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사] "법원이 날짜 계산 잘못해 가압류 취소됐어도 국가에 손배책임 못 물어"
[민사] "법원이 날짜 계산 잘못해 가압류 취소됐어도 국가에 손배책임 못 물어"
  • 기사출고 2022.04.19 06: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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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 "효력정지 신청 등 구제절차 마련"

법원이 날짜 계산을 잘못해 가압류결정이 취소됐으나 당사자에게 즉시항고와 효력정지 신청 등 구제절차가 마련되어 있는 만큼 국가에 배상책임을 인정할 수 없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사건의 당사자는 가압류취소결정에 대해 즉시항고를 했으나 민사집행법 제289조에 따른 효력정지 신청을 하지 않아 가압류등기가 말소됨으로써 경매절차에서 전혀 배당을 받지 못했다.

A는 2013년 8월 B사를 상대로 남양주시에 있는 미등기 부동산인 근린생활시설 건물에 대해 가압류를 신청했고, 서울북부지법이 A의 신청을 받아들여 가압류결정을 했다. 이후 B사가 같은 법원에 A를 상대로 제소명령을 신청, 서울북부지법이 'A는 이 결정을 송달받은 날부터 20일 안에 본안의 소를 제기하고, 이를 증명하는 서류를 제출하라'는 내용의 제소명령을 내렸다. 2014년 5월 12일 제소명령 등본을 송달받은 A는 21일 뒤인 6월 2일 남양주시법원에 B사를 상대로 지급명령을 신청하고, 같은 날 그 접수증명원을 서울북부지법에 제출했다. B사는 이에 대해 A가 제소명령에서 정한 기간이 지나도록 본안 소송을 제기하지 않았음을 이유로 가압류 취소 신청을 냈고, 서울북부지법이 B사의 신청을 받아들여 가압류결정을 취소, 가압류등기의 말소등기가 이루어졌다. 

이에 A가 서울고법에 즉시항고를 제기, 서울고법이 2014년 12월, 1심 법원이 제소기간의 만료일을 착오했다는 이유로 A의 항고를 받아들여 1심 결정을 취소하고, B사의 가압류 취소 신청을 기각했다. 민법 161조는 "기간의 말일이 토요일 또는 공휴일에 해당한 때에는 기간은 그 익일로 만료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2014년 6월 1일이 일요일이어서 본안소송 제기 마지막 날은 6월 2일이 되는 셈이다. 

이후 서울고법은 남양주등기소에 직권으로 가압류등기촉탁을 했으나 당시 이 사건 부동산 중 일부는 이미 제3자 앞으로 소유권이전등기가 마쳐진 후여서 제3자에게 넘어간 부동산에 대해서는 가압류등기촉탁이 모두 각하됐고, 나머지 부동산에 대해서는 2014년 12월 17일 새로운 가압류기입등기가 마쳐졌다. 한편 2013년 9월 이 사건 각 부동산에 대해 강제경매가 개시되었는데, A는 경매절차에서 배당요구의 종기인 2013년 12월 11일 이후에야 새로운 가압류기입등기가 됐다는 이유로 배당기일에 전혀 배당을 받지 못했다. 이에 A가 "법원이 정한 제소기간 내에 적법하게 본안의 소를 제기했음에도 서울북부지법 담당 재판부가 제소기간 만료일을 잘못 산정해 가압류 취소결정을 하였고, 그에 따라 가압류등기가 말소됨으로써 경매절차에서 전혀 배당을 받지 못하는 손해를 입게 됐다"며 국가를 상대로 7억 8,000여만원의 손해배상을 요구하는 소송을 냈다.

대법원 제3부(주심 김재형 대법관)는 3월 17일 이 소송의 상고심(2018다226975)에서 국가에 60%의 책임을 인정한 원심을 깨고, 원고 패소 취지로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되돌려보냈다.

대법원은 "보전재판의 특성상 신속한 절차진행이 중시되고 당사자 일방의 신청에 따라 심문절차 없이 재판이 이루어지는 경우도 많다는 사정을 고려하여 민사집행법에서는 보전재판에 대한 불복 또는 시정을 위한 수단으로서 즉시항고와 효력정지 신청 등 구제절차를 세심하게 마련해 두고 있다"며 "재판작용에 대한 국가배상책임에 관한 판례는 재판에 대한 불복절차 또는 시정절차가 마련되어 있으면 이를 통한 시정을 구하지 않고서는 원칙적으로 국가배상을 구할 수 없다는 것으로, 보전재판이라고 해서 이와 달리 보아야 할 이유가 없다"고 밝혔다.

이어 "원고는 가압류취소결정으로 인한 긴급한 손해를 방지하기 위해 효력정지를 신청할 기회가 있었으나 이를 신청하지 않았고, 원심은 원고가 당시 구치소에 수감되어 있었다는 사정을 효력정지를 신청하지 못한 부득이한 사정으로 고려하고 있는 듯하나, 원고가 가압류취소결정에 대해 즉시항고를 할 수 있었던 이상 그러한 사유만으로 효력정지를 신청할 수 없었던 부득이한 사정이 있었다고 보기 어려우며, 나아가 법관이나 다른 공무원의 귀책사유로 효력정지를 신청할 수 없었다는 등의 사정도 찾을 수 없다"며 "그런데도 피고에게 국가배상책임이 있다고 단정한 원심에는 재판으로 인한 국가배상책임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여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있다"고 판시했다.

리걸타임즈 김덕성 기자(dsconf@legal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