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계식 주차장 바닥 틈새에 발이 끼여 무릎과 허벅지를 다친 피해자에게 건물주와 주차관리원이 연대하여 치료비 등 손해 금액 절반을 물어주라는 판결이 나왔다.
대구에 사는 A씨 모녀는 2020년 10월 한 대형 상가빌딩 내 병원을 찾아 기계식 주차장에 주차한 뒤 용무를 마치고 주차관리원 B씨에게 출차를 요청했다. 이어 A씨 딸은 운전석으로, A씨는 조수석으로 향하던 중 A씨가 주차장 바닥 틈새에 발이 끼여 넘어져 무릎과 허벅지 근육을 다쳐 전치 3주의 진단을 받게 됐다. A씨는 40여일간 입원과 통원치료를 받아야했고, 이로 인해 조그마한 방직회사에 3교대로 근무하며 월 170만원 정도 받았던 월급도 약 두 달간 115만원씩으로 줄었다.
A씨는 건물주 C씨 측에 치료비 등을 요구했으나 사고 발생 경위를 둘러싸고 건물주 C씨와 주차관리원 B씨 사에에 다툼이 있어 지급받을 수 없었다. A씨는 기계식 주차장에서는 운전자 외 동승자는 주차장 밖에서 대기해야 함에도 B씨가 자신의 출입을 제지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B씨는 분명이 이런 사실을 알렸고, 동승자 출입을 금지하는 안내문이 주차장 벽면에 부착되어 있다고 맞섰다. 이같은 의견대립이 8개월 가량 이어지고 치료비 등을 받아낼 수 없게 되자 A씨는 대한법률구조공단의 도움을 받아 B, C씨를 상대로 소송을 냈다.
공단의 김동철 공익법무관은 재판에서 주차장을 관리 · 운영하는 자는 이용자가 다치지 않도록 안전조치를 취할 주의의무가 있으며, 기계식 주차장 안내문이 다른 게시물과 뒤섞여 있어 주차장법에서 규정한 '확인하기 쉬운 위치'에 있지 않음을 부각시켰다. 또 주차장법에 따르면, 기계식 주차장 관리인은 3년마다 교통안전공단에서 안전교육을 받게끔 되어 있는데, 이를 지키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A씨는 이를 근거로 치료비와 일실수입 800만원, 위자료 500만원 등 모두 1,300만원을 청구했다.
대구지법 김진석 판사는 3월 16일 건물주 C씨와 주차관리원 B씨의 손해배상책임을 인정하고, 다만, "A씨는 출차 전 주차시설 안으로 들어가지 말라는 주차관리원의 경고를 무시하고, 들어가서도 바닥을 살피지 않은 잘못이 있다"며 피고들의 책임을 50%로 제한, "피고들은 연대하여 원고에게 위자료 100만원 포함 500만여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리걸타임즈 김덕성 기자(dsconf@legal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