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사] "8년간 진척 없는 취업이민 알선...계약 해제 아닌 해지만 가능"
[민사] "8년간 진척 없는 취업이민 알선...계약 해제 아닌 해지만 가능"
  • 기사출고 2022.04.08 07: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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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 "해지 전까지 계약은 유효"

미국 취업이민을 받기 위해 해외이주 알선업체와 계약을 맺고 취업이민 절차를 진행했으나 미국 당국의 허가가 나오지 않아 8년간 절차가 진척되지 않자 당사자들이 계약 해제를 주장하며 알선 수수료의 90% 반환을 요구했다. 대법원은 원상회복의무가 있는 계약의 '해제'가 아니라 장래에 대해서만 계약 소멸의 효과를 발생시키는 '해지'만 가능하다고 판결했다.

대법원 제1부(주심 김선수 대법관)는 3월 11일 A씨와 B씨가 미국 취업이민 알선 수수료로 지급한 미화 18,000달러 중 90%인 1,800여만원을 각 반환하라며 해외이주 알선업체인 C사를 상대로 낸 소송의 상고심(2020다297430)에서 이같이 판시, 소급효가 인정되는 '해제'에 의하여 계약이 해소되었고 원상회복의무가 있다고 보아 "피고는 원고들에게 각 1,800여만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서울중앙지법으로 되돌려보냈다.

B는 2011년 7월, A는 2011년 11월 C사와 미국 비숙련 취업이민을 위한 알선업무계약을 각각 체결했는데, 미국 노동부가 2015년 5월경 원고들의 노동허가신청을 거절하자, 원고들은 2015년 6월경 C사의 안내에 따라 노동허가를 재신청하기로 하면서 C사와 각 계약의 국외수수료 금액을 변경하기로 합의했다. 국외알선 수수료는 미화 18,000달러로 하되, 지급방법은 계약 시와 노동허가 시, 이민허가 시로 나눠 분납하기로 했다. 미국 비숙련 취업이민 절차는 ①미국 노동부의 노동허가 단계, ②미국 이민국의 이민허가 단계, ③주한 미국대사관의 이민비자 발급 단계로 구분된다.

C사의 업무 수행에 따라 원고들은 모두 미국 노동부의 노동허가, 이민국의 이민허가를 받았으나, B에 대하여는 2016년 10월경, A에 대하여는 2017년 10월경 각각 추가 행정검토(Administrative Processing, 영사가 신청자의 비자발급 자격에 관한 결정 전 신청 건에 대하여 추가적으로 심사하는 것) 결정과 이민국 이송(Transfer in Progress, 영사가 AP 결정을 내린 건에 대하여 이민국으로 재심사를 하도록 돌려보내는 것) 결정이 내려졌다. 이후 취업이민 절차가 특별히 진척되지 아니하자, 원고들이 2019년 10월 사정변경으로 인한 계약의 해제 등을 주장하며 국외알선 수수료의 90% 반환을 요구하는 소송을 냈다.

대법원은 "피고는 상당히 장기간 동안 지속되는 원고들에 대한 미국 비숙련 취업이민 절차가단계적으로 원활하게 진행되어 원고들이 비숙련 취업이민을 위한 비자를 발급받고 성공적으로 미국에 취업이민할 수 있도록 이 사건 각 계약에서 정한 피고의 업무인 국내 알선 업무, 국내 수속 업무, 국외 알선 업무, 국외 수속 업무 등의 여러 업무를 계속해서 신의성실의 원칙에 따라 충실하게 수행하여야 할 의무가 있는바, 이러한 의무를 정한 각 계약의 체결 경위, 당사자들의 의사, 계약의 목적과 내용, 급부의 성질, 이행의 형태와 방법 등을 종합하여 볼 때, 각 계약은 계속적 계약에 해당한다고 봄이 타당하다"고 전제하고, "한편 계속적 계약인 각 계약에서 정한 피고의 각 업무 중 여러 부분이 이미 이행되고 상당한 기간이 흐른 이 사건과 같은 경우 원고들이 사정변경을 이유로 계약의 효력을 소멸시킬 때에는 다른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소멸에 따른 효과를 장래에 향하여 발생시키는 민법 제550조의 '해지'만 가능할 뿐 민법 제548조에서 정한 '해제'를 할 수는 없다고 보아야 한다"고 밝혔다.

대법원은 "이와 달리 각 계약이 계속적 계약이 아니라고 하면서 소급효가 인정되는 '해제'에 의하여 각 계약이 해소되었다고 보아 피고는 원고들에게 민법 제548조 제1항 등에 따른 원상회복 의무가 있다고 판단한 원심에는 계속적 계약 및 그 계약관계의 해소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는 등으로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있다"고 판시했다.

대법원 관계자는 "해지가 되면 해지 전까지의 계약은 유효한 것이 되므로 정산 범위를 다시 정해야 한다는 취지"라며 "파기환송심에서는 정산 금액이 줄어들 가능성도 있다"고 설명했다.

리걸타임즈 김덕성 기자(dsconf@legal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