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사] "종합병원 후문에서 순번 정해 '공동 호객'한 문전약국들…약사법 위반 유죄"
[형사] "종합병원 후문에서 순번 정해 '공동 호객'한 문전약국들…약사법 위반 유죄"
  • 기사출고 2022.05.14 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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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 "환자들 약국 선택권 침해"

공동으로 고용한 도우미들을 종합병원 후문에 배치하고 미리 정한 순번에 따라 자신들의 약국으로 안내한 '문전약국(병원의 바로 곁에 있는 약국)' 약사들에 대해 대법원이 약사법에서 금지한 호객행위를 했다고 판단했다.

대법원 제2부(주심 조재연 대법관)는 5월 12일 약사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서울 송파구에 있는 A종합병원 인근에서 약국을 운영하는 9명에 대한 상고심(2020도18062)에서 이같이 판시, 무죄를 선고한 원심을 깨고, 유죄 취지로 사건을 서울동부지법으로 되돌려보냈다.

송파구약사회 산하 단체에 속해 있는 피고인들은 용역업체를 통해 고용한 도우미들을 2017년 9월 13∼14일 A병원 동관 후문에 배치하고, 이 도우미들로 하여금 약국을 정하지 않은 환자들에게 접근해 이 단체의 16개 회원 약국에 미리 정해진 순번대로 안내하게 한 혐의로 기소했다. 검사는 피고인들이 환자 등을 유치하기 위해 호객행위 등의 부당한 방법을 사용했다며 기소했다.

약사법 제47조 제1항 제4호 나목은 '약국 개설자 등 의약품을 판매할 수 있는 자는 의약품 등의 유통체계 확립과 판매질서 유지를 위하여 매점매석 등 시장 질서를 어지럽히는 행위, 약국의 명칭 등으로 소비자를 유인하는 행위나 의약품의 조제 · 판매 제한을 넘어서는 행위를 금지하는 등 의약품 유통관리 및 판매질서 유지와 관련한 사항으로서 보건복지부령으로 정하는 사항을 준수하여야 한다'고 규정하고, 약사법 시행규칙 제44조 제1항 제2호는 '의약품 유통관리 및 판매질서를 위한 준수사항'으로 '의약품 도매상 또는 약국등의 개설자는 현상품 · 사은품 등 경품류를 제공하거나 소비자 · 환자 등을 유치하기 위하여 호객행위를 하는 등의 부당한 방법이나 실제로 구입한 가격 미만으로 의약품을 판매하여 의약품 시장질서를 어지럽히거나 소비자를 유인하지 아니할 것'을 규정하고 있다.

대법원은 "이와 같은 호객행위 등으로 인한 약사법 위반죄의 '고의'란 약국 개설자 등이 자신의 행위가 의약품 시장질서를 어지럽히는 호객행위나 소비자를 유인하는 행위 등이라는 객관적 구성요건을 충족하였음을 인식하는 것을 의미한다"고 전제하고, "피고인들이 이 사건 안내 행위가 약사법이 금지한 호객행위 등에 해당함을 인식하였다고 볼 여지가 많다"고 판단했다.

대법원은 "이 사건 안내 행위는 불특정 다수인 (약국을 미리 정하지 않은) 비지정환자들의 자유로운 의사와 무관하게 특정 약국으로 안내하면서 편의 차량을 제공하는 방법으로 비지정환자들을 유인한다는 점에서 본질적인 차이가 없고, 이로 인하여 비지정환자들의 약국 선택권이 침해될 가능성이 상당히 높다"고 지적하고, "특히 피고인들이 포함된 단체는 회원 약국들 사이의 형평만을 고려하여 자신들이 임의로 정한 순번에 따라 비지정환자들을 특정 약국으로 유인하였는데, 이는 일부 지역의 약국들이 영리 목적으로 담합하여 비지정환자들에게 자신들의 약국들로만 안내한 것으로, 실질적으로는 '공동 호객행위'의 한 형태로 보일 뿐"이라고 밝혔다.

또 "피고인들이 비지정환자들을 상대로 특정 약국으로 안내하면서 무상으로 편의 차량을 제공하는 방식의 이 사건 안내 행위는 비지정환자들이 약국을 선택함에 있어 상당히 중요한 요소가 될 수 있고, 그로 인하여 다른 약국 등은 방문 환자가 감소하거나 경영에 곤란을 겪을 우려가 있는 등 의약품 시장질서를 해할 가능성이 높다"며 "위와 같이 A병원 동관 후문에서 약국들간 호객행위 등 경쟁으로 인한 분쟁이 장기간 지속되어 왔고, 비지정환자들의 유치를 둘러싼 경쟁 관계에 있었거나 기존 호객행위 등 문제를 충분히 인식하고 있던 약사들인 피고인들로서는 이 사건 안내 행위가 약사법이 금지한 호객행위 등에 해당한다는 점을 충분히 인식할 수 있었다"고 판시했다.

대법원에 따르면, A병원 인근 다수 약국의 약사들은 이 사건 이전부터 병원을 방문한 환자들 중 약국을 미리 정하지 않은 비지정환자들을 자신이 운영하는 약국으로 유치하기 위해, 약국 직원들로 하여금 병원 내에 상주하면서 비지정환자들에게 접근하여 자신의 약국으로 안내하면서 편의 차량을 제공하는 호객행위 등을 하였던 것으로 보이고, 이와 같은 약국들의 호객행위 등이 지속되면서 약국들 상호간 분쟁이나 갈등이 심화되자, 피고인들이 속한 약국들은 약국간 분쟁이나 갈등을 낮추려는 의도로 회원 약국들 전부를 위한 공동의 안내도우미를 고용하고, 그 공동도우미로 하여금 비지정환자들에게 접근하여 회원 약국들 중 순번을 정한 특정 약국으로 안내하면서 편의 차량을 제공하도록 하는 등 안내 행위를 한 것으로 파악되었다.

리걸타임즈 김덕성 기자(dsconf@legal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