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배] '안전보강재 미장착' 숨기고 라브4 광고한 토요타, 위자료 80만원씩 물라
[손배] '안전보강재 미장착' 숨기고 라브4 광고한 토요타, 위자료 80만원씩 물라
  • 기사출고 2021.12.03 17: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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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고법] "표시광고법상 '기만적인 광고' 해당"

미국과 달리 국내에서 판매하는 라브(RAV)4 차량에 안전보강재를 장착하지 않은 사실을 숨기고 광고한 토요타가 차주에게 손해배상을 물게 됐다.

서울고법 민사18부(재판장 정준영 부장판사)는 9월 3일 토요타 라브4 차량 2대를 소유하고 있는 A씨가 한국토요타자동차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청구소송의 항소심(2021나2011631)에서 1심과 마찬가지로 "피고는 원고에게 차량 1대당 위자료 80만원씩 모두 160만원을 지급하라"고 판결, 원, 피고가 상고하지 않아 그대로 확정됐다. 김앤장이 한국토요타를 대리했다. A씨는 1심은 법무법인 바른, 항소심은 정다원 변호사가 대리했다.

2015년식 라브4는 미국 고속도로안전보험협회(IIHS)의 차량 전측면 충돌 테스트에서 'Good' 등급을 받아 2015년 '최고 안전차량'(Top Safety Pick, TSP)에 선정됐다. 2016년식 라브4는 추가 항목인 충돌예방 부분에서도 'Superior' 등급을 받아 2016년 TSP+에 선정됐다. TSP, TSP+에 선정된 2015년, 2016년식 라브4에는 2013년, 2014년식에는 없는 안전보강재 부품이 운전석 범퍼 레일에 추가로 장착되어 있었는데, 이 부품은 전측면 충돌 테스트에 대비하기 위해 장착된 것이었다. 반면 국내에 판매된 라브4 차량(모든 연식)에는 이 부품이 장착되어 있지 않았다.

그러나 한국토요타는 국내 판매차량과 미국 판매차량의 안전사양이 다르다는 사실을 적시하지 않은 채 '美 IIHS 최고 안전차량에 선정'되었다는 내용으로 2015년식 라브4 차량용 카탈로그를 제작해 홈페이지에 게재하고, 영업사원(딜러)들에게 배포했다. 또 2016년 1월 21일부터 2019년 1월 9일경까지 홈페이지와 블로그 보도자료, 홍보책자에 '美 IIHS Top Safety Pick+ 최고등급 이어 안전 2관왕', '美 IIHS의 안전평가에서도 전 항목 최우수등급 획득으로 2016 가장 안전한 차(Top Safety Pick+)에 선정' 등의 내용으로 광고했다. 

◇사진은 2021년 시판 중인 라브4(토요타 홈페이지)
◇사진은 2021년 시판 중인 라브4(토요타 홈페이지)

이같은 사실이 밝혀지자 공정거래위원회는 2019년 기만적인 광고에 해당한다며 한국토요타에 광고중지명령과 함께 과징금 8억 1,700만원을 부과했다. 또 라브4 차주 317명이 한국토요타를 상대로 손해배상청구소송을 냈다. 차주 대부분은 법원의 화해권고결정을 받아들였으나 A씨는 소송을 이어갔다. A씨는 각 자동차가 IIHS의 TSP 등급 또는 TSP+ 등급에 선정될 수 있도록 안전보강재 부품을 운전석 범퍼레일에 장착하는 데 소요되는 비용 상당액 중 일부 청구로서 20,000,000원의 지급과 위자료 300만원의 지급을 요구했다.

1심과 항소심 재판부는 "피고는 국내 판매차량에 대한 각 광고에 해외 안전도 평가에서 우수차량으로 선정된 사실을 표시하면서 실제로는 해외 안전도 평가에서 우수차량으로 선정되는데 필수적인 사양인 안전보강재 부품이 해외 판매차량과 달리 국내 판매차량에는 장착되어 있지 않아 국내 판매차량의 경우에는 해외 안전도 평가에서 우수차량으로 선정될 수 없음에도 이러한 사실을 은폐하였고, 이로 인하여 일반 소비자들로 하여금 국내 판매차량도 해외 판매차량과 마찬가지로 해외 안전도 평가에서 우수차량으로 선정될 정도의 안전성을 갖춘 것으로 잘못 알게 할 우려가 있으며, 이는 일반 소비자들의 구매선택에 중요한 영향을 미치는 사항이라고 볼 수 있으므로, 각 광고는 표시광고법 제3조 제1항 제2호에 정한 '기만적인 광고'에 해당한다"고 밝혔다.

이어 "피고는 각 광고가 표시광고법에 위반된다는 이유로 과징금 부과처분 등을 받았고, 이는 공정거래위원회 보도자료 등을 통해 일반에 공개되었으며, 이에 피고가 판매하는 자동차의 상표에 수반되는 품질의 우수성을 신뢰하여 동급의 국산자동차에 비해 고가의 대금을 지불하면서 각 자동차를 구매하였던 원고로서는 그러한 상표가치에 수반되는 소비자로서의 만족감을 상당기간 누리지 못하게 되었을 것으로 보이며, 원고가 각 광고를 통하여 형성하게 된 신뢰와 기대를 침해당함으로써 입게 된 정신적 고통이 피고의 사후적인 조치(리콜조치 등)를 통해 회복되었다고 볼만한 자료도 없다"고 지적하고, "피고의 각 광고로 인하여 원고들에게 재산상 손해의 배상에 의하여 회복할 수 없는 정신적 손해가 발생하였고, 피고는 이를 알았거나 알 수 있었다고 봄이 타당하다"고 밝혔다.

1심과 항소심 재판부는 손해배상의 범위와 관련, 사건의 경위와 각 광고의 내용, 각 자동차의 내용 연수, 안전보강재 부품의 경제적 가치, 원고의 신뢰와 기대가 침해된 정도 등을 참작하면, 원고가 입은 정신적 손해를 자동차 1대당 80만원으로 정했다. 항소심 재판부는 2,000만원의 재산적 손해 청구에 대해 "원고는 안전보강재 부품을 운전석 범퍼레일에 장착하는 비용(부품 가격 및 장착비용)이 재산상 손해액이라고 주장하나, 원고가 제출한 증거만으로는 원고가 소유하고 있는 각 자동차의 가격이 안전보강재 부품을 장착하는 것을 전제로 하여 정하여진 것이라고 인정하기에 부족하고, 달리 이를 인정할 만한 증거가 없다"며 받아들이지 않았다.

한국토요타는 공정위를 상대로 과징금 부과처분 등을 취소하라는 소송을 냈으나 2020년 5월 패소가 확정됐다. 

리걸타임즈 김덕성 기자(dsconf@legal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