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배] 랜드로버 차량 '문 잠김' 결함으로 아기 30분간 갇혀…차량 수입 · 판매업체에 제조물책임 인정
[손배] 랜드로버 차량 '문 잠김' 결함으로 아기 30분간 갇혀…차량 수입 · 판매업체에 제조물책임 인정
  • 기사출고 2022.04.09 12: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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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지법] 위자료 400만원 배상 판결

랜드로버 차량의 '문 잠김' 결함으로 생후 14개월 된 아기가 약 30분 동안 차에 갇히는 사고가 발생했다. 법원은 차량 수입 · 판매업체에 제조물책임을 인정, 손해를 배상하라고 판결했다. 제조물책임법 3조 1항은 "제조업자는 제조물의 결함으로 인하여 생명 · 신체 또는 재산에 손해를 입은 자에게 그 손해를 배상하여야 한다"고 규정하고, 같은 법 2조 3호 가목에서 제조업자를 '제조물의 제조 · 가공 또는 수입을 업으로 하는 자'로 규정하고 있다.

서울중앙지법 김재은 판사는 3월 16일 아기가 차에 갇히는 사고를 당한 랜드로버 차량 소유자 A(여)씨 부부와 아기가 손해를 배상하라며 랜드로버 차량 수입 · 판매업체인 재규어랜드로버코리아를 상대로 낸 소송(2021가단5103986)에서 "피고는 A씨에게 위자료 200만원을, A씨의 남편과 아기에게 각각 100만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법무법인 우호가 원고들을, 재규어랜드로버코리아는 법무법인 KCL이 대리했다.

A씨는 2019년 7월 10일 오전 생후 14개월 된 아들을 2019년식 랜드로버 차량 뒷좌석 카시트에 태우고 서울 송파구에 있는 건물 지하주차장에 도착해 주차를 마친 후 차량 안에 스마트키와 아들을 두고 문을 닫고 하차하여 차량 후면 트렁크를 열고 유모차를 꺼낸 다음 다시 차량의 문을 열려고 했으나, 차량의 문이 잠겨 열리지 않았다. 결국 119구급대원이 도착해 문을 열기까지 A씨의 아들은 약 30분 동안 혼자 차 안에 갇혀 있어야 했다. 이에 A씨 부부와 아들이 "차량의 결함으로 정신적 피해를 입었다"며 재규어랜드로버코리아를 상대로 소송을 냈다. A씨의 남편은 2018년 12월 이 랜드로버 차량을 구입해 A씨 명의로 소유권등록을 마쳤다.

원고들은 "자동차가 스마트키로 작동하는 경우 스마트키가 차량 내부에 있는 경우에는 밖에서 자동으로 도어락이 잠기지 않도록 설계, 제작되어야 있어야 함에도 불구하고, 이 사건 차량의 스마트키가 차량의 내부에 있었음에도 갑자기 도어락이 자동으로 잠겨 차량의 문이 열리지 않게 되어 사고가 발생하였는바, 피고가 수입한 이 차량의 결함으로 인하여 원고들은 정신적 피해를 입게 되었다"고 주장했다.

김 판사는 "이 사건 차량은 최근 출시되는 차량들과 마찬가지로 운전자 등이 인위적으로 도어락 버튼을 작동하지 않더라도, 스마트기의 작동 또는 이른바 '발진 잠금기능'(주행중 자동 잠금)과 같은 전자적 방식을 통해 자동으로 잠금이 이루어지는 기능을 가지고 있고, 사고 당시 차량의 운전자가 인위적으로 스마트기 또는 도어락 버튼을 조작하지 않았고, 차량이 전자적으로 작동하는 자동 감김 기능을 보유하고 있는 이상, 자동차의 구조와 기능의 복잡성을 고려할 때 사고는 피고 측의 배타적 지배영역에서 발생하였다고 할 것"이라며, "차량의 잠금장치에는 통상 갖추어야 할 안전성을 갖추지 못한 제조상 결함이 존재하고, 그 결함으로 인하여 이 사건 사고가 발생한 것으로 추정할 수 있다"고 밝혔다.

김 판사는 따라서 "사고가 차량의 결함이 아닌 다른 원인으로 인하여 발생한 것이라는 피고의 입증이 없는 이상, 제조물책임법에 따라 제조물책임이 있는 제조업자인 피고는 원고들에게 사고로 인한 손해배상책임이 있다고 봄이 타당하다"고 판단했다.

대법원 판결(2011. 7. 14. 선고 2009다143 판결)은 "고도의 기술이 집약되어 대량으로 생산되는 제품의 결함을 이유로 그 제조업자에게 손해배상책임을 지우는 경우 그 제품의 생산과정은 전문가인 제조업자만이 알 수 있어서 그 제품에 어떠한 결함이 존재하였는지, 그 결함으로 인하여 손해가 발생한 것인지 여부는 일반인으로서는 밝힐 수 없는 특수성이 있어서 소비자 측이 제품의 결함 및 그 결함과 손해의 발생과의 사이의 인과관계를 과학적 · 기술적으로 입증한다는 것은 지극히 어려우므로 ①그 제품이 정상적으로 사용되는 상태에서 사고가 발생한 경우 소비자 측에서 ②그 사고가 제조업자의 배타적 지배 하에 있는 영역에서 발생하였다는 점과 ③그 사고가 어떤 자의 과실 없이는 통상 발생하지 않는다고 하는 사정을 증명하면, 제조업자 측에서 그 사고가 제품의 결함이 아닌 다른 원인으로 말미암아 발생한 것임을 입증하지 못하는 이상 그 제품에게 결함이 존재하며 그 결함으로 말미암아 사고가 발생하였다고 추정하여 손해배상책임을 지울 수 있도록 입증책임을 완화하는 것이 손해의 공평  · 타당한 부담을 그 지도원리로 하는 손해배상제도의 이상에 맞는 것이다"라고 판시하고 있다.

김 판사는 또 "이 사건 차량은 운전자가 인위적으로 잠금 기능을 작동하거나 또는 일정 속도 이상으로 자동차를 운행하지 않는 이상 자동차 문이 잠기지 않도록 설계되어 제조되었고, 운전자가 관여하지 않은 주차 중 차량 잠김 현상은 예상치 못한 비정상적인 작동의 결과이므로, 이는 어떠한 과실이 개입되어 발생한 것으로 볼 수밖에 없다"고 덧붙였다.

리걸타임즈 김덕성 기자(dsconf@legal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