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aw & People] '술 빚는 변호사' 선재성 변호사
[Law & People] '술 빚는 변호사' 선재성 변호사
  • 기사출고 2022.04.06 13: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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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술도 사건도 숙성되어야 좋은 결과 낼 수 있어"

"술을 만들다 보니까 변호사가 사건을 처리하는 것과 술을 빚는 일이 유사한 점이 많다는 걸 느껴요. 둘 다 충분히 숙성되는 것을 기다리며 공들여 꼼꼼하게 임해야 좋은 결과를 낼 수 있으니까요."

최근 서울 서초동에 법률사무소를 연 선재성 변호사는 지인들 사이에 '술 빚는 변호사'로 더 잘 알려져 있다. 고등법원 부장판사 출신의 중견 변호사가 웬 양조(釀造) 일이냐고 반문할지 모르지만, 그는 2014년 사법연수원 근무 시절부터 술을 빚기 시작해 근 10년의 주조 경력을 바라보고 있다.

◇선재성 변호사가 자신이 직접 빚은 다양한 색깔의 약주를 진열해 놓은 서초동의 법률사무실에서 환하게 웃고 있다.
◇선재성 변호사가 자신이 직접 빚은 다양한 색깔의 약주를 진열해 놓은 서초동의 법률사무실에서 환하게 웃고 있다.

"술은 예로부터 백약지장(百藥之將)이라 했듯이 적당히 마시면 건강에도 좋다고 하는데 워낙 방부제와 화학첨가물이 많이 들어가는 공업제품화 되어버려 '지속 가능한 건강한 음주'를 위해 직접 술을 만들어 먹자고 시작한 일이에요"

지인들에 '선재성표 약주' 인기

그는 고향에 계신 어머니께 간단히 양조법을 물어 혼자 직접 술을 빚기 시작했다. 유기농찹쌀과 우리밀로 만든 누룩에 효모를 넣어 발효시킨 후 나름의 방법으로 숙성시켜 지인들과의 만남에 손수 빚은 술을 들고 나갔는데 의외로 반응이 좋았다고 한다. 그의 술 맛을 본 지인들이 거듭 '선재성표 약주'의 맛보기를 청하는 탓에 그의 양조장 일은 한층 분주해졌고, 오미자 등 천연과실을 넣어 색을 내며 술의 맛과 향, 색도 더욱 다양해졌다.

"술 마신 다음 날 머리가 아픈 건 마실 술에 들어간 화학첨가물 때문이에요. 화학첨가물은 나중에 알콜성 치매의 한 원인이 되기도 하는데, 제가 만든 술엔 방부제 등 화학첨가물이 일체 들어가지 않습니다. 좋은 음식을 먹고 머리가 아프면 안 되죠."

술을 여러 해 빚으면서 나름의 노하우도 하나둘 터득했다고 한다. 교과서적으로는 술을 발효시킬 때 공기가 통하지 않도록 하고 빛도 비치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하는데, 선 변호사는 "밀봉하여 발효시키면 물론 발효도가 높아 알코올 도수가 높은 술을 만들 수 있으나 깊은 맛이 나지 않는다"며 "오히려 공기를 약간 통하게 하여 주변의 좋은 균류와 어울리도록 하면 도수는 다소 낮으나 풍미가 있는 술이 만들어진다"고 소개했다. 공기가 통하면 미생물이 성장하는 대신 술이 잘 발효되지 않는다고 하는데, 미생물을 쥐어짜기보다는 미생물과 상생하는 조건에서 깊은 맛의 술이 나오게 된다는 의견이다.

"우리가 마주하는 법률사건도 마찬가지라고 생각해요. 사건에 공을 들이고 친해지면 그만큼 사건의 본질과 핵심에 다가갈 수 있고, 그래야 올바른 해결책을 찾아낼 수 있겠죠."

4년간 호반건설 법무실장 역임

선 변호사는 지난해 12월 말 호반건설 법무지원실 대표변호사의 업무를 마치고 올 2월부터 후배들과 함께 서초동에서 새롭게 개업변호사 생활을 시작했다.

◇선재성 변호사
◇선재성 변호사

30년 가까이 각급 법원에서 재판실무를 담당한 이른바 '전관 출신' 변호사로서 다양한 사건을 처리하지만, 선 변호사는 특히 건설회사 근무 경험을 살려 건설분쟁 해결, 부동산개발과 건설에 관한 법률자문을 법률사무소 업무의 맨 앞자리에 소개했다.

또 "건설회사에서 4년 가까이 부동산개발, 건축 현장의 여러 법률문제는 물론 기업인수와 공정거래 등 건설회사 운영에 관련된 다양한 이슈를 처리했다"며 체계적으로 사내법무 조직을 갖추지 못한, 규모가 크지 않은 건설회사를 상대로 '법무실의 외주화' 서비스 제공을 계획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법무실 외주화' 서비스 계획

건설회사에서 사내변호사로 근무한 경력이 있는 변호사나 실무자 등으로 '건설법무실팀'을 꾸려 건설회사를 상대로 상시적인 법무실 기능을 제공하겠다는 포석으로, 법무실이 없거나 있더라도 사실상 변호사 1인만 두고 있어 실제적인 법적 지원이 어려운 중소 건설사 등에 수요가 상당할 것으로 보인다.

선 변호사는 광주고법 부장판사로 있을 때인 2009년 11월 임대주택의 분양전환가격을 다투는 사건의 항소심을 맡아 최초로 분양가의 기준이 되는 건축비와 택지비를 건설회사가 실제 지출한 비용을 기준으로 산정하여야 한다는 임차인의 주장을 받아들여 임차인들에게 승소판결을 선고했고, 이 판결은 대법원에서 전원합의체 판결로 그대로 확정되었다. LH의 임대주택 입주자들이 약 3,000억원의 분양가 인하의 효과를 보게 된 매우 의미 있는 판결이다.

리걸타임즈 김덕성 기자(dsconf@legal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