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헌법을 한 마디로 표현하면 '법치주의'일 것이다. 그리고 근대 법치주의의 시작을 알렸던 역사적 사건들은 주로 세금 문제였다. '국가는 국민들이 만든 룰(rule)에 의해서만 세금을 거둘 수 있다'는 관념이 법치주의로 이어졌다. 지금은 이를 '조세법률주의'라고 부른다. 이러한 태생으로 인해서 세금은 늘 헌법과 가깝다.
헌법재판소의 위헌심사 대상 중에는 유독 세법이 많다. 특히 헌법재판소의 중요 결정례로 꼽히는 상당수는 세법에 대한 것이다. 과세관청이 세법에 따르지 않고 세금을 부과할 경우, 납세자는 법원을 통해서 구제받을 수 있다. 그런데 세금을 매기는 법률 자체가 잘못 만들어졌다면 어떠한가? 통상적인 절차로는 구제받기 어렵고, 헌법재판소에 그 법률 규정이 위헌이라고 다툴 수밖에 없다.
최근 종합부동산세법에 대한 위헌론이 뜨겁다. 찬반양론이 치열해서 결론을 예단하기는 어려워 보인다. 다만, 독자들의 이해를 돕기 위해서, 헌법재판소의 판단기준을 설명하도록 하겠다.
조세법률주의의 내용
우선 조세법률주의의 내용을 살펴본다. 가장 쉽게 말하면 세금 측면에서 바라본 법치주의이다. 구체적 내용에 대해서는 전문가마다 설명 방식이 다르므로, 헌법재판소의 기준으로 설명하겠다. 헌법재판소는 '형식적 조세법률주의'와 '실질적 조세법률주의'로 나눈다(헌재 90헌가69 등). 형식적 조세법률주의란 '세금을 매기려면 법률에 명확한 근거가 있어야 한다'는 말이다. 헌법재판소는 이를 다시 '과세요건법정주의'와 '과세요건명확주의'로 구체화한다.
다음으로 실질적 조세법률주의란 '세법의 내용이 헌법이념에 부합해야 한다'는 말이다. 구체적으로 헌법재판소는 기본권 보장, 과잉금지 원칙, 평등의 원칙 등 헌법이념에 부합하는지 여부를 심사한다. 이하에서 그 판단기준을 구체적인 선례를 통해서 살펴보겠다.
형식적 조세법률주의
조세법률주의의 근거는 "조세의 종목과 세율은 법률로 정한다"는 헌법 제59조에서 찾을 수 있다. 그리고 앞의 설명과 같이 헌법재판소는 이를 과세요건법정주의와 과세요건명확주의로 구분한다. 과세요건법정주의는 과세요건에 관련한 사항들이 법률에 규정되어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이 주제는 주로 위임입법의 한계와 관련하여 논의된다. 일례로, 헌법재판소는 양도소득세 과세표준 산정에 관한 기준시가를 대통령령에 위임한 구 소득세법에 대해서 납세의무의 본질적 내용을 위임한 것은 위임입법의 한계를 넘었다고 보았다(헌재 91헌바1).
다음으로 과세요건명확주의는 법률의 규정이 자의적 해석이 불가하도록 명확해야 한다는 것이다. 일례로, 헌법재판소는 "고급오락장"을 재산세 중과대상으로 규정한 구 지방세법에 대해서 과세요건이 추상적이고 불분명하다는 이유로 위헌 결정을 하였다(헌재 98헌가11). 헌법재판소는 조세법률주의를 엄격하게 적용하여 왔고, 그 결과 하위법령에 들어가 있던 세부사항들까지 법률에 구체적으로 규정되는 방향으로 변화하였다. 현재의 복잡한 세법 규정은 헌법재판소 결정의 흔적으로 볼 수 있다.
재산권 보장과 과잉금지 원칙
헌법 제23조는 국민의 재산권 보장을 천명하고 있다. 그런데 세금은 국민들로부터 재산을 강제로 거두는 것이다. 이것이 재산권 침해인가? 헌법재판소는 기본적으로 조세의 부과는 헌법 제38조에 의한 국민의 납세의무에 기초한 것으로 재산권 침해가 아니라고 보았다. 하지만 납세자의 사유재산에 관하여 중대한 제한을 가하는 경우까지 무한정 허용된다고 볼 수는 없다. 재산권 보장에 대한 위헌심사 기준은 헌법 제37조 제2항의 본질적 침해금지와 과잉금지 원칙에서 찾을 수 있다. 헌법재판소도 "조세 관련 법률이 과잉금지 원칙에 어긋나 국민의 재산권을 침해하는 때에는 국민의 납세의무에도 불구하고 헌법상 허용되지 않는다"는 입장을 밝혔다. 일례로, 헌법재판소는 특수관계자에게 자산을 증여한 후 수증자가 다시 타인에게 양도한 경우 증여자가 그 자산을 직접 양도한 것으로 보는 구 소득세법에 대해서 수증자의 증여세액 등을 환급하는 규율이 없는 것은 재산권 침해라고 보았다(헌재 2000헌바28).
평등의 원칙
헌법 제11조는 평등의 원칙을 천명하고 있다. 특히 세금은 나라 살림에 필요한 비용을 서로 나누는 것이므로 공평한 부담이 전제되어야 한다. 헌법재판소는 특별히 '조세평등주의'라는 용어를 사용하기도 한다. 그런데 무엇이 공평한 것인가를 설명하기는 어렵다. 모두에게 동일한 액수의 세금을 걷는 것, 모두에게 동일한 비율로 세금을 걷는 것, 부자에게 더 높은 비율로 세금을 걷는 것 중에 무엇이 공평한지에 대해서는 입장이 다를 수 있다. 일례로, 헌법재판소는 구 토지초과이득세법에서 50%의 단일세율을 적용하는 것은 소득이 많은 납세자와 소득이 적은 납세자 사이의 실질적 평등을 해친다고 보았다(헌재 92헌바49). 그밖에 헌법재판소는 이혼한 자의 재산분할에 대한 증여세를 규정한 구 상속세법은 혼인 당사자를 차별한다는 이유로(헌재 96헌바14), 부부의 자산소득합산과세를 규정한 구 소득세법은 혼인한 부부를 차별한다는 이유로 위헌이라고 보았다(헌재 2001헌바82).
종합부동산세법 위헌론
헌법재판소는 이미 2008년에 구 종합부동산세법에 대해 두 가지 이유에서 헌법불합치 결정을 하였다(헌재 2006헌바112). 첫째는 세대별 합산방식이 혼인한 부부 등을 불합리하게 차별한다는 것이고, 둘째는 1세대 1주택에 대해서도 일률적으로 고율의 누진과세를 적용한 것은 재산권의 과도한 제한이라는 것이었다. 이후 국회는 위헌적 요소를 개선하는 입법을 하였는데, 작년에 세액이 대폭 오르면서 또다시 위헌론이 제기된 것이다.
이번에 제기된 주된 위헌사유는, 종합부동산세의 과세표준이 되는 공시지가가 법률에 규정되지 않았다는 점(조세법률주의 위반), 세액이 지나치게 무겁고 급격하게 인상되었다는 점(재산권 침해, 과잉금지 원칙 위반), 다주택자 · 법인을 합리적 이유 없이 차별하였다는 점(평등의 원칙 위반) 등으로 보인다. 국민적 관심이 집중된 가운데 헌법재판소가 어떠한 판단을 내릴지, 종합부동산세법 위헌소송 2라운드의 결론을 지켜보도록 하겠다.
이종혁 변호사(법무법인 율촌, jonghlee@yulcho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