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정] "직접생산 조건 위반했다고 1년간 입찰 제한 가혹"
[행정] "직접생산 조건 위반했다고 1년간 입찰 제한 가혹"
  • 기사출고 2022.04.17 15: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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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행법] "재량권 일탈 · 남용"

중소기업이 조달청 입찰계약상 직접생산 조건을 위반해 하청업체에서 생산한 제품을 납품했더라도 1년간 입찰참가자격을 제한한 것은 지나치게 가혹하다는 판결이 나왔다. 

서울행정법원 제6부(재판장 이주영 부장판사)는 2월 11일 전자기기 제조업체인 A사가 "1년의 입찰참가자격제한처분을 취소해달라"며 조달청장을 상대로 낸 소송(2021구합62324)에서 재량권 일탈 · 남용 주장을 받아들여 "처분을 취소하라"고 원고 승소 판결했다. 법무법인 화우가 A사를 대리했다.

A사는, 서울지방조달청이 수요기관인 한 공사의 요청을 받아 2019년 2월 공고한 입찰에 참가해 낙찰자로 선정돼 국가와 리튬배터리 시스템 제작 · 설치계약을 체결했다. 당시 입찰 공고와 계약에는 '하청생산, 타사제품 납품 등 직접생산 조건을 위반하여 계약을 이행할 경우 부정당업자 입찰참가자격제한처분을 받을 수 있다'는 내용이 포함되어 있었다.

A사는, 1년쯤 지난 2020년 5월 서울지방조달청이 공고한 입찰에도 전년도 계약에 따른 납품실적을 이행실적으로 제출한 후 낙찰자로 선정돼 또다시 국가와 리튬배터리 시스템 제작 · 설치 계약을 체결했다. 그러나 2020년 입찰의 차순위자인 회사가 조달청에 'A사가 다른 회사에 하청을 주어 리튬배터리 시스템을 제작 · 납품했다'는 내용의 신고를 하였고, 이에 조달청이 선행계약 이행과정에 관한 조사를 진행한 후 'A사가 선행계약을 이행하면서 직접생산의무를 위반했다'는 결론을 내리고 A사에 입찰참가자격을 1년간 제한하는 처분을 내리자 A사가 소송을 냈다.

재판부는 "원고가 선행계약의 이행과정에서 직접생산의무를 위반하였고, 그럼에도 그 선행계약에 관한 실적 자료를 후행입찰에 제출한 결과 낙찰자로 선정되었는바, 이로 인해 선행계약의 적정한 이행과 후행입찰의 공정한 집행에 지장이 있었음은 분명하다"면서도 "1년의 입찰참가자격제한처분은 그로써 도모하고자 하는 공익상 필요에 비하여 원고에게 미치는 불이익이 지나치게 중하여, 사회통념에 비추어 현저하게 타당성을 잃은 처분으로서 재량권을 일탈 · 남용한 것에 해당한다고 봄이 상당하다"고 밝혔다. 원고의 청구는 이유 있다는 것이다.

재판부는 "이 사건 처분사유는 제1처분사유와 제2처분사유 두 가지로 이루어져 있으나, 그 중 주된 부분은 선행계약을 이행하면서 직접생산의무를 위반하였다는 제1처분사유(계약서에 정한 조건을 위반하여 이행한 것 · 제한기간 1~3개월)인데, 원고가 그러한 실적을 후행입찰에서 마치 자신의 진정한 실적인 것처럼 이용하였다는 제2처분사유(입찰에 관하여 거짓 서류를 제출한 것)는 제1처분사유와 독립한 별개의 처분사유를 이루기는 하나 제1처분사유가 조성한 위법상태를 그대로 이용하였다는 점에서 상대적으로 비난가능성이 높지 않고, 특히 원고가 후행입찰 당시 선행계약 외에도 추가 실적을 보유하고 있었고, 선행계약 실적 대신 그러한 추가 실적을 제출하였다면 후행입찰에서 낙찰자로 선정되는 데 아무런 문제가 없었던 것으로 보이는 점 등을 고려하여 보면, 원고가 후행계약을 이행할 능력이 없었음에도 자신의 능력을 허위로 부풀리고자 하는 적극적인 의도에서 거짓서류를 제출하였다고까지는 보이지 않는다"고 지적하고, "실제로 원고가 선행계약과 후행계약을 이행하면서 공급한 배터리 시스템 등 물품에 하자가 있었던 것은 아니고, 그 외 원고가 다른 계약 조건을 위반하였다고 볼 만한 사정도 전혀 발견되지 않는다"고 밝혔다.

이어 "반면 원고는 이 사건 처분으로 인하여 1년이라는 장기간 공공기관 등이 발주하는 모든 입찰에 참가할 수 없게 되는데, 매출의 상당 부분을 공공입찰에 의존할 수 밖에 없는 업종의 중소기업인 원고로서는 사실상 사업의 지속 여부가 좌우될 정도의 중대한 경제적 손실을 입을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며 "이는 실제 그 위반행위의 위법성 정도에 비하여 원고에게 지나치게 가혹한 측면이 있고, 이 사건 처분으로써 보호하고자 하는 공익에 비하여 원고의 불이익이 지나치게 커 그 균형을 잃었다고 보인다"고 판시했다.

리걸타임즈 김덕성 기자(dsconf@legal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