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사] "조합장 '자격 유지 요건' 다툰 소송에서 '선임 자격 요건' 따져 청구 인용…재판 다시 하라"
[민사] "조합장 '자격 유지 요건' 다툰 소송에서 '선임 자격 요건' 따져 청구 인용…재판 다시 하라"
  • 기사출고 2022.03.22 14: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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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 "변론주의 원칙 위반"

주택재개발정비사업조합원이, 조합장이 정비구역 내에서 거주하지 않아 자격 유지 요건을 충족하지 않았다며 낸 조합장지위 부존재확인소송에서 법원이 원고가 주장하지도 않은 선임 자격 요건을 따져 청구를 받아줬다면 변론주의 원칙을 위반한 것이라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대법원 제3부(주심 김재형 대법관)는 2월 24일 경남 창원시 마산합포구에 있는 주택재개발정비사업조합의 조합원 A씨가 "조합장 B가 조합장 지위에 있지 않음을 확인한다"며 조합을 상대로 낸 조합장지위 부존재확인청구소송의 상고심(2021다291934)에서 이같이 판시, 원고 승소 판결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다시 심리 · 판단하라며 부산고법으로 되돌려보냈다.

A씨는 "조합장 B가 조합장으로 선임된 이후 현재까지 정비구역 내에서 실제로 거주하지 않아 도시정비법 41조 1항 후문에 정해진 자격 유지 요건을 충족하지 않았다"는 등의 주장을 하며 소송을 냈다. 도시정비법 41조 1항은 '조합은 다음 각호의 어느 하나의 요건을 갖춘 조합장 1명과 이사, 감사를 임원으로 둔다. 이 경우 조합장은 선임일부터 74조 1항에 따른 관리처분계획인가를 받을 때까지는 해당 정비구역에서 거주하여야 한다'고 규정하고, 1호에서 '정비구역에서 거주하고 있는 자로서 선임일 직전 3년 동안 정비구역 내 거주기간이 1년 이상일 것'을, 2호에서 '정비구역에 위치한 건축물 또는 토지(재건축사업의 경우에는 건축물과 그 부속토지를 말한다)를 5년 이상 소유하고 있을 것'을 들고 있다. 이처럼 도시정비법 41조 1항 전문 1호, 2호는 조합의 임원으로 선임되기 위한 자격 요건을, 같은 항 후문은 조합의 임원으로 선임된 이후 자격 유지 요건을 정하고 있다.

1심 재판부는 "B가 정비구역 내에 거주하지 않고 있다고 보기 어렵다"며 A씨의 청구를 기각했다. 그러나 항소심 재판부는 "B가 도시정비법 제41조 제1항 전문 제1호, 제2호의 요건을 모두 갖추지 못하였으므로 같은 법 제43조 제2항 제2호에 따라 피고의 조합장에서 당연 퇴임하여 피고의 조합장 지위에 있지 않다"며 1심판결을 취소하고, "B가 피고의 조합장 지위에 있지 아니함을 확인한다"고 원고 승소 판결했다. 

대법원은 항소심 판결이 잘못됐다고 지적했다. 원고가 주장하지도 않은 선임 자격 요건 충족 여부를 따져 A씨의 청구를 받아들였다는 것이다.

대법원은 "법원은 변론주의 원칙상 당사자의 주장에 대해서만 판단해야 하고 당사자가 주장하지 않은 사항에 관해서는 판단하지 못한다"고 전제하고, "도시정비법 제41조 제1항은 조합의 임원 선임 자격 요건과 자격 유지 요건을 전문과 후문으로 구분하여 정하고 있고, 당사자가 위 두 요건 중 하나만 주장한 경우에는 변론주의 원칙상 법원은 그 주장에 대해서만 판단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어 "기록에 따르면, 원고는 원심에 이르기까지 'B가 조합장으로 선임된 이후 정비구역 내에서 실제로 거주하지 않아 도시정비법 제41조 제1항 후문에 정해진 자격 유지 요건을 충족하지 않았다'는 등의 주장을 하였고, 'B가 조합장으로 선임되기 전에 도시정비법 제41조 제1항 전문 제1호, 제2호에 정해진 선임 자격 요건을 모두 충족하지 않았다'고 주장한 적은 없다는 것을 알 수 있다"며 "그런데도 원심은 'B가 도시정비법 제41조 제1항 전문 제1호, 제2호에 정해진 선임 자격 요건을 모두 갖추지 못하여 피고의 조합장 지위에 있지 않다'고 하여, 원고가 주장하지도 않은 사항에 관해서 판단한 원심에는 변론주의 원칙을 위반한 잘못이 있다"고 판시했다.

대법원 관계자는 "대법원의 판결이 A씨의 청구를 반드시 기각하라는 취지는 아니다"라며 "파기환송심에서 원고가 41조 1항 전문을 다시 주장하는 것으로 주장을 변경하는 경우 심리 결과에 따라 인용될 수도, 기각될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리걸타임즈 김덕성 기자(dsconf@legal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