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배] '소개팅 어플'에서 미혼 행세한 30대 유부남에 위자료 3,000만원 판결
[손배] '소개팅 어플'에서 미혼 행세한 30대 유부남에 위자료 3,000만원 판결
  • 기사출고 2021.12.13 17: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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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지법] "혼빙간 폐지됐다고 민사책임마저 부정 불가"

소개팅 어플로 만난 여성에게 미혼인 것처럼 행세하며 1년 넘게 사귄 30대 유부남이 손해배상을 물게 됐다. 법원은 혼인빙자간음죄가 폐지됐다고 민사책임마저 부정될 순 없다며 상대 여성에 대한 배상책임을 인정했다.

미혼 여성인 A(37)씨는 2019년 7월 '만남 주선 어플리케이션'(소개팅 어플)을 통해 미혼인 것처럼 행세하는 B(35)씨를 만나 교제하기 시작, 호텔 등에서 여러 번 성관계 또는 유사성행위를 하는 등 연인관계를 유지했다. A씨는 30대 중반의 여성으로 B씨와의 결혼을 염두에 두고 자녀 출산을 위한 계획까지 구상하는 등 B씨와의 관계에 공을 들였고, B씨도 그러한 A씨의 모습을 보면서 자신도 결혼을 전제로 한 진지한 만남을 이어갈 듯한 태도를 보이며 A씨와의 관계를 지속했다.

그러던 중 B씨가 A씨와의 관계에 부담을 느끼고 간헐적으로 A씨를 피하는 듯한 모습을 보여 A씨가 B씨를 추궁하자, B씨는 2020년 9월 5일 A씨에게 자신이 유부남이고 배우자와 동거하고 있다는 사실을 실토했다. 이에 A씨가 B씨를 상대로 1억원을 배상하라는 소송(2020가단5272120)을 냈다. A씨는 B씨의 행태로 인한 충격과 불안 등을 호소하며 정신과 치료를 받고 있다.

서울중앙지법 신종열 판사는 10월 5일 "B씨는 A씨에게 위자료 3,000만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법무법인 굿플랜이 A씨를 대리했다.

신 판사는 "사람이 교제 상대를 선택하고 성관계를 포함한 교제 범위를 정하는 데에는 여러 요인이 작용할 수 있고 그중에는 상대방의 혼인 여부나 상대방과의 혼인 가능성도 포함될 수 있는데, 그러한 사항에 관하여 적극적 · 소극적 언동을 통해 허위사실을 고지하는 방법으로 상대방을 착오에 빠뜨려 성행위를 포함한 교제 관계를 유도하거나 지속하는 행태는 기망으로 상대방의 성적 자기결정권을 침해하는 것으로 불법행위에 해당한다"고 전제하고, "혼인빙자간음죄가 폐지되었다고 하여 이러한 행위에 따른 민사적 책임마저 부정될 수는 없는 것"이라고 밝혔다.

B씨는 "원고가 2020. 9. 5. 이전에 이미 피고가 유부남이라는 사실을 알고 있었고 그런 이유로 피고가 만남을 꺼리는 것을 알면서도 피고에게 지속적으로 만남을 요구하였다"고 주장했다. 신 판사는 그러나 "피고가 원고와 교제하다가 어느 시점부터 만남을 꺼리는 태도를 보였다거나 원고가 2020. 9. 5. 피고에게서 유부남이라는 실토를 받아내기 전에도 피고의 혼인관계를 인식하였거나 인식할 수 있었다고 하더라도, 그러한 사정이 피고의 불법행위 성립 여부에 영향을 미친다고 볼 수 없다"고 판단했다.

신 판사는 "피고는 원고를 기망하여 원고의 성적 자기결정권을 침해함으로써 원고에게 상당한 정신적 고통을 안겨 주었다고 볼 수 있으므로, 불법행위에 따른 손해배상책임을 져야 하고, 기망의 수단과 방법, 원고와 피고의 교제 기간, 원고의 연령 등 여러 사정을 고려하면 원고의 정신적 고통에 상응하는 위자료 액수는 30,000,000원으로 정함이 타당하다"고 판시했다.

B씨는 "A씨가 정체불명의 남성과 동행해 자신의 주거지에 찾아와 현관문에 '연락하라'는 쪽지를 남기고, 부인에게 연락해 자신들의 관계를 알려줬다"며 A씨를 상대로 위자료 500만원의 지급을 구하는 반소(2021가단5077346)를 냈다.

신 판사는 그러나 "원고가 피고 주장처럼 남성 1명과 동행하여 피고의 주거지를 찾아가 현관문에 연락하라는 쪽지를 남기고 피고의 배우자에게 연락하여 자신과 피고의 관계를 알려준 사실을 인정할 수 있으나, 원고가 피고의 주거지를 수소문하여 방문한 경위, 원고가 피고의 주거지 현관문에 붙인 쪽지의 내용, 원고의 피고 주거지 방문 이후 원고와 피고의 만남 및 대화 내용 등과 아울러 원고와 피고의 관계, 피고의 원고에 대한 기망행위, 피고의 행태로 인한 원고의 정신적 고통 등을 고려하면, 앞서 본 원고의 행태가 피고에 대한 불법행위를 구성한다거나 사회상규를 벗어난 행위라고 보기는 어렵다"며 B씨의 반소 청구를 기각했다.

리걸타임즈 김덕성 기자(dsconf@legal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