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 "장애인복지시설 시설장 성추행 고발했다고 보복성 해고 무효"
[노동] "장애인복지시설 시설장 성추행 고발했다고 보복성 해고 무효"
  • 기사출고 2021.12.17 07: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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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항지원] "남녀고용평등법 위반"

장애인복지시설에서 재활교사로 일하던 장애여성이 이 복지시설의 시설장(長)의 입소 장애여성에 대한 성추행을 고발했다가 보복성 해고를 당했다. 법원은 해고는 무효라고 판결했다.

시각장애인인 A씨는 2020년 3월 경북 포항시의 B사회복지법인에서 재활교사로 근무하던 중 시설장인 C씨가 입소 장애여성을 성추행하는 장면을 목격하자 즉시 경찰에 고발했다. A씨는 그 이전에도 C씨가 포항시에서 지원하는 보조금을 부정수령하는 것에 대해 감독기관에 수차례 시정조치를 요구하기도 했다.  5살난 시각장애 자녀를 홀로 양육하고 있었던 A씨는 경찰 고발 이후 C씨의 보복이 두려워 1년간 육아휴직을 떠났다.

A씨가 복직을 1개월여 앞둔 시점에 B법인은 A씨에게 새로운 업무지시서를 보내면서 근무시간대를 변경했다. 육아휴직 이전에는 오전 9시~오후 8시 근무였으나, 복직 이후에는 오후 4시부터 다음날 오전 1시까지, 시간외 근무는 오전 6시~8시 근무로 하라는 것이었다. 또 A씨는 육아휴직 이전 장애인인 A씨의 근로를 지원하는 근로지원인 서비스를 제공받았으나, B법인은 A씨의 장애가 심하지 않으므로 A씨가 출근한 이후에 근로지원인 모집과 채용에 관해 결정하겠다고 했다.

육아휴직 이전에도 하루 10시간씩 고단하게 일하며 장애 자녀를 키워왔던 A씨에게 새로운 근무시간대는 해고 통보나 마찬가지였다. A씨는 "퇴근 무렵인 새벽 1시에는 대중교통이 없고, 야간근무를 하게 되면 5살난 장애 자녀를 양육할 수 없다"며 육아휴직 이전처럼 낮에 근무하게 해달라고 요구했다. 그러나 B법인측은 '상사의 근무명령은 고유 권한', '사업주와 근로자의 관계를 숙지하라' 등의 문자메시지로 대응했다. 심지어 '출근 후 퇴근까지 자신 있으면 출근하세요'라는 조롱조의 메시지까지 보내기도 했다. A씨는 이에 맞서 육아휴직 이전처럼 아침에 출근했으나, B법인은 직원을 동원해 A씨의 출근을 막았고 이어 인사위원회를 열어 지시 불이행, 무단결근 등의 사유를 내세워 면직처리했다. 이에 A씨가 대한법률구조공단의 도움 아래 B법인을 상대로 면직처분은 무효임을 확인하고 복직하는 날까지 월 265만여원을 지급하라는 소송(2021가합119)을 냈다.

대구지법 포항지원 민사2부(재판장 사경화 부장판사)는 12월 2일 "면직처분은 무효임을 확인하고, 피고는 원고에게 원고가 복직하는 날까지 매월 265만여원을 지급하라"고 원고 승소 판결했다.

재판부는 "남녀고용평등과 일 · 가정 양립 지원에 관한 법률(남녀고용평등법)에 의하면 사업주는 근로자가 육아휴직을 마친 후에는 휴직 전과 같은 업무에 복귀시켜야 하고(제19조 제4항), 근로자의 육아를 지원하기 위하여 업무를 시작하고 마치는 시간의 조정에 노력하여야 한다(제19조의5 제1항)"고 전제하고, "(원고가 근무한) 장애인 공동생활가정의 입소자들은 학교를 다니거나 직장생활을 하는 등의 기본적인 생활을 독립적으로 수행할 수 있는 정도의 장애를 가진 이들인 점, (피고의) 업무지시에서 원고가 21:00부터 01:00까지 처리할 업무로 제시된 내용은 시설 정리, 일지나 계획서 작성 등으로, 이들 업무는 입소자 돌봄이나 식사 준비 등과 직접적 관련성이 없어 해당 시간에 반드시 처리되어야 하는 성질의 것이 아닌 점, 업무지시에 따른 근무시간은 대부분 원고가 자신의 아이를 돌보아야 하는 시간과 중복되고, 특히 퇴근시간인 01:00은 대중교통의 이용도 불가능하며, 장애인을 위한 이동수단인 '동행콜'의 이용도 원활하지 못한 점, 근로지원인 서비스는 이를 이용하는 장애인의 근무시간과 일치하여 제공될 수밖에 없는데, 원고의 복직 전 · 후 기간 동안 대체근로자가 제공받은 근로지원인 서비스의 시간으로 미루어 대체근로자의 근로시간은 13:00부터 21:00까지 또는 08:00부터 16:00까지였던 것으로 보이는 점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면 원고가 업무지시에서 정한 근무시간에 반드시 근로를 제공해야 한다거나 근로지원인의 도움 없이 혼자 힘으로 근로를 제공해야 할 필요성이 있다고 볼 만한 사정을 찾을 수 없고, 오히려 업무지시는 원고가 이 시설의 시설장을 입소 장애여성 추행으로 고발하고 근로지원인 서비스 부당이용에 대하여 민원을 제기한 것에 대한 보복조치로 원고의 복직을 막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따라서 "피고의 업무지시는 남녀고용평등과 일 · 가정 양립 지원에 관한 법률을 위반한 위법한 업무지시이고, 원고가 이에 불응하였음을 이유로 하는 면직처분은 무효"라고 판시했다.

A씨를 대리해 소송을 진행한 대한법률구조공단의 조필재 변호사는 "현행 근로기준법상 B법인처럼 근로자 4인 이하의 사업장은 사실상 해고사유의 제한을 받지 않고 있다"며 "그렇다고 하더라도 남녀고용평등법 등 관련 법률을 위반하는 업무지시와 이에 따른 해고는 무효가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리걸타임즈 김덕성 기자(dsconf@legal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