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스쿨로 간 변호사들
로스쿨로 간 변호사들
  • 기사출고 2007.10.09 09: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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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법조인들을 만나보면 화제는 단연 '로스쿨로 간 변호사들'이다.

◇김진원 기자
한 중견 법조인이 말했다. "잘 아는 변호사가 모 대학 법대 교수로 자리를 옮겼는데, 꽤 좋아하더라구요." 옆에 있던 다른 법조인이 말을 받았다. "당연하죠, 돈 많이 벌었겠다, 얼마나 좋겠어요. 나는 좀 오라는 데 없나."

처음엔 이른바 잘 나가는 로펌변호사들의 로스쿨행을 놓고 이런저런 말들이 많았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들리는 소리는 이들의 선택을 부러워하는 반응들이 대부분이다.

이들 잘 나가는 변호사들이 엄청난 수입을 올린다는 로펌을 뒤로하고, 상아탑의 연구실을 택한 데는 분명 나름대로의 이유가 있을 것이다. 격무로 알려진 로펌 업무에 진력이 났을 수도 있고, 건강을 이유로 공기좋은 캠퍼스를 선택한 사람도 있을 것이다. 후학들을 가르치는 게 보람이라는 개인적인 성취동기도 이유중 하나일 수 있다.

그러나 기자는 각각의 이유나 이들을 바라보는 부러운 시선을 떠나 로펌업계에 나타나고 있는 또 하나의 흐름에 착안하고자 한다.

고개를 밖으로 돌려보면, 특별한 일도 아니다. 해외 로펌업계에선 꽤 오래전에 시작된 일이다.

결론부터 얘기하면, 영국에선 55세가 넘은 파트너 변호사는 거의 보기 어렵다고 한다. 50세만 넘어도 강제퇴직 운운하는 얘기가 나도는 게 영국 로펌업계라고 한 변호사가 전했다. 실제로 정년을 1년 앞두고 54세에 퇴직한 한 영국 로펌의 파트너 변호사가 연령 차별에 따른 부당한 강요로 로펌을 떠났다고 주장하며, 몸담었던 로펌을 상대로 소송을 벌이고 있다는 보도도 있다.

미국도 영국 정도는 아니지만, 사정은 비슷하다고 한다. 파트너로 15년 되면 스스로 물러나 인생 2모작을 도모하는 게 보통이라고 또 다른 변호사가 말했다. 로펌변호사로 열심히 돈을 벌어 40대 후반이 되면 변호사를 그만두고, 자원봉사활동 등을 찾아 떠나는 게 성공한 변호사의 또 다른 삶이라는 얘기도 있다.

얘기가 나이든 로펌 변호사의 강제퇴직 논란처럼 번졌는데, 기자가 말하려고 하는 대목은 로펌변호사의 인생 2모작이다.

영, 미의 경우 성공한 로펌변호사는 나이가 제법 들면 로스쿨의 교수로 자리를 옮기는 등 삶의 변화를 추구하는 사람이 적지 않다는 것이다. 로스쿨의 교수 외에 이들 로펌변호사들이 선택하는 제2의 직업으론 미국의 경우 연방법원과 연방 항소법원의 판사, 대기업의 법무참모(General Counsel)나 CEO 등이 거론되고 있다.

이런 점에서 볼 때 최근 국내 로펌업계에 일고 있는 로펌변호사들의 로스쿨행은 성공한 변호사가 인생 2모작을 찾아 떠나는 예고편쯤이 될 수 있다는 게 기자의 생각이다. 다시말해 로펌변호사의 로스쿨행이나 비슷한 선택이 앞으로 전체 로펌업계로 확산되며, 꾸준히 이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이런 변화는 자연스럽게 로펌의 인적 분화로 이어질 수 있어 로펌업계로서도 나쁘지만은 않은 결과일 수 있다. 또 로스쿨 등 사회 전체적으로도 인재의 확산이란 측면에서 고무적인 측면이 없지 않아 보인다.

본지 편집국장(jwkim@legal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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