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걸타임즈 공정거래] 정보교환 관련 부당공동행위와 규제환경의 변화
[리걸타임즈 공정거래] 정보교환 관련 부당공동행위와 규제환경의 변화
  • 기사출고 2021.12.07 08: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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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이하 "공정거래법")이 지난해 12월 전부 개정되어 올해 12월 30일 시행을 앞두고 있다. 기업의 일상적인 영업활동과 관련하여 개정 공정거래법 규정 중 가장 주목되는 부분은 정보교환을 통한 담합행위에 관한 새로운 규제이다.

기존엔 '합의'까지 요구

개정 공정거래법 제40조 제1항 제9호에서 가격, 생산량, 그 밖에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정보를 주고받음으로써 일정한 거래분야에서 경쟁을 실질적으로 제한하는 행위(정보교환 합의)를 부당공동행위의 한 유형으로 추가하였고, 같은 조 제5항 제2호에서 둘 이상의 사업자가 부당공동행위의 각 유형(위 제9호는 제외)에 해당하는 행위에 필요한 정보를 주고받은 때에는 그 사업자들 사이에 공동으로 그 부당공동행위를 할 것을 합의한 것으로 추정(정보교환에 의한 합의 추정)하는 조항을 새롭게 신설하였다.

◇김동국(좌) · 강동근 변호사
◇김동국(좌) · 강동근 변호사

기존에는 경쟁사업자간의 정보교환과 이후 외형의 일치가 있다 하더라도, 부당한 공동행위의 성립을 위해서는 경쟁제한적 행위에 대한 '합의'까지 엄격히 요구하였다. 대법원은 여러 사건에서 이런 법리를 견지하고 있었는데 '생명보험 담합사건'에서 "경쟁 사업자들이 가격 등 주요 경쟁요소에 관한 정보를 교환한 경우에…관련 시장의 구조와 특성, 교환된 정보의 성질 및 내용, 정보 교환의 주체 및 시기와 방법, 정보 교환의 목적과 의도, 정보 교환 후의 가격, 산출량 등의 사업자 간 외형상 일치 여부 내지 차이의 정도 및 그에 관한 의사결정 과정, 내용, 그 밖에 정보 교환이 시장에 미치는 영향 등의 모든 사정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부당하게 경쟁을 제한하는 행위에 대한 합의가 있는지를 판단해야 한다"고 판시하여(대법원 2014. 7. 24. 선고 2013두16951 판결) 정보교환 사실이 사업자 사이의 의사연결의 상호성에 관한 유력한 징표가 될 수 있지만 그 자체만으로 부당한 공동행위의 합의를 인정할 수는 없고 담합참여자들의 의사 연결의 상호성을 인정할 수 있는 여러 사정에 대한 추가적인 증명이 필요하다는 법리를 발전시켜 왔다.

그런데 경쟁의 본질은 경쟁사업자의 전략이 불확실한 가운데 자신의 이윤 극대화를 위해 경쟁요소를 최대한 발휘하는 것인데, 정보교환은 이러한 불확실성을 제거함으로써 결과적으로 경쟁의 범위와 정도를 감소시키는 측면을 부인하기 어렵다.

정보교환행위 있으면 합의 추정

이와 같은 정보교환의 성격에 기반한 새로운 규제의 신설로 이제 (1)경쟁제한적인 정보교환 합의가 명시적으로 규제대상에 포함되어 부당공동행위 규제의 외연이 현저히 확대되었고, (2)정보교환행위가 있으면 합의가 추정된다는 조항이 도입되어 규제 당국의 입장에서는 합의의 증명이 상대적으로 용이하게 되었기 때문에 규제의 패러다임이 변했다고 할 정도의 강화된 규제 환경이 조성될 것으로 예상된다.

