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법] '만취 여성' 차에 집에 데려다 주려 차에 태웠다가 20분 후 검거…감금죄 해당
[헌법] '만취 여성' 차에 집에 데려다 주려 차에 태웠다가 20분 후 검거…감금죄 해당
  • 기사출고 2021.12.05 18: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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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재] "검사 불기소처분 취소하라"

50대 후반의 A씨는 2020. 9. 22. 04:30쯤 대구 달서구 소재 식당 앞 노상에서 만취하여 쭈그려 앉은 20대 후반의 여성 B씨를 발견하고 차를 세워 B를 부축하여 차의 조수석에 태웠다. A는 그 후 약 1.1km를 운행했다. 운행 도중 정신이 돌아온 B는 하차하려고 했으나, A가 상체를 눌러 앉혀 나가지 못하게 하였다. A는 차를 정차시킨 후 B의 얼굴을 잡고 강제로 키스를 1회 하기도 했다. 20분쯤 지난 04:50쯤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차가 A의 차량 앞에 도착하자 B는 울면서 조수석에서 뛰쳐나와 "도와주세요, 저 이 사람 모르는 사람이에요"라고 소리쳤고, A는 경찰에 현행범으로 체포되었다.

그러나 대구지검 서부지청 검사가, A가 B를 차에 탑승시킬 때 물리적인 강제력의 행사가 없었다는 등의 이유를 들어 감금 혐의를 부정하여 A를 불기소처분하자, B가 위 불기소처분이 자신의 행복추구권과 재판절차진술권을 침해하였다고 주장하면서 헌법재판소에 그 취소를 구하는 헌법소원심판(2021헌마78)을 청구했다.

헌재 전원재판부는 11월 25일 "A는 B의 동의를 얻지 않고 그 의사에 반하여 B를 차량에 탑승시킨 것이 인정되며, 이처럼 A가 만취한 B를 그 의사에 반하여 차량에 탑승시켜 운행한 행위는 감금의 구성요건에 해당한다"고 판시, B의 청구를 받아들여 A에 대한 불기소처분을 취소했다.

재판부는 "검사는 피의자(A)가 B를 차량에 탑승시킬 때 물리적인 강제력의 행사가 없었다는 이유를 들어 감금죄의 성립을 부정하였으나, 이는 사람의 행동의 자유를 구속하는 수단과 방법에 아무런 제한을 두지 않는 감금죄의 법리를 오해한 데에서 기인한 판단으로 보인다"고 지적하고, "수사기록을 통해 확인할 수 있는 사실관계만으로도 피의자의 감금 혐의를 충분히 인정할 수 있다"고 밝혔다.

A는 일관하여 'B를 귀가시키기 위하여 B의 동의하에 차량에 태우고 B가 말해 준 B의 집 쪽으로 운행하였다'는 취지로 진술했으나, 재판부는 "B는 이미 몸을 가누지 못할 정도로 만취하여 탑승 동의 여부를 말하기 어려운 상태였고, A의 진술에 따르더라도 A는 B의 정확한 집 주소를 모르는 채 B를 일단 차에 태운 것이고, B의 집과 정반대 방향으로 차량을 운행하여 가다가 정차 중 경찰에 검거되었다"며 "만취하여 길가에 쭈그려 앉아 있는 여성을 일면식도 없는 사람이 목적지도 모르는 상태에서 무작정 차량에 태워 운행하는 것이 당사자의 동의를 기대할 수 있는 행위라거나 사회통념상 용인되는 행위라고 보기 어렵고, 따라서 B의 귀가를 도우려고 했다는 등으로 변명하며 감금의 고의를 부정하는 A의 진술은 사건 전후 정황에 부합하지 않으며 경험칙에 반하여 믿기 어렵다"고 밝혔다.

또  A는 'B가 차량 운행 중 내리려고 하자 위험해서 이를 제지한 것일 뿐이고, 이후 곧바로 차를 세우고 시동을 끄고 B에게 갈 테면 가라고 말했다'는 취지로 진술하고, 정차 후 B가 담배를 달라고 하여 차량 안에서 서로 담배를 피웠다고 주장했다.

재판부는 그러나 "A가 정차 후 곧바로 B의 턱을 강하게 잡고 입맞춤을 하는 등 강제추행하였다는 점, A는 강제추행의 고의를 인정한 종전 진술이 있음에도 거짓말을 하며 부인하다가 추궁을 당하자 범의를 인정한 점, A는 차량에 탑승시킨 경위에 대해서도 B가 스스로 걸어가 차량에 탑승하였다는 등 사실과 배치되는 진술로 일관한 점에 비추어 보면, 하차 제지 행위가 B의 위험을 방지하기 위한 것이었다거나 하차 제지 후 B가 자유롭게 하차하도록 할 의도가 있었다는 A의 진술은 믿기 어렵고, 또한 정차 후 B가 먼저 A에게 담배를 달라고 하여 서로 담배를 피웠다는 것은 '모르는 남자와 단둘이 밀폐된 공간인 차량 안에 있다는 사실을 인지한 후 생명의 위협을 느꼈다'는 B의 진술과도 맞지 않고 경험칙상 납득하기 어렵다"며 "따라서 A가 B의 하차를 제지하고 차량에서 빠져나가지 못하게 한 일련의 행위가 감금죄의 위법성을 조각하는 정당행위에 해당한다고 볼 수 없다"고 덧붙였다. 

리걸타임즈 김덕성 기자(dsconf@legal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