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정] '3개월내 미개원' 이유 제주 녹지국제병원 개설허가 취소 잘못 확정
[행정] '3개월내 미개원' 이유 제주 녹지국제병원 개설허가 취소 잘못 확정
  • 기사출고 2022.01.19 17: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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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 "미개원에 정당한 사유 있어"

국내 첫 영리병원인 녹지국제병원에 대한 제주도의 개설허가 취소는 위법하여 취소되어야 한다는 대법원 확정 판결이 나왔다. 영리병원은 투자를 받아 병원을 설립한 뒤 운영 수익을 투자자들에게 나눠주는 병원으로, 의료법상 국내 영리법인은 의료기관을 설립할 수 없지만 외국인 투자자는 경제자유구역과 제주에 한해 영리병원을 세울 수 있다.

대법원 제1부(주심 박정화 대법관)는 1월 13일 중국 녹지제주헬스케어타운 유한회사가 "녹지국제병원 개설허가 취소처분을 취소하라"며 제주도지사를 상대로 낸 소송의 상고심(2021두50765)에서 제주도지사의 상고를 기각하고, 원고 승소 판결한 원심을 확정했다. 법무법인 태평양이 1심부터 녹지제주헬스케어타운을 대리했다.

제주도는, 서귀포시에 성형외과, 피부과, 가정의학과, 내과를 진료과목으로 외국의료기관 개설을 신청한 녹지제주헬스케어타운(녹지제주)에 대해 2018년 12월 '진료대상자는 제주도를 방문하는 외국인 의료관광객을 대상으로 함(내국인 진료 제한)'을 조건으로 녹지국제병원 개설을 허가했으나, 녹지제주 측은 개설허가 중 내국인 진료 제한 조건의 위법성을 다투면서 이 조건의 취소 또는 개설허가의 취소를 구하는 항고소송을 내고 허가 후 3개월 동안 업무를 시작하지 않았다. 이에 제주도가 녹지국제병원 개설허가를 취소하자 녹지제주가 소송을 냈다. 의료법 64조 1항은 "보건복지부장관 또는 시장 · 군수 · 구청장은 의료기관이 다음 각 호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면 그 의료업을 1년의 범위에서 정지시키거나 개설 허가의 취소 또는 의료기관 폐쇄를 명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1호에서 '개설 신고나 개설 허가를 한 날부터 3개월 이내에 정당한 사유 없이 업무를 시작하지 아니한 때'를 들고 있다.

1심 재판부는 "원고가 개설허가일로부터 3개월 이내에 녹지국제병원을 개원하여 업무를 시작하지 않은 데 '정당한 사유'가 있다고 볼 수 없다"며 원고의 청구를 기각했다.

그러나 항소심 재판부는 1심 판결을 뒤집어 허가 취소가 위법하다고 판단했다. 원고가 개설허가를 받은 날부터 3개월 이내에 녹지국제병원을 개원하여 업무를 시작하지 못한 것에 정당한 사유가 있다고 본 것이다.

항소심 재판부는 "원고는 의료기관 개설 예정 시기인 2017. 9.경에 맞춰 건물 건축, 시설 구축, 운영인력(총 134명) 채용, 재원 조달, 경제성 및 투자회수기간 분석 등에 관한 사업계획을 수립하고 녹지국제병원 설립을 추진하였는데, 사업 진행 과정에서 예상하지 못했던 허가조건이 부가되어 개설허가가 이루어지자 관련소송을 제기하기에 이른 것으로 보이고, 그에 따라 위와 같은 사업계획이나 개원을 위한 준비계획의 변경이 불가피한 상황이었으며, 더욱이 개설허가신청에 대한 허가 절차가 지연되는 과정에서 원고가 채용하였던 인력이 이탈하기 시작하여 개설허가 당시에는 채용한 근로자 134명 중 의사 9명 모두를 포함하여 과반수인 70여명이 이탈한 상태였다"고 지적하고, "위와 같이 개설허가 당시 처음 예정했던 사업이 허가조건의 변경과 인력 상황의 변동으로 그 추진이 어려워져 원고가 당초의 사업계획 수정이 불가피한 상황에 처하게 되었음에도, 피고는 원고의 행정절차 연기 요청을 거부하는 등으로 원고에게 개원 준비계획을 다시 수립할 기회도 전혀 부여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이어 "이에 대해 원고는 관련소송을 제기하거나 허가조건에 맞춰 개원 준비계획을 다시 수립할 의사를 표시하기도 하였는데, 이에 비추어 보면 원고가 병원을 개시하기 위해 필요한 노력을 하였던 것으로 볼 수 있고, 당시 원고에게 정상적으로 업무를 개시할 능력이나 의사가 없었던 것으로 평가할 수는 없다"고 밝혔다.

항소심 재판부는 또 "원고가 개설허가일로부터 3개월 내에 추가적인 인력 채용 절차를 진행하는 등 개원 준비에 필요한 구체적인 행위에 착수한 것으로 보이지는 않으나, 2017년 인력 채용 당시에도 채용 공고부터 실제 채용까지는 약 2개월이 소요된 바 있다는 점에 비추어 위 3개월의 짧은 기간 내에 다시 추가 인력을 채용하기 위한 절차를 진행하는 것이 용이하다고 보이지 않는 점, 주된 허가사항이 변경됨으로써 사업계획이 수정될 수밖에 없는데 앞선 사업의 진행 경과에 비추어 보더라도 위와 같은 사업계획의 수정이나 개원 준비에는 상당한 시간이 소요될 수밖에 없다는 점 등을 고려하면, 원고에게 위 3개월의 짧은 기간 내 부가·변경된 허가조건에 맞춰 개원을 위한 구체적인 절차에 나아갈 것까지 요구하기는 어렵다고 할 것이고, 이는 정상적으로 업무를 개시할 능력이나 의사가 없는 의료기관에 대한 허가를 취소함으로써 병상 수급계획의 적정성을 확보하고 국민의 건강을 보호 · 증진하려는 의료법 제64조 제1항 제1호의 입법취지에 비추어 보더라도 마찬가지"라고 밝혔다.

이에 제주도지사가 상고했으나, 대법원도 "상고인의 상고이유에 관한 주장은 「상고심절차에 관한 특례법」 제4조에 해당하여 이유 없음이 명백하다"며 심리불속행 기각했다.

이번 대법원 판결로 개설허가 취소와 관련한 법원 판단은 마무리됐으나, '내국인 진료 제한' 조건부 허가에 대한 법적 판단은 아직 내려지지 않았다. 녹지제주 측이 '내국인 진료 제한'의 위법성을 다투며 제주지법에 제기한 소송은 현재 소송 계속 중에 있다.

리걸타임즈 김덕성 기자(dsconf@legal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