결문은 공개가 되지 않는다. 다만, 최근 민사소송법이 개정되어 미확정 판결도 2023년부터는 공개하는 것으로 바뀌어 기대를 하고 있다. 또 공개 가능한 판결이라고 해도 법원에서 비실명 처리를 해서 제공하기 때문에, 판결서 인터넷열람 서비스에 올라오기까지 약간의 시간차가 있다. 이러한 제한은 어느 판례검색 서비스나 마찬가지다.

빅케이스는 물론 판례를 빠르게 업데이트하는 것을 중요한 목표 중 하나로 삼고 노력하고 있는데, 제도적으로 어느 정도의 시차 발생은 현재로선 불가피한 측면이 없지 않다. 법원의 전향적인 정책 전환이 기대되는 대목이다."

-판례검색을 통해 제공되는 판결의 수 못지않게 향상된 검색방법이나 검색한 판결의 이용에 관련된 다양한 기능도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서비스의 질에 관련된 내용이라고 할 수 있는데, 빅케이스의 강점은 무엇인가.

"저희는 일단 판결문을 정보의 보고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판결문에 대한 2차적인 가공을 통해 그 안에 들어 있는 의미 있는 정보들을 최대한 끄집어내 이를 통계 데이터화하여 활용하는 여러 기능을 구현해 적용하고 있고, 그러한 방향의 지속적인 고도화 계획을 가지고 있다. 이건 기술적으로 상당히 챌린징한 과제이긴 한데 AI 기술을 적용해 시도하고 있다. 현재 서비스하고 있는 '서면으로 검색', 'Ai 요점보기', '쟁점별 판례보기' 등의 기능은 빅케이스만이 가지고 있는 강점들이다."

-무엇보다도 판결 정보를 소장, 관리하는 곳이 법원이기 때문에 판례검색 서비스의 발전을 위해선 법원의 협조가 필수적이라고 생각한다. 한국의 판례검색이 미국의 웨스트로, 렉시스넥시스처럼 발전하려면 법원의 어떠한 도움이 필요한가.

판결문 공개 확대 필요

"기본적으로 판결문이 더 많이 공개되어야 한다. 법원도 판결문 공개의 범위를 확대할 계획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다만, 언제 공개할 것인가가 문제일텐데 저희는 '조만간 공개하지 않을까' 그렇게 기대를 하고 있다.

또 하나는 판결문을 구조화된 데이터 형태로 제공하는 것이다. 현재 법원에선 판결문을 PDF로 제공하는데 종래엔 이미지 PDF로 제공하다가 지난해 7월 1일부터 텍스트 PDF로 제공하고 있다. 이에 따라 지난해 7월 이후 등재된 판결서에 대해서는 OCR(광학문자인식)을 거치지 않더라도, 텍스트 데이터로 변환할 수 있게 진일보가 이루어졌지만, 여전히 이미지나 표에 대한 처리가 어려워 데이터로 활용하기에는 다소 부족한 실정이다. 또 선고일은 몇 월 몇 일이다, 사건명은 뭐다 이런 것들이 구조화되어 있지 않아 다양한 검색 기능을 구현하려면 또 한 번 손을 거쳐야 하는데, 법원이 구조화된 데이터 형태로 판례를 제공한다면 민간 데이터 산업에 큰 도움이 될 것으로 생각한다."

기자는 다시 리걸테크 전반으로 화제를 옮겨 인터뷰를 진행했다. 안기순 소장은 "리걸테크는 변호사가 효율적으로 업무를 수행할 수 있도록 돕고, 법률소비자에게는 사법 접근성을 높인다는 의미에서 양쪽에 모두 긍정적인 측면이 있다"고 힘주어 말했다. 판례검색 서비스를 예로 들면, 과거에는 판례 하나하나를 찾기 위해 많은 시간을 들여야 했지만 지금은 몇 번의 클릭만으로 원하는 판결을 쉽게 찾고 분석할 수 있어 변호사 사무실의 업무 효율화에 도움이 된다는 것이다. 그는 또 법률플랫폼 서비스 등을 통해 더 쉽고 편리하게 변호사에 대한 정보를 찾고 법률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어 법률소비자에게도 유익하다고 덧붙였다.

무엇보다도 우리가 하지 않는다고 해서 해외에서 리걸테크가 발전하지 않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리걸테크에 소극적으로 임했다간 결국 우리만 뒤처지게 될 뿐이어 리걸테크의 발전은 사실 불가피한, 법조계의 전 세계적인 트렌드라는 것이 안 소장의 지론이다.

ABA, 1년에 한 번씩 테크쇼 개최

안 소장은 "미 변호사협회(ABA)는 변호사에게 기술적인 역량을 강화하는 것에 대한 의무를 부여하는 한편 30년 전부터 변호사들을 상대로 1년에 한 번씩 테크쇼(tech show)를 열어 리걸테크 업체들과 변호사가 함께 만나 기술 역량을 발전시킬 수 있는 기회를 마련하고 있다"고 강조하고, "변호사들이 리걸테크에 적극 참여하고, 활용하고, 적응할 수 있도록 고민과 지혜를 모아야 한다"고 말했다. 그가 한마디 더 추가했다.

"공공데이터의 제공 및 이용 활성화에 관한 법률에 의하면 공공기관은 국민의 공공데이터에 대한 이용권을 보장하고, 공공데이터의 민간 활용을 통한 삶의 질 향상과 국민경제 발전에 이바지하도록 공공기관에 의무를 부과하고 있습니다. 입법부와 사법부도 이러한 법 취지에 따라 앞으로 더 많은 데이터를 공개해 주실 것으로 기대하고 있습니다."

리걸타임즈 김진원 기자(jwkim@legal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