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 "근로관계 종료 원인 두고 다툼 있으면 사용자가 '해고 아님' 증명해야"
[노동] "근로관계 종료 원인 두고 다툼 있으면 사용자가 '해고 아님' 증명해야"
  • 기사출고 2022.05.25 09: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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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행법] "국민신문고에 '고용보험 상실 문의'…'부당해고' 취지 불과"

근로관계 종료 원인이 무엇인지에 관하여 근로자는 '해고'를, 회사는 '합의해지 내지 자진퇴사'를 각 주장하는 경우 회사가 근로관계의 종료 원인이 해고가 아니라는 점을 증명해야 한다는 판결이 나왔다.

상시 29명의 근로자를 사용하여 자동차 정비업 등을 영위하는 회사에 2020년 7월 입사해 자동차 도장부 팀원으로 근무하던 A씨는 2020년 10월 26일 팀장인 B씨에게 욕설을 들어 B씨와 다투게 되었다. 그 과정에서 B씨는 A씨에게 "뭐 하러 기어 들어왔어", "니가 옷 벗고 나가면 되지 뭘 해결해" 등의 발언을 하기도 했다. 이후 A씨가 회사의 공장장에게 찾아가 B씨의 행위에 대한 부당함을 이야기하며 B씨를 신고하겠다고 하자 공장장이 이를 만류했다. A씨는 공장장과의 대화 이후 곧바로 회사에 월차계를 작성해 제출한 후 퇴근했다. 위 월차계의 기간 란에는 시작하는 날짜로 2020년 10월 26일만 적혀 있을 뿐 종기는 기재되어 있지 않고, 사유 란에는 'B 팀장 폭행, 모욕죄, 협박죄 경찰서 신고, 노동부 신고'라는 내용이 기재되어 있었다.

A씨는 일주일 후인 11월 2일 국민신문고 인터넷 홈페이지에 "회사 B 팀장에게 폭행을 당하였고 '강제해고'당했다"라는 제목의 글을 올렸다. 그 본문 중에는 "계속 해고 통보를 받았다", "해고당하였고, B 팀장의 폭행으로 현재 입원하여 치료받고 있다"고 기재했으며, 다만, 그 글의 말미에 고용보험 상실신고와 이직확인서 처리를 부탁하며, 고용노동부에 정식으로 신고한다는 내용을 기재했다. 이에 국민신문고의 민원담당 공무원이 회사에 전화해 A씨의 고용보험 상실신고 처리가 되지 않아 민원이 접수되었다고 이야기했고, 회사가 A씨와 아무런 연락을 취하지 않은 채 11월 4일경 A씨가 2020년 10월 27일 개인사정으로 인해 자진퇴사한 것으로 고용보험 상실신고를 하자, A씨가 이를 확인한 후 부당해고라며 경기지방노동위원회에 구제신청을 냈다. A씨는 노동위원회 단계에서 일관되게 부당해고임을 주장한 반면, 회사는 근로계약의 합의해지 내지 자진퇴사라고 맞섰다. 경기지노위와 중노위가 A씨와 회사 사이의 근로관계가 A씨의 의사에 반하여 회사의 일방적 의사표시에 의해 종료되었다고 보기 어렵다는 이유로 구제신청을 기각하자 A씨가 소송(2021구합66319)을 냈다. 

서울행정법원 제11부(재판장 강우찬 부장판사)는 5월 13일 "부당해고에 해당한다"며 "재심판정을 취소하라"고 원고 승소 판결했다. 

재판부는 대법원 판결(2004두10548 등)을 인용, "해고는 근로관계 종료 원인 중의 하나로 사업장에서 실제로 불리는 명칭이나 그 절차에 관계없이 근로자의 의사에 반하는 사용자의 일방적인 의사표시에 따라 이루어지는 모든 근로계약 관계의 종료를 의미한다"고 전제하고, "합의해지 내지 자진퇴사의 자료가 거의 없는 이 사건에서 원고와 회사 사이의 근로계약 관계는 합의해지에 의하여 종료하였다고 볼 수는 없고, 오히려 원고의 의사에 반하는 회사의 일방적인 의사표시에 따라 위 근로계약 관계가 종료된 것으로서 해고에 해당한다고 봄이 타당하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근로관계가 종료되었다는 점에 대하여는 근로자와 사용자 사이에 다툼이 없으나, 그 종료 원인이 무엇인지에 관하여 다툼이 있어, 근로자는 '해고'를, 사용자는 '근로자의 사직 의사표시' 또는 '근로계약의 합의해지'를 각 주장하는 경우에는, 사용자가 근로관계의 종료 원인이 해고가 아니라 쌍방 의사합치에 의한 근로계약 관계 종료라는 점을 증명하여야 한다"며"그런데 원고가 회사에 직접 사직하겠다는 의사를 명시적으로 표시하였음을 인정할 증거는 전혀 없고, 오히려 원고는 회사에 월차계를 제출하였고, 회사가 원고가 자진퇴사하였다고 본 2020. 10. 27.은 위 월차계에 따른 휴가 기간이었던 점에 비추어 원고의 의사는 회사에 계속 근무하면서 B 팀장과의 문제가 해결되기까지 휴가를 원하였던 것으로 봄이 타당하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비록 원고가 국민신문고에 고용보험 상실신고 처리에 관하여 문의하는 글을 작성하였으나 그 글의 주된 취지는 회사로부터 부당한 해고를 당하였다는 것이어서, 위 글만으로 원고에게 근로계약의 합의해지 의사가 있었다고 보기 어렵다"고 밝혔다. 또 "회사가 원고의 고용보험 피보험자격 상실을 신고하기 위해서는 그 상실사유를 신청서에 기재하여야 하고, 이를 위해서 회사는 원고로부터 근로계약을 계속 유지할지 여부 및 근로계약 관계 종료 사유에 관하여 원고의 의사를 직접 확인하였어야 했다"며 "그럼에도 회사는 이러한 의무를 다하지 아니한 채 원고의 고용보험 피보험자격 상실신고를 하였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근로기준법 제27조 제1항, 제2항에 따라 사용자가 근로자에게 서면으로 해고사유와 해고시기를 통지하지 아니하면, 근로자에 대한 해고는 효력이 없는데, 회사가 원고를 해고하는 과정에서 원고에게 서면으로 해고사유나 해고시기를 통지하였다는 사실을 인정할 아무런 증거가 없으므로, 회사의 해고는 근로기준법에 정한 서면통지의무를 위반하여 효력이 없는 부당해고에 해당한다"고 판시했다.

리걸타임즈 김덕성 기자(dsconf@legal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