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지방변호사회가 4월 21일 한국헌법학회 등과 함께 '새정부 법조공약 평가 토론회'를 열고 첫 번째 주제로 중대재해처벌법의 헌법적 쟁점과 실효성을 제고할 방안들에 대해 논의했다. 토론회 주제도 '중대재해처벌법에 대한 헌법적 검토'. 이상경 한국헌법학회장은 인사말에서 "중대재해처벌법 제정 과정이나 하위법령을 마련하는 과정에서 제기되었던 위헌적인 쟁점에 대한 보완이 시급한 상황"이라며, "학계와 실무계의 법률가와 함께 다양한 직역의 전문가가 참여하여 도출된 결과물들은 중대재해처벌법의 개선과 발전에 크게 기여할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발제자로 나선 강세영 법무법인 광장 변호사는, "건설업, 제조업 등 주력 사업 분야가 중대재해와 관련이 있는 기업들은 안전보건 분야 최고책임자를 선임하고 안전보건총괄조직을 구성하고 있고, 해당 분야가 주력 분야가 아닌 기업들은 사업과 관련하여 이루어지는 건설, 보수 등 작업에 최대한 간섭하지 않도록 업무를 조정하고 있다"며 '실질적인 지배, 운영, 관리'를 규정한 중대재해처벌법의 규정들이 형벌의 책임주의 원칙 또는 평등 원칙 등에 부합하는 것인지에 의문이 있는 만큼 '실질적으로 지배, 운영, 관리하여야 할 지위에 있는' 또는 '실질적으로 지배, 운영, 관리하여야 하는' 등으로 해석하거나 법문의 수정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중대재해처벌법은 사업주 또는 경영책임자등에게 사업주나 법인 또는 기관이 실질적으로 지배 · 운영 · 관리하는 사업 또는 사업장에서 종사자의 안전 · 보건상 유해 또는 위험을 방지하기 위한 안전보건관리체계의 구축 및 이행에 관한 조치 의무 등을 부과한다.
이황희 성균관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중대재해처벌법에 관하여 제기될 수 있는 주요 위헌 주장은 책임주의, 평등 원칙, 죄형법정주의의 명확성 원칙 문제"라며, "중대재해처벌법은 기업 차원의 안전보건관리체계 구축과 그 이행의 보장, 기업 주도적인 안전대책 마련, 안전의식의 조직적 고취, 안전에 우선하는 업무 문화 형성 같은 제도적인 구조적인 차원에서 안전사고 등을 다루어야 한다는 관념에 바탕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중대재해처벌법은 법관이 죄질의 경중을 고려해 그 책임에 맞는 형량을 결정하는 데 큰 장애가 없도록 하고 있어 비례 원칙 위반 정도는 아니며, 중대재해처벌법과 산업안전보건법이 사업주에 대하여 부과한 의무는 내용과 성격에서 차이가 있으므로 평등 원칙에 어긋나지 않고, 기존 헌법재판소의 입장에 비추어 볼 때 의무 부분은 대체로 죄형법정주의의 명확성 원칙에 위반될 정도라고 보이지 않는다"고 부연했다.
이어진 토론에서 윤형석 서울지방변호사회 법제정책이사는 "여소야대 국회, 중대재해처벌법을 강화하자는 노동계의 입장에 비추어 보았을 때 법 개정보다는 시행령에 등장하는 문구를 명확하게 규정할 가능성이 있다"며, "최근 국토교통부가 '중대재해처벌법 운영 모니터링 등 제도 안착 지원을 위한 연구'를 발주한 점에 주목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임우택 한국경영자총협회 본부장은 "산재 예방 의지가 우수한 사업장에서조차 누가 어떤 의무를 어디까지 이행하여야 하는지 상당한 어려움을 겪고 있다"며, "기업의 책임만 강조하면서 법을 적용하기보다는 실질적으로 예방활동이 효과적으로 이루어질 수 있도록 새정부에서 헌법적으로 문제가 있는 법률을 신속히 보완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문성덕 한국노총중앙법률원 변호사는 "중대재해처벌법이 적용되어 기소된 사건조차 없다"며, "법이 실효성 있게 적용되어 일터와 사회의 안전을 확보할 수 있도록 합헌적 해석론을 전개해야 한다"고 반박했다. 그는 "구체적으로, 대법원이 유지하고 있는 인과관계에 대한 개연성 이론을 입법으로 수용하거나, 재판 실무에서나마 적극적으로 활용해야 한다"고 부연했다.
한상준 대한건설협회 기술안전실 부장은 "건설업계는 초대형 업체들을 제외한 거의 모든 업체들이 자포자기의 심정으로 기업을 운영하고 있는 안타까운 현실"이라며, "제도적 유인책을 통해 기업이 자율적으로 안전 관리에 몰입, 참여할 수 있는 여건을 만들어 주면 국내 안전 관리 수준을 크게 향상시키는 쪽으로 작용 가능하다"고 언급했다.
윤수정 강원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안전을 비용의 문제이거나 생산의 지체로 생각하는 사업주와 경영책임자의 경영철학, 그리고 기업의 생산 시스템이 바뀌지 않는다면, 기업의 안전 홍보는 장식용일 뿐 중대재해 예방이라는 목적을 달성할 수 없다"며, "중대재해처벌법은 기존의 산업재해를 바라보던 관점과 해결 방식을 바꾸는 핵심적인 첫걸음이 된다"고 평가했다.
리걸타임즈 이은재 기자(eunjae@legal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