참고로, 미국 셔먼법(Sherman Act) 제1조, 유럽기능조약(TFEU) 제101조(동조적 행위, concerted practice)는 정보교환행위 그 자체를 위반행위로 규율하고 있다. 즉, 미국은 정보교환 합의의 증명이 없을 경우에도, 정보교환 행위와 외형상 일치가 있으면 사업자들의 독자적인 행위의 결과일 가능성을 배척할 수 있는 증거(plus factor)의 제시를 통해 합의를 추정하여 담합을 규율하고, 유럽은 경쟁제한 목적의 정보교환은 그 자체로 위법하다고 보되 그 외에 거래에 영향을 미치는 정보교환은 경쟁제한효과에 따라 사안별로 위법성을 판단하고 있다.

공정위가 2021. 11. 3. 행정예고된 '사업자 간 정보교환이 개입된 부당한 공동행위의 심사지침'(이하 "정보교환담합 심사지침")을 통해 법령의 규제 내용을 구체화하였는데 주요 내용을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심사지침은 (i)정보교환의 개념을 정의하고, (ii)위법한 정보교환 합의 관련 내용, (iii)정보교환에 의한 합의 추정 관련 내용을 규정하고 있다.

알리는 수단은 방법 불문

정보교환의 개념을 경쟁사업자간 직 · 간접적으로 가격, 생산량 등의 정보를 '알리는' 행위로 정의하면서 알리는 수단은 구두, 우편, 전화 등 방법을 불문하고 있고, 협회 등 사업자단체와 같은 중간매개자를 거쳐 알리는 행위도 포함한다고 매우 넓게 규정하고 있다. 일간지 등 누구나 제한없이 접근할 수 있는 매체에 공개 · 공표되기 전에 이미 경쟁사업자간 은밀하게 해당정보의 교환이 선행된 경우라면 여전히 규율 대상에 해당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위법한 정보교환 합의의 성립요건으로 (i)경쟁상 민감한 정보의 교환에 대한 경쟁사간 '합의'가 있어야 하고, (ii)그 결과 시장의 경쟁이 부당하게 제한되어야 하며, (iii)경쟁제한효과를 상쇄할 만한 효율성 증대효과가 없어야 한다는 점을 지적하고 있다.

먼저 '합의'와 관련하여, 경쟁상 민감한 정보의 교환에 관한 명시적 의사 연락은 물론 묵시 · 암묵적인 의사의 합치가 있는 경우에도 합의를 인정할 수 있다고 규정하면서, 특히 묵시 · 암묵적 의사 합치의 경우, 정보교환이 장기간에 걸쳐 빈번하게, 의사결정 권한이 있는 직급 간에 의사결정 직전에 이루어지고, 교환된 정보를 실제로 활용하는 것이 일반적이라고 설명하고 있다. 합의가 성립하지 않거나 해당 사업자가 합의에서 탈퇴한 것으로 보려면, 해당사업자가 정보 수신 거부의사를 밝히거나 경쟁자의 정보 송신을 신고하는 경우 등 행위가 있어야 함을 분명히 하고 있다.

다음으로 '경쟁 제한성' 여부는 시장상황, 시장구조 및 상품 특성, 점유율, 정보의 특성, 정보교환의 양태, 정보교환의 목적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판단하는데, 과거의 정보보다는 미래 정보, 통계적 성격의 정보보다는 개별 사업자를 특정할 수 있는 정보, 비공개 정보일수록, 나아가 정보교환 기간이 길고 빈도가 잦으며 교환 주체가 고위급일수록 경쟁 제한의 가능성이 높다고 설명하고 있다. 다만, 관련 사업자들의 점유율 합계가 20% 이하인 경우에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경쟁제한 효과가 없는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점유율 합계 20% 이하 제외

마지막으로 경쟁제한성을 상쇄하여 위법하지 않은 정보교환으로 평가될 수 있는 '효율성 증대 효과'는 엄격한 요건 하에서 인정되는데 그 예시로 '중소기업들의 원가정보 등의 교환이 품질 · 기술향상 등 생산성 향상이나 거래조건에 관한 교섭력 강화 효과가 명백한 경우' 등을 제시하고 있다.

정보교환에 의한 합의 추정과 관련하여서도 심사지침은 (i)외형상 일치, (ii)필요한 정보의 교환의 개념을 규정하고 있다. 외형상 일치는 경쟁사업자간 경쟁 변수의 변동폭 · 시점이 동일할수록 외형상 일치가 있는 것으로 볼 수 있다. 또 가격 등이 완전히 동일하지 않고 차이가 있더라도 소비자 선택에 영향을 주지 않을 정도라면 외형상 일치가 인정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느슨한 합의'도 외형상 일치 인정

만일 경쟁사업자간에 가격을 특정 수준으로 인상하자는 합의가 아니라 '가격을 함께 인상하자'는 정도의 느슨한 합의를 한 경우라도 요구되는 경쟁 변수의 동일성 정도 역시 완화되어 외형상 일치를 인정할 수 있다는 취지이다. 그리고 가격, 생산량 등 경쟁상 민감한 정보의 교환인 경우, 가격인상 등 의사결정 시점 직전에 이루어진 정보교환인 경우 또는 외형상 일치의 내용과 교환된 정보의 내용이 유사할수록 '필요한 정보의 교환'이 이루어진 것으로 볼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기존 판례의 견해를 반영하여 위와 같이 합의가 추정되더라도 (i)외형상 일치가 없었다는 점, (ii)필요한 정보의 교환이 없었다는 점 또는 (ii)외형상 일치가 있었더라도 이는 합의의 결과는 아니라는 점을 사업자가 증명하여 합의 추정을 복멸할 수는 있지만, 예를 들어 '가격에 영향을 미치는 외부적 요인(금리, 환율, 원자재 가격 등)의 변동에 대해 사업자들이 내부 프로세스를 거쳐 각자 대응하는 과정에서 우연히 외형상 일치가 나타난 경우'에 불과하다는 상당히 엄격한 기준을 충족하여야만 추정 복멸이 가능할 것으로 예상된다.

규제환경 급격한 변화 예상

개정 공정거래법이 시행되고 위와 같이 마련된 정보교환 담합 심사지침(안)이 확정되어 함께 시행되면, 부당한 공동행위 관련 규제환경이 급격하게 변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우선 공정위로서는 신설 제도의 집행실적에 대한 여론의 관심을 고려하여 정보교환 관련 담합사건에 기획조사 실시 등 조사역량을 집중하고, 필요정보를 교환하였다는 증거가 확보된 사건에 대해서는 신설된 법률상 추정조항을 적용하는 등 적극적인 법집행을 할 가능성이 높다고 보인다.

그리고 향후 이러한 공정위의 정보교환 사실에 근거한 적극적 법집행에 대응하여 공정위 심의 · 의결이나 법원 소송 과정에서, 경쟁제한성 여부에 대한 다툼, 정보교환의 순기능(국내외 시장 및 공급자의 동향을 파악하고 이에 대하여 적극적으로 경쟁하기 위한 목적으로 정보를 수집할 필요성, 기술개발 촉진 등의 효율성 증대 효과, 수요와 공급의 상황을 정확하게 제공하여 시장참여자들로 하여금 효율적인 대응이 가능하도록 하는 등 자원배분의 효율성 제고, 시장의 비대칭성 해소를 통한 소비자 선택비용 감소와 선택권 확대 등 소비자 후생 증대 효과)과의 비교형량을 통한 경쟁에 미치는 효과 중심의 위법성 판단이 주된 쟁점이 되고, 행위의 외형상 일치 여부, 정보교환과 외형상 일치 사이의 인과관계, 외형상 일치에 필요한 정보교환 해당 여부 등 합의의 추정을 복멸시킬 수 있는 사정에 대한 치열한 공방이 예상된다.

끝으로 부당공동행위 분야에 대한 새로운 법집행 방향을 가늠할 수 있는 공정위의 각종 규제 사례의 집적이 조만간 가시화 될 것으로 보이므로, 법집행 경과와 결과 등 세부적인 내용에 대한 지속적인 모니터링과 종전 업무관행의 점검 및 적극적인 대응이 필요하다고 생각된다.

김동국 · 강동근 변호사(김앤장 법률사무소, donggook.kim@kimchang.com)

*본 기고문의 내용은 필자들의 개인적인 견해일 뿐 필자들이 소속된 김앤장 법률사무소의 공식적인 견해와는 관계가 없습니다.