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사] "회계장부 열람 · 등사 청구 이유 기재에 '합리적 의심 들 정도' 불필요"
[상사] "회계장부 열람 · 등사 청구 이유 기재에 '합리적 의심 들 정도' 불필요"
  • 기사출고 2022.06.05 11: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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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 "주주에게 과중한 부담 주면 안 돼"…서울PMC에 패소 판결

주주가 회사 측에 회계장부와 서류에 대한 열람 · 등사를 청구할 때 청구 이유를 '사실일지도 모른다는 합리적 의심이 생기게 할 정도'로 기재해야 하는 것은 아니라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그 정도로 기재할 것을 요구한다면 회사의 업무 등에 관하여 적절한 정보를 가지고 있지 않는 주주에게 과중한 부담을 주어 주주의 권리를 크게 제한하게 된다는 이유다.  

대법원 제3부(주심 김재형 대법관)는 5월 13일 정태영 현대카드 부회장의 여동생인 정은미씨가 "회계장부와 서류를 열람 ·  등사하게 하라"며 정 부회장이 1대 주주로 있는 서울PMC를 상대로 낸 소송의 상고심(2019다270163)에서 이같이 판시, 원고의 청구를 기각한 원심을 깨고, 원고 승소 취지로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되돌려보냈다. 서울PMC는 학원사업을 주된 목적으로 하다가 2015년 2월 학원사업을 분할 매각한 이후 현재까지 부동산 임대업만을 영위하고 있으며, 정은미씨는 서울PMC의 발행주식 1,057,868주 중 약 17.73%에 해당하는 187,541주를, 서울PMC의 사내이사인 정 부회장은 발행주식 중 73.04%를 보유하고 있다.

정은미씨는 2016년 11월경 서울PMC에 회계장부와 서류의 열람 ·  등사를 요청했으나, 서울PMC가 회계장부와 서류의 일부만 열람하게 하고 등사는 거부하자 학원사업 분할 매각 등 모두 10개 항목에 관련된 서류의 열람과 등사를 요구하며 소송을 냈다. 정씨가 열람 · 등사를 요구한 서류는 인건비, 지급임차료, 접대비, 통신비, 지급수수료, 교육훈련비 등의 2013년부터 2019년 5월 31일까지의 원장, 분개장 및 증빙서류, 유형자산 및 매출액 관련 서류, 최근의 부동산거래 관련 서류 등이다.

정은미씨는 "회사가 2015년 2월 학원사업을 분할 매각한 이후 2016년부터 주주들에 대한 이익배당을 전혀 실시하지 않고 있으며, 회사의 감사보고서 등의 기재만을 보더라도 과다한 비용 지출이 의심되거나 그밖에 피고 회사의 업무 처리의 적정성을 검토할 필요가 인정되고, 특히 회사와 그 사내이사 겸 지배주주인 정 부회장이 법령 또는 정관에 위배되는 부정행위를 하였다고 의심할 만한 사정이 존재한다"고 주장하며 회사의 부적절한 자금 집행 등 경영 실태와 정 부회장 등 경영진의 법령 또는 정관 위반 여부 파악, 이에 따른 경영진에 대한 책임 추궁을 위해 상법 466조 1항에 따라 회계장부와 서류의 열람과 등사를 청구했다. 상법 466조 1항은 "발행주식의 총수의 100분의 3 이상에 해당하는 주식을 가진 주주는 이유를 붙인 서면으로 회계의 장부와 서류의 열람 또는 등사를 청구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1심에 이어 항소심 재판부가 "원고의 열람 · 등사 청구 이유에다가 이 사건에서 원고가 제출한 증거를 모두 모아 보더라도 원고가 주장하는 각 부정행위 또는 그밖에 피고 회사 경영진의 법령 또는 정관 위반행위가 존재할 수도 있다는 점에 관한 합리적 의심이 들지는 아니하므로, 회계장부 및 서류에 대한 피고 회사의 열람 ·  등사의무가 성립한다고 볼 수 없다"며 원고 패소 판결을 내리자 정은미씨가 상고했다.

대법원은 달리 판단했다.

대법원은 먼저 "주주가 상법상 인정되는 이사해임청구권(상법 제385조), 위법행위 유지청구권(상법 제402조), 대표소송권(상법 제403조) 등 각종 권한을 행사하려면 회사의 업무나 재산상태에 대해 정확한 지식과 적절한 정보를 가지고 있어야 한다"며 "상법 제448조에 따라 회사에 비치되어 있는 재무제표의 열람만으로는 충분한 정보를 얻기 어렵기 때문에 위와 같이 주주에게 재무제표의 기초를 이루는 회계장부와 회계서류까지 열람하거나 등사할 수 있는 권한을 인정한 것(대법원 2020. 10. 20. 자 2020마6195 결정 등 참조)"이라고 밝혔다.

이어 "상법 제466조 제1항은 '이유를 붙인 서면'으로 열람 · 등사를 청구할 수 있다고 정하고 있는데, 그 이유는 주주가 회계장부와 서류를 열람 · 등사하는 것이 회사의 회계운영상 중대한 일이므로 그 절차가 신중하게 진행될 필요가 있고, 또 회사가 열람 · 등사에 응할 의무의 존부나 열람 · 등사 대상인 회계장부와 서류의 범위 등을 손쉽게 판단할 수 있도록 할 필요가 있기 때문(대법원 1999. 12. 21. 선고 99다137 판결 참조)"이라며 "주주가 제출하는 열람 · 등사청구서에 붙인 '이유'는 회사가 열람 · 등사에 응할 의무의 존부를 판단하거나 열람 · 등사에 제공할 회계장부와 서류의 범위 등을 확인할 수 있을 정도로 열람 · 등사청구권 행사에 이르게 된 경위와 행사의 목적 등이 구체적으로 기재되면 충분하고, 더 나아가 그 이유가 사실일지도 모른다는 합리적 의심이 생기게 할 정도로 기재하거나 그 이유를 뒷받침하는 자료를 첨부할 필요는 없다"고 밝혔다. 이와 달리 주주가 열람 · 등사청구서에 이유가 사실일지도 모른다는 합리적 의심이 생기게 할 정도로 기재해야 한다면, 회사의 업무 등에 관하여 적절한 정보를 가지고 있지 않는 주주에게 과중한 부담을 줌으로써 주주의 권리를 크게 제한하게 되고, 그에 따라 주주가 회사의 업무 등에 관한 정보를 확인할 수 있도록 열람 · 등사청구권을 부여한 상법의 취지에 반하는 결과가 초래되어 부당하다는 것.

대법원은 다만, "이유 기재 자체로 그 내용이 허위이거나 목적이 부당함이 명백한 경우 등에는 적법하게 이유를 붙였다고 볼 수 없으므로 이러한 열람 · 등사청구는 허용될 수 없다"고 지적하고, "또 이른바 모색적 증거 수집을 위한 열람 · 등사청구도 허용될 수 없으나, 열람 · 등사청구권이 기본적으로 회사의 업무 등에 관한 정보가 부족한 주주에게 필요한 정보 획득과 자료 수집을 위한 기회를 부여하는 것이라는 사정을 고려할 때 모색적 증거 수집에 해당하는지는 신중하고 엄격하게 판단해야 한다"고 밝혔다. 한편 주주로부터 열람 · 등사청구를 받은 회사는 상법 제466조 제2항에 따라 열람 · 등사청구의 부당성, 이를테면 열람 · 등사청구가 허위사실에 근거한 것이라든가 부당한 목적을 위한 것이라든가 하는 사정을 주장 · 증명함으로써 열람 · 등사의무에서 벗어날 수 있다고 덧붙였다.

대법원은 이 사건과 관련, "주주인 원고는 회사인 피고를 상대로 열람 · 등사를 청구하면서 제출한 내용증명이나 이 사건 소장, 준비서면 등에서 열람 · 등사청구에 이르게 된 경위와 목적 등을 상세하게 적어 이유를 밝히고 있다"고 지적하고, "그런데도 원고가 주장하는 부정행위 또는 그 밖에 피고 경영진의 법령 또는 정관 위반행위가 존재할 수도 있다는 사실에 관한 합리적 의심이 들지 않는다는 이유로 열람 · 등사청구를 받아들이지 않은 원심에는 상법 제466조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잘못이 있다"고 판시했다.

법무법인 김장리와 법무법인 한누리가 대법원에서 정은미씨를 대리했다. 서울PMC는 김앤장이 대리했다.

리걸타임즈 김덕성 기자(dsconf@legal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