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 "해고사유 알고 있으면 해고통지서에 축약 기재했어도 적법"
[노동] "해고사유 알고 있으면 해고통지서에 축약 기재했어도 적법"
  • 기사출고 2022.01.29 10: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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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 "해고사유 서면통지 의무 위반 아니야"

근로계약 해지통고서에 징계사유를 축약해 기재하는 등 징계사유를 상세하게 기재하지 않았더라도 해고 대상자가 해고사유가 무엇인지 이미 구체적으로 알고 있고 그에 대해 충분히 대응할 수 있는 상황이었다면 해고는 유효하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근로기준법이 정한 해고사유 서면통지 의무 위반이 아니라는 것이다. 

A씨는 2015년부터 매년 근로계약을 갱신하며 서울에 있는 학교에서 기간제교사로 근무했으나, 2018년 8월 학교 측으로부터 근로계약 해지 통지를 받았다. A씨에 대한 해지통지서엔 'A씨의 담당 학생들에 대한 부적절한 신체접촉과 발언으로 다수의 학생들이 불쾌감이나 수치심을 느꼈다고 진술하고 있다. 이에 학교는 근로계약 12조 1항 3호에 근거하여 근로계약을 해지한다'고 기재되어 있었다. A씨와 학교 측이 맺은 근로계약 12조 1항은 "학교는 A씨가 다음 각호의 1에 해당할 경우 본 계약을 해지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3호에서 '복무상 의무에 위반한 때'를 들고 있다. A씨는 "해고를 통지하면서 해고사유를 구체적으로 기재하지 아니하였다"는 등의 이유를 들어 "해고를 정당하다고 판정한 중앙노동위원회위원회의 재심판정을 취소하라"고 중노위원장을 상대로 소송을 내 1, 2심에서 승소했다.

대법원 제2부(주심 이동원 대법관)는 1월 14일 이 소송의 상고심(2021두50642)에서 "해고통지서에 징계사유를 축약해 기재하는 등 징계사유를 상세하게 기재하지 않았더라도 해고사유 서면통지 의무를 위반한 것은 아니다"고 판시, 원고 승소 판결한 원심을 깨고, 해고는 적법하다는 취지로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되돌려보냈다. 법무법인 정률이 피고보조참가한 학교 측을 1심부터 대리했다.

대법원은 종전 대법원 판결(2012다81609 등)을 인용, "근로기준법 제27조는 사용자가 근로자를 해고하려면 해고사유와 해고시기를 서면으로 통지하여야 효력이 있다고 규정하고 있는바, 이는 해고사유 등의 서면통지를 통해 사용자로 하여금 근로자를 해고하는 데 신중을 기하게 함과 아울러 해고의 존부 및 시기와 그 사유를 명확하게 하여 사후에 이를 둘러싼 분쟁이 적정하고 쉽게 해결될 수 있도록 하고, 근로자에게도 해고에 적절히 대응할 수 있게 하기 위한 취지이므로, 사용자가 해고사유 등을 서면으로 통지할 때는 근로자의 처지에서 해고사유가 무엇인지를 구체적으로 알 수 있어야 하고, 특히 징계해고의 경우에는 해고의 실질적 사유가 되는 구체적 사실 또는 비위내용을 기재하여야 하지만, 해고 대상자가 이미 해고사유가 무엇인지 구체적으로 알고 있고 그에 대해 충분히 대응할 수 있는 상황이었다고 하면 해고통지서에 징계사유를 축약해 기재하는 등 징계사유를 상세하게 기재하지 않았더라도 위 조항에 위반한 해고통지라고 할 수는 없다"고 전제하고, "징계해고의 경우 근로기준법 제27조에 따라 서면으로 통지된 해고사유가 축약되거나 다소 불분명하더라도 징계절차의 소명 과정이나 해고의 정당성을 다투는 국면을 통해 구체화하여 확정되는 것이 일반적이라고 할 것이므로 해고사유의 서면 통지 과정에서까지 그와 같은 수준의 특정을 요구할 것은 아니다"고 밝혔다.

이어 "성비위행위의 경우 각 행위가 이루어진 상황에 따라 그 행위의 의미 및 피해자가 느끼는 수치심 등이 달라질 수 있으므로, 원칙적으로는 해고 대상자의 방어권을 보장하기 위해서는 각 행위의 일시, 장소, 상대방, 행위 유형 및 구체적 상황이 다른 행위들과 구별될 수 있을 정도로는 특정되어야 하나, 이 사건에서와 같이 불특정 다수를 상대로 하여 복수의 행위가 존재하고 해고 대상자가 그와 같은 행위 자체가 있었다는 점을 인정하는 경우에도 해고사유의 서면 통지 과정에서 개개의 행위를 모두 구체적으로 특정하여야 하는 것은 아니다"고 지적하고, "원고가 2018. 7. 11.경부터 같은 달 16.경까지 햑고 측과 면담하는 과정에서 원고의 비위행위는 '학생들이 문제를 제기한 신체접촉과 발언, 특히 원고가 인정하는 부분'으로 구체화되었고, 원고의 사직 의사표시 및 철회, 해고에 이르기까지의 경위와 해고통지서의 문구에 비추어 보면, 원고의 해고사유는 '학생들이 문제제기한 신체접촉(꼬집는 행위, 손잡아 끄는 행위)과 외모에 대한 발언'으로 특정되었다고 보인다"고 밝혔다.

대법원은 "사정이 위와 같다면, 해고통지서상 원고의 해고사유를 이루는 개개의 행위의 범주에 다소 불분명한 부분이 있다고 하더라도, 이 때문에 원고가 해고에 대하여 충분히 대응을 하지 못할 정도였다고 보기는 어렵다"며 "그럼에도 해고통지서에 해고사유가 구체적으로 기재되어 있지 않을 뿐만 아니라 원고가 이미 구체적인 해고사유를 알고 있어 충분히 대응할 수 있는 경우도 아니었다고 판단한 원심에는 근로기준법 제27조 제1항의 법리를 오해하여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있다"고 판시했다.

리걸타임즈 김덕성 기자(dsconf@legal